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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엽 신부의 성경 속 인물] 간음하다 붙잡혀 죽게 된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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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시대에 여성은 남자의 재산목록 중 하나로 매매가 가능한 존재였다. 그래서 여성은 외부 세계와 완전히 격리되었고 철저히 아버지나 남편의 지배 아래에 있었다. 최근에도 이슬람 지역에서 여성이 몹쓸 짓을 당하고 집에 오면 가족 중 오빠나 사촌들에게 피해를 당한 여동생을 돌로 쳐죽이는 명예살인이 심심찮게 일어난다. 가장(家長)의 명예를 지킨다는 명목으로 딸이나 아내, 친척 여성을 살해하는 범죄로 매년 5000여 명이 명예살인으로 목숨을 잃고 있고, 실제로는 그 이상이라 추정된다.


이러한 악습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항상 있었다. 결혼한 사람이 자신의 아내나 남편이 아닌 자와 성적 관계를 맺는 것은 십계명의 제6계명에서 금하는 것이다. 예언자들은 간음의 심각성을 알리며 간음을 우상 숭배 죄의 표상으로 보았다.


구약시대 여성들은 사회뿐 아니라 종교적인 면에서도 불리했다. 엄격한 토라, 율법, 랍비 문헌에서 여성의 참석을 금지하는 성전 의식을 실행했다. 이스라엘의 연중행사인 유월절, 초막절, 오순절에도 여성들은 예배에 참석할 수 없었다. 여성들은 율법을 배울 수 없었고 율법 교사가 될 수도 없었다. 여자의 손에 토라가 들어가느니 불에 태워버리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 시대였다.


이스라엘 여성의 위치가 노예와 법률적으로 차이가 나는 것은 단 두 가지였다. 혼인 지참금에 대한 소유권을 가지고 있고, 남편과 이혼·사별할 때 여성에게 지급될 액수가 담긴 혼인 증서를 가지고 있었다. 신약시대에도 여전히 공적인 삶은 철저히 남자들에게만 허용됐다. 집안에서도 딸들은 모든 궂은일을 도맡아 했지만 남자 형제들과 동등한 권리를 가지지 못했다.


예수님이 살았던 시대는 여성의 인권이 보장되던 시대가 아니었지만, 예수님은 여성들을 비하하거나 무시하지 않고 여성도 한 인격체로 받아들이셨다. 어느 날 갈 길 바쁜 예수님의 일행을 막아섰다. 일부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한 여인을 질질 끌고 왔던 것이다. 그 여자는 머리칼은 헝클어져 있고 몸에 피가 흐르고 옷도 찢어져 있었다. 여자는 겁에 질려 떨고 있었다.


“선생님, 이 여자는 간음하다 현장범으로 붙잡혔습니다. 율법에 의하면 이런 여자는 돌로 쳐죽여야 하는데 선생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사실 당시에 간음은 돌로 공개처형을 하는 중죄였다. 교활한 바리사이들이 예수님을 궁지에 몰아넣으려는 수작이었다. 예수님이 그녀를 용서하라면 율법을 거스리는 것이고 율법대로 돌로 죽이라고 한다면 평소 가르침에 위배되는 진퇴양난의 상황이었다. 모든 이들은 예수님을 주목했다. 예수님은 적막을 깨고 별안간 입을 여셨다.


“여러분 중에서 여태까지 죄지은 적이 없는 사람이 저 여자를 돌로 쳐죽이시오.”


나이가 많은 사람들부터 하나둘씩 꽁무니를 빼기 시작했다. 예수님 앞에는 여자만이 남게 되었다. 예수님은 자애로운 눈빛으로 여인을 쳐다보았다. “이제 돌아가라. 그리고 이젠 다시 죄짓지 않도록 하여라.”



글 _ 허영엽 마티아 신부(서울대교구 영성심리상담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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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5-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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