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7일
사목/복음/말씀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생활속의 복음] 부활 제4주일, 성소 주일 - 가족이 되어주실래요?

이계철 신부 (서울대교구 주교좌 기도사제)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부활 제4주일 복음은 착한 목자와 목자를 따르는 양에 관한 말씀으로, 착한 목자이신 예수님을 본받아 많은 이가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하고 사랑과 봉사의 길을 걷도록 기도하는 성소 주일로 지냅니다.

성소(聖召)는 말 그대로 ‘거룩한 부르심’ 곧 하느님의 부르심을 뜻합니다. 모든 신자는 거룩하고 훌륭한 성직자 수도자와 함께 신앙생활을 하고 싶으실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성직자·수도자가 거룩하고 훌륭한 성직자·수도자일까요? 여기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신자분들의 다양한 의견에 모두 충족되는 성직자·수도자는 아마 한 명도 없을 것입니다. 그건 예수님께서도 못하셨던 일이었지요.

일전에 어느 신부님으로부터 들은 이야기입니다. 그 신부님이 본당에 발령받고 이동해 부임 첫 주일 미사를 드렸습니다. 미사를 마치고 교우들과 인사를 나누는 중에 연세 지긋하신 어르신 한 분이 신부님 앞으로 다가오셨습니다. 그리고 중절모를 벗고 허리를 굽혀 정중하게 인사를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신부님도 황송해 하며 함께 정중히 인사드렸습니다. 신부님은 어르신께 젊은 사제인 제게는 과분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러자 어르신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신부님께서는 우리 본당의 가장 큰 어른이십니다. 신부님은 본당의 가장 나이 많은 신자보다도 연세가 한 살 더 많으신 분이시라고 저는 배웠습니다. 신부님께서 저희 본당에 발령받아 오셔서 저는 매우 기쁩니다. 부족하고 아는 것 없는 저희 신자들을 엄하게 가르쳐주시고 바르게 이끌어주십시오. 저도 ‘착한 양’처럼 신부님을 목자로 모시고 따르는 신자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그 본당은 어린이부터 학생·청년·중장년 어르신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훌륭하셨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신부님은 본당 교우들을 더 많이 아끼고 사랑했고 사제로서 더 노력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 본당 교우들은 사제·수도자와 함께 화합하고 일치하면서 행복한 신앙 공동체를 이뤄나갔다고 합니다.

꿈같은 이야기일까요? 여러분의 공동체 이야기여야 할 것입니다. 내 마음에 들고 나에게 잘해주는 신부가 훌륭하고 좋은 신부가 아니라, 하느님 뜻을 찾고 하느님께 가까운 신부가 훌륭하고 좋은 신부입니다. 열심한 교우는 열심치 않았던 사제도 열심하게 만듭니다. 그러나 아무리 훌륭하고 좋은 사제라도 교우들의 마음이 닫혀 있으면 그 공동체는 하느님께 나아갈 수가 없습니다. 서로 행복하지 못합니다.

성소 주일은 사제성소와 수도성소와 혼인성소를 이루고 있는 서로의 성소를 위해 기도하는 날입니다. 모든 성소가 조화롭게 행복한 사랑의 공동체를 이뤄가기 위해 노력하는 날입니다. 그리고 특히 사제와 수도자가 많이 봉헌되도록 기도하고, 모든 성소자가 하느님 뜻을 따라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다짐하는 날이기도 합니다.

사제와 수도자에게는 교우분들이 가족입니다. 바로 여러분의 아버지요 어머니이며, 형제요 자매이고, 아들이요 딸입니다. 그 마음으로 사랑의 공동체를 이룬다면 그 공동체는 참으로 행복하고 축복받은 공동체입니다.

성소 주일을 맞아 신앙 공동체에 성직자·수도자·평신도 모두가 서로 사랑하고 위하며 감싸주는 사랑의 공동체이길 기원합니다. 사제 수도자가 많이 나오는 공동체이기를 기원합니다. 그리고 특별히 수도성소와 사제성소를 받은 모든 이들이 온전히 그리스도께 온 생애를 봉헌하며 그 길을 끝까지 잘 걸어갈 수 있도록 진심 어린 마음으로 기도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이계철 신부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5-05-07

관련뉴스

말씀사탕2025. 5. 7

루카 4장 18절
주님께서 나에게 기름을 부어 주시니 주님의 은혜로운 해를 선포하게 하셨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