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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엽 신부의 성경 속 인물] 세례자 요한의 머리를 원한 악녀 헤로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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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사에는 3대 악녀(惡女)가 있다. 바로 한나라의 여태후(呂太后)와 당나라의 측천무후(則天武后), 청나라의 서태후(西太后)이다. 이들은 높은 권력을 쥐락펴락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무참히 죽였고 나라의 근간을 크게 흔들었다.


한나라의 초대 황제, 유방의 부인인 여태후는 유방의 소실, 척부인과 그녀의 아들인 유여의와 갈등이 심했다. 자신의 아들, 혜제가 왕위에 오르자 유여의를 독살하였고 척부인은 산 채로 손발을 자르고 눈을 뽑고 약을 먹여서 귀머거리로 만든 다음에 돼지우리에 던져버렸다. 중국사에서 유일한 여황제인 당나라 측천무후는 자신이 황후 자리에 오르는 데 반대한 공신들을 모두 무자비하게 숙청했다. 일설에 의하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아들과 딸마저 죽였다고 하니 악녀가 맞다. 청나라의 서태후는 3명의 황제가 집권하는 동안 권력을 휘둘렀다. 그녀는 아들들이 나이가 어려 수렴청정했는데 아들이 성인이 되어 갈등이 생기자 황제들을 죽였다. 당시 국제 열강의 침략으로 청나라의 국력이 쇠퇴하고 있는 중에도 서태후의 생각은 오로지 자신의 권력 유지였다. 악녀들의 행동은 일종의 사이코패스 성형을 보인다. 다른 이의 고통에 전혀 공감을 못 하며 살인에 대한 죄책감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신약성경 속에서 헤로디아는 그의 딸과 함께 대표적인 악녀이다. 그는 필립보 임금과 결혼했다가 이혼하고 시숙 헤로데 안티파스와 결혼하였다. 세례자 요한은 여러 차례 헤로데 왕에게 “동생의 아내를 데리고 사는 것은 왕으로서 법도에 맞지 않다”고 계속 진정했다. 헤로데는 군중들의 여론이 두려워 일단 세례자 요한을 감옥에 가두었다. 비판을 받은 헤로디아의 마음은 세례자 요한을 죽이는 것에 혈안이 되어있었다.


마침 헤로데의 생일 축하를 위한 연회에서 헤로디아의 딸인 살로메가 춤솜씨를 뽐냈다. 헤로데는 기뻐서 살로메에게 “소원을 말해보아라. 무엇이든지 들어주겠다”고 했다. 헤로디아는 지체 없이 살로메에게 “세례자 요한의 머리를 달라”고 귀띔했다. 헤로데도 세례자 요한이 의로운 사람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어쩔 수 없이 병사를 보내 세례자 요한의 머리를 가져오게 했다.


잠시 후 경비병은 세례자 요한의 머리를 쟁반에 담아 돌아왔다. 사람들은 피가 흐르고 있는 세례자 요한의 머리를 보고 아연실색했다. 살로메는 쟁반에 담긴 세례자 요한의 목을 받아서 헤로디아에게 주었다. 헤로디아는 세례자 요한의 머리를 보면서 너무 기뻐했다.


헤로디아와 살로메와 같은 인물은 정말 비정하고 무섭다. 자신을 비난한다고 해서 살인도 주저하지 않는 비정함이 끔찍하다. 인간의 악행은 도대체 어디까지 갈까? 자신에게 상처를 준 사람에게 복수하고 싶은 마음은 사실 우리 모두가 갖고 있는 감정이다. 중요한 것은 정말 실행에 옮기는가이다. 인간은 분노와 화를 잘 조절하지 못하면 한순간에 파멸할 수 있다.



글 _ 허영엽 마티아 신부(서울대교구 영성심리상담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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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5-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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