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4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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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 성당 스케치] 베네치아의 산 차카리아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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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르네상스 양식의 성당 가운데, 피에트로 롬바르도의 산타 마리아 데이 미라콜리 성당과 함께 베네치아의 지역 양식을 대표하는 곳으로, 마우로 코두시(Mauro Codussi, 1440-1504)의 ‘산 차카리아 성당’(Chiesa di San Zaccaria, 성 즈카르야 성당)을 꼽을 수 있습니다. 


세례자 요한의 아버지 즈카르야에게 봉헌된 이 성당은 베네치아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산 마르코 대성당과 두칼레 궁전에서 동쪽으로 멀지 않은 곳에 있습니다.


9세기에 비잔틴의 레오 5세 황제는 해상 무역의 요충지로 성장하고 있는 베네치아 공국과 우애를 다지기 위해서 즈카르야의 유해를 기증하였고, 베네치아 당국은 성인에 대한 공경의 표시로 유해를 안치할 성당을 지어 봉헌하였습니다. 이후 10세기에 들어서 베네딕토 수도회가 이 성당을 맡아 재건하였는데, 12세기 초에 발생한 대형 화재로 백 명이 넘는 수도자들이 참사를 당하였습니다. 


화재로 소실된 성당은 방치되어 오다가 15세기에 성당 지하실의 상부에 산 타라시오(San Tarasio) 경당이 세워졌습니다. 그리고 1458년 옛 성당 옆에 새 성당의 신축이 결정되어 안토니오 감벨로(Antonio Gambello)가 건축 총책임자로 임명되었으나, 그가 사망하자 새 성당의 건축은 마우로 코두시에게 맡겨졌습니다.



성당 내부의 평면은 트란셉트가 없는 3랑식 바실리카 형태로서, 단순해 보이는 평면이지만 실제로는 여러 양식이 혼합되어 있습니다. 먼저 네이브가 정사각형 베이를 갖고 크로싱에 돔을 얹는 방식은 산 마르코 대성당에서 가져온 것으로 비잔틴 양식에 해당합니다. 


제대가 있는 앱스 바깥쪽에 반원형의 경당들이 방사형으로 늘어서 있고 앱스와 경당들 사이에 앰뷸러토리(ambulatory, 보행 통로)가 있는 것은 고딕 양식의 요소입니다. 


그리고 바실리카 형태의 선형 평면에, 앱스를 중심으로 하는 방사형의 경당들과 크로싱 상부의 돔 등 중앙집중형 평면의 요소들이 추가되어 선형적 요소를 상쇄한 것은 르네상스 양식의 전형입니다. 이렇게 여러 양식이 나타나는 것은 전임자인 감벨로가 설계한 고딕 양식의 방사형 경당을 코두시가 역으로 이용하여 르네상스 양식으로 표현했기 때문입니다.


성당 외부의 입면은 먼저 출입구가 하나인 것이 특징입니다. 3랑식 평면의 경우 양측 아일에 해당하는 부분에 부출입구가 있는 것이 보통이지만, 이 성당은 블라인드 형태를 포함한 어떤 출입구 흔적도 갖고 있지 않습니다. 또한 성당의 파사드는 층마다 그 형태가 다릅니다. 이것은 성당을 올리는 단계마다 다른 양식이 적용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한데, 특히 1층과 2층에서 확연한 차이가 나타납니다. 


감벨로의 설계로 추측되는 1층의 외관은 중세의 형태를 띠고 있으면서 건물 전체로 보면 일종의 기단 느낌을 줍니다. 벽면은 석재로 격자를 만들고 채색 대리석으로 채워 기하학적으로 장식하였고, 벽기둥의 모서리는 가늘게 꼬인 기둥 형태로 장식하였습니다. 그 위로 세 개 층의 본체가 올라가고 최상층의 반원형 박공 아래로 중간층이 한 개 더 있습니다.


산타 마리아 데이 미라콜리 성당 역시 수직으로 세 개 층을 이루고 있지만, 이 성당은 총 여섯 개 층으로 구성된 셈입니다. 2층의 입면은 아일에 해당하는 양쪽 끝에 두 개씩 총 네 개의 아치창이 있고, 그 외에는 모두 블라인드 아치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블라인드 아치 상부의 반원 아치에는 조개껍데기 문양이 있는데 이는 토스카나식 로마네스크 양식을 떠올리게 합니다. 


파사드 전체의 네이브와 아일을 구분하는 기둥은 일치되어 있으나, 그 사이의 개구부는 서로 일치하지 않습니다. 1층은 격자형 벽면이고, 2층은 네이브에는 일곱 개의 구획이, 양쪽 아일에는 네 개의 구획이 있습니다. 이것이 3층에서는 네이브에 다섯 개, 아일에 세 개로 줄어듭니다. 또한 기둥의 형태 역시 상층부로 올라가면서 벽기둥에서 가는 쌍기둥으로 변화됩니다.


또한 반원형 곡면을 이용해서 네이브와 아일의 층고 차이를 파사드에 반영한 점은 알베르티의 산타 마리아 노벨라 성당의 파사드를 연상시킵니다. 그 결과로 반원형의 박공이 형성되었고 여기에 베네치아 고유의 장식주의가 더해졌습니다. 벽체와 벽기둥 등의 건축 요소들이 입체감을 형성하고, 많은 수의 소형 부재로 음영 효과가 나타나며, 층과 층 사이의 수평 부재는 두 겹으로 처리하였습니다. 이것은 일종의 조각 개념이 건축의 원리로 치환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고전의 요소를 사용할 때도 조각주의 전통이 적용되었습니다. 반원형 박공과 엔태블러처(프리즈)의 장식, 그리고 그 끝 지점의 조각물은 베네치아에서 조각주의가 강한 면모를 보여준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반원형 박공과 장식주의 등은 산타 마리아 데이 미라콜리 성당과 공통되는 요소로, 베네치아 르네상스의 지역 양식이 어느 정도 형성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마우로 코두시의 다른 작품으로 1490년에 착공한 산타 마리아 포르모사(Santa Maria Formosa) 성당을 들 수 있습니다. 성당의 내부는 3랑식 바실리카에 돔 천장이 있는 구조로 성 마르코 대성당과 유사합니다. 돔은 크로싱 외에도 아일의 천장에 사용되었고, 네이브의 천장은 그로인 볼트로 되어 있습니다. 이 역시 선형 평면에 중앙집중형 요소를 강화한 르네상스 양식의 전형적인 형태를 보여줍니다.


외부의 파사드에는 브루넬레스키의 엔태블러처가 있는 벽기둥과 알베르티의 거대 기둥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리고 기둥 사이로 신전 파사드의 페디먼트와 개선문형 아치, 토스카나식 로마네스크의 반원 아케이드가 구성되어 있습니다. 또한 이 성당에도 베네치아의 조각주의가 장식 요소로 사용되었습니다. 15세기 말에서 16세기 초에 지어진 이 성당은 10년 앞선 산타 마리아 데이 미라콜리 성당과 산 차카리아 성당과 비교했을 때 단순함이 돋보이는데, 이는 전성기 르네상스의 시작을 예고하는 것입니다.



글 _ 강한수 가롤로 신부(의정부교구 건축신학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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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5-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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