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프란치스코 교황 장례식에서는 간소화된 장례 예식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장례 절차 간소화의 의미와 배경을 김영규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프란치스코 교황은 재임 기간 중 여러 차례 장례 절차를 대폭 간소화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밝혔습니다.
결국 이는 지난해 4월 교황 장례 예식서 개정을 통해 공식화됐습니다.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는 매장 장소입니다.
역대 교황들의 전통적인 매장 장소인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 지하 묘지 대신, 성모 마리아 대성전에 묻히기를 원했습니다.
또 전통적으로 사용돼 온 삼중관 대신 아연으로 내부를 댄 단순한 목관 하나만을 사용하도록 했습니다.
교황의 시신을 일반에 공개해 조문객들이 참배하는 방식에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시신을 안치하는 화려하게 장식된 높은 단상인 '카타팔크'를 사용하지 않도록 했습니다.
교황의 시신은 뚜껑이 열린 관 안에 안치된 채로 바닥이나 낮은 받침대 위에 놓여 일반 조문객들을 맞이했습니다.
운구 행렬도 변경됐습니다.
교황의 시신이 담긴 관은 산타 마르타의 집 경당에서 성 베드로 대성전으로 운구됐습니다.
대신 이전처럼 사도 궁전을 경유하는 절차는 생략되고 산타 마르타 광장과 로마 순교자 광장을 경유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 절차 간소화는 크게 교황직의 탈권위주의와 복음적 가치 강조, 그리고 개인적 신념의 반영, 시대 변화의 수용이란 의미로 해석됩니다.
삼중관과 카타팔크 등 역대 교황의 세속적 권력과 위엄을 상징했던 요소들의 제거는 교황직의 탈권위주의 실천을 상징합니다.
나아가 교황직을 세속 군주가 아닌 영적 지도자, 즉 '목자'로서의 역할에 더 초점을 맞추려는 노력의 일환입니다.
아울러 재임 기간 중 교황이 보여준 소탈한 행보와도 일맥상통합니다.
또 화려함과 장엄함이 아닌 단순함과 겸손함을 선택했습니다.
이는 가난한 이들을 우선시하고 청빈을 강조했던 교황의 복음적 메시지를 마지막 순간까지 일관되게 전달했습니다.
특히 성모 마리아 대성전을 안장지로 선택한 것은 제도적 전통보다 성모 신심을 우선시한 결정으로 교황 개인의 영성과 선택을 존중했습니다.
과거의 권위적인 모습에서 벗어나 보다 인간적이고 신자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교회의 모습도 장례를 통해 보여줬습니다.
이렇듯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 절차 간소화는 교황 장례 역사에 있어 중요한 전환점을 마련했습니다.
교황이 남긴 변화는 앞으로 가톨릭교회가 전통을 어떻게 계승하고 시대에 맞게 변화시켜 나갈 것인지에 대한 지속적인 성찰의 계기를 제공할 전망입니다.
CPBC 김영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