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년 전 신앙 선조들이 순교지로 압송되는 과정을 재현하는 장면이 9월27일 밤부터 1박2일간 충남 덕산 한티고개에서 해미성지까지 펼쳐졌다. 대전교구 유천동본당(주임 윤인용 신부) 청년회(회장 신도리)가 본당 설립 30주년을 기념해 실시한 순교체험 도보성지순례가 그 현장이다.
성당에서 한티고개 압송로까지 차량으로 이동한 청년들은 조별로 서로의 몸을 포승줄로 엮은 채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캄캄한 밤에 이송되는 과정을 그대로 재현했다. 작은 손전등 불빛을 서로 비추며 200년 전 이 곳을 지나간 순교자들의 숨결을 느끼려 애쓰며 정상에 다다른 청년들은 순교자들의 삶을 묵상한 뒤 십자가의 길 기도를 바치며 반대편으로 내려갔다.
이어 무덤체험 시간. 조별로 한사람씩 눈을 가리운 채 안내에 따라 흙이 파인 곳에 눕자 두꺼운 박스 뚜껑이 닫히고 못박는 소리가 들렸다. 흙이 덮히면서 그 속에 누워있던 이는 불안과 두려움에 떨고 나머지 청년들의 구성진 연도소리가 캄캄한 밤하늘에 메아리쳤다.
무덤체험 후 숙소인 해미성지로 이동해 참회예절을 하는 시간에 청년들은 자신의 느낌을 편지로 써 내려갔다. 이 순례에는 본당 청년 회원 40여명이 참석했다.
신기철(안드레아)씨는 서로 불빛을 비춰주며 압송로를 올라가는 과정에서 회원 서로 배려하는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고 말했다. 전유미(로사리아)씨는 무덤에 누우니 사랑했던 할머니가 생각나 못박는 소리에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며 모든 것을 버린 줄 알았는데 아침 해가 떠오르니 새로운 욕심이 생겨났다 고 말했다.
청년회 산하 성지순례단 정재훈(요한) 단장은 지금까지 연중행사처럼 치른 성지순례와는 다르게 본당 설립 30주년에 걸맞게 준비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대전=홍영란 명예기자 saesil@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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