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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 교부에게 배우는 삶의 지혜] 마음을 돌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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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승 생활의 사부 안토니우스 압바는 말한다. “사막에 거주하며 평화를 찾는 사람은 세 가지 싸움에서 벗어났는데, 곧 귀와 혀와 눈의 싸움입니다. 그에게는 오직 마음의 싸움, 이 하나만 남아 있습니다.”(안토니우스 11) 사막의 깊은 고독과 침묵 속으로 물러난 수도승에게 더는 귀로 듣거나 입으로 말하거나 눈으로 볼 대상이 없다. 그는 세상을 포기함으로써, 밖에서 자신을 유혹할 수 있는 모든 것에서 자유로워진다. 그에게 남은 일은 오직 내부의 위험에서 보호되는 것이다. 그는 이제 마음속에서 악한 생각과 싸우게 된다.



마음을 돌봄


독수도승들은 마음을 돌보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이는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온갖 생각에 대해 깨어 분별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지속적 깨어 있음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다. 이것은 ‘늘 깨어 자기 자신에게 주의를 기울이는 것’(prosoche)이다. 수도승은 죄를 피하기 위해 주님을 언제나 자기 눈앞에 두려고 노력하며 자신에게 주의를 기울였다. 이것은 ‘하느님 경외’의 기본자세로서 항상 그분의 시선 아래서 생활한다는 확신을 표현한다. 하느님을 경외하는 수도승은 우연히 마음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매우 주의 깊게 살폈다. 이시도루스 압바는 우리가 생각들에 주의하지 않는다면 야생동물처럼 될 것이라고 말한다.


요한 카시아누스는 악한 생각은 우리 마음을 더럽히기 위한 악마의 공격 수단이며, 그 시작을 주의 깊게 살피라고 권고한다. “우리 마음을 정화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다음과 같습니다. … 악한 생각의 시작을 주의 깊게 살피십시오. 악마는 악한 생각을 통해 우리 영혼에 슬며시 들어오려고 합니다.”(규정집 6,13,1) 일반적으로 수도승은 ‘하느님 경외’와 ‘깨어 있음’을 통해 생각에 대한 분별의 은사를 얻었다. 하지만, 이 은사를 얻기까지는 오랜 기간 경험 있는 스승에게 자기 마음을 열고 지도를 받는 과정이 필요했다.


생각과의 싸움


사막 전통에서 생각과의 싸움은 금욕 수행의 핵심 내용이었다. 단식과 철야, 극기와 같은 외적 수행보다도 더 본질적이며, 더 힘들고 치열한 수행이었다. 보통 수도승 전통에서 ‘생각들’(loghismoi)은 악령들이 불러일으키는 ‘악한 생각들’을 의미한다. ‘생각’은 악령들이 우리를 공격하는 주된 수단이다. 그들은 악한 생각을 통해 우리 정신을 분산시키고 우리 마음을 동요시켜 마음 안에서의 순수한 기도를 방해한다. 따라서 악한 생각의 시작은 우리 의지와 관계없이 외부에서 오는 것이지만, 그것을 거부하거나 받아들이는 것은 우리에게 달려 있다. 포이멘 압바는 나쁜 생각들로 공격을 받고 슬퍼하는 형제를 바람이 부는 밖으로 데리고 나가 말했다. “가슴을 열고 바람을 가두어 보십시오.” 그 형제가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라고 말하자, “그렇게 할 수 없다면 우연히 떠오르는 생각들을 막을 수도 없습니다. 다만 그것들에 저항할 수 있을 뿐입니다”(포이멘 28)고 했다.


사막 교부들은 어떤 생각이 악하거나 헛된 것으로 식별되는 순간 즉시 거부하라고 가르친다. 악한 생각은 마치 쥐와 같아 즉시 몰아내지 않으면 우리 안에 자리를 잡고 번식하여 나중에는 몰아내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포이멘 압바는 솥이 불 위에 있는 한, 모기는 그 위에 앉을 수 없듯이 영적 수행에 항구한 수도승에게 악령은 어떤 것도 앗아가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한 수도승은 자기 양편에 바구니 하나씩을 두고 좋은 생각이 떠오를 때 오른쪽 바구니에, 나쁜 생각이 떠오를 때 왼쪽 바구니에 돌을 하나씩 넣었다. 저녁에 돌을 세어 보고 왼쪽 바구니의 돌이 오른쪽 바구니의 돌보다 많으면 그날은 식사하지 않았다.(「사막 교부 이렇게 살았다」 177쪽) 이러한 방법은 너무 세심하게 보이지만 그들이 악한 생각에서 마음을 순수하게 지키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잘 보여준다.
 


생각과의 싸움은 금욕 수행의 핵심
순수한 마음과 평정심 유지해야



탁월한 무기


악한 생각과의 싸움에서 기도는 가장 탁월한 무기였다. 카시아누스는 간교한 원수가 우리 안에 침투하여 정신을 빼앗으려 할 때마다 악한 생각으로 분산된 우리 마음을 하느님께 대한 관상으로 되돌려야 한다고 말한다.(규정집 5,10) 포이멘 압바는 “생각과의 싸움은 자기 왼쪽에는 불을, 오른쪽에는 물그릇을 가지고 있는 사람과 비슷하다. 만일 불이 붙으면, 그는 물을 퍼서 불을 끈다. 불은 원수의 씨앗이고, 물은 하느님 현존을 생각하는 것이다”(포이멘 146)라고 말한다. 요한 콜로부스 압바도 이렇게 말하고 있다. “나는 내 암자에 앉아 나에게 다가오는 악한 생각들을 의식합니다. 그리고 내가 더 이상 그들에게 저항할 힘이 없을 때 기도로써 하느님께 피신하여 적으로부터 구원됩니다.”(요한 콜로부스 12)


사막 교부들에게 기도는 영적 싸움을 위한 가장 탁월한 무기였다. 그래서 그들은 온종일 성경 말씀을 암송함으로써 늘 ‘하느님 기억’을 유지하고자 노력했다. 하느님의 도움 없이 어떤 유혹도 성공적으로 물리치기는 힘들다. 우리가 유혹이나 위험에 처할 때 기도는 우리의 최후 보루다.


내적 평화


악한 생각과의 치열한 싸움을 통해 우리는 마침내 내적 평화를 얻는다. 이제 마음은 순수하고 늘 한결같은 평정심을 유지하게 된다. 순수한 마음은 사물의 본질과 핵심을 꿰뚫어 보게 하고, 평정심은 어떤 악한 생각이나 유혹에도 동요되지 않고 잔잔한 물결처럼 고요한 상태를 유지해 준다. 사막 교부들은 이런 마음 안에서 하느님과 참된 대화가 가능하다고 보았다. 그래서 온갖 악한 생각으로 마음을 더럽히지 않으려 부단히 마음을 돌보았던 것이다.


우리 마음은 늘 불안하고 외부의 자극에 요동친다. 정신없이 바쁜 일상과 과로로 인한 스트레스로 하루에도 여러 번 천당과 지옥을 경험하기도 한다. 또 나쁘고 부정적인 생각으로 공격을 당하여 동요하기도 한다. 불안하고 변덕스러운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면, 이런 악순환은 계속될 것이다. 외부로 향했던 우리의 관심과 시선을 이제 우리 자신에게 돌려 늘 깨어 마음을 살피고 돌봐야 할 때가 아닐까 한다. ‘마음을 돌봐라!’는 사막 교부들의 오랜 권고가 여전히 귓가에 맴돈다.



글 _ 허성석 로무알도 신부(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대구대교구 왜관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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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5-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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