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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엽 신부의 성경 속 인물] 성령을 돈으로 사려고 했던 마술사 시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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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중반 이스라엘의 마술사 유리 겔라는 우리나라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그는 방송에서 염력이나 텔레파시를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TV 앞에 아이들이 삼삼오오 앉아 숟가락을 들고 함께 구부리려 그의 말에 집중하는 장면은 지금도 생생하다. 유리 겔라는 숟가락을 구부리는 것뿐 만 아니라, 고장 난 시계 고치거나 손가락으로 사람을 들어올리는 등의 시연도 선보였다.


외국에서 마술사라는 말에는 ‘아티스트’란 의미가 있다. 마술사란 기묘한 현상처럼 보이는 속임수나 환상을 자연적인 방법으로 연출해 관객을 즐겁게 하는 일종의 공연 예술가란 의미다. 대부분의 마술은 마술사의 행동에 주의를 끌게 해 관객의 시선을 다른 곳에 집중시켜 눈속임을 눈치채지 못하게 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마술의 역사는 상당히 오래됐는데 마술사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직업 중 하나로 꼽히곤 한다. 중세 유럽에서는 마술사들이 악마를 위한 의식을 행하는 자로 여겨져 탄압을 받기도 했다.



신약성경에도 사마리아 지역의 마술사 시몬이란 사람이 등장한다. 사람들은 마술사가 미래를 예언하고 병을 낫게 하거나 미래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었다. 사마리아 지역은 아시리아의 지배를 받아 다른 이방 지역처럼 주술적 믿음이나 마술 등 이교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래서 우상숭배가 만연했고 잡신들의 기운이 강해 유다인들은 사마리아 사람들과의 접촉을 꺼렸다.


오늘날도 사람들은 무언가 일이 잘 안 풀리거나 미래의 운세를 알기 위해 점쟁이를 찾는 경우가 많다. 구약성경에도 예언자들은 이방인의 마술 행위를 끊임없이 고발한다. 마술 행위는 결국 유다인의 하느님에 대한 믿음에 해를 주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예루살렘에서 사마리아에 내려온 필립보가 부활한 예수 그리스도를 전하고 기적을 행하자 많은 이가 세례를 받게 됐다. 마술사 시몬도 필립보를 찾아가 그의 말과 기적 행위를 보고는 깜짝 놀랐다. 자신은 상상하지도 못할 일들이 필립보를 통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그는 필립보에게 세례를 받고 신자가 됐다. 그러나 그의 신앙은, 필립보처럼 기적을 행하고 싶은 욕망에서 비롯된 것이었기에 여러모로 부족함이 있었다.


얼마 후 사마리아 지방에 베드로와 요한이 내려와 아직 성령을 받지 못한 사마리아 사람들에게 성령을 받도록 기도했다. 사도들이 오순절 날의 체험처럼 , 불길처럼 성령을 내려보내자 치유와 예언 등 많은 기적이 일어났다. 시몬은 갑자기 돈을 챙겨 사도 베드로에게 가서 사도들처럼 기적을 행할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하느님의 성령을 돈을 주고 사려했던 마술사 시몬에게 베드로는 따끔하게 충고한다.


신앙을 갖는 동기는 여러 가지이다. 한 선배 사제는 공소에 오시는 신부님이 김을 드시는 모습을 보고 자기도 마음이 동해 신학교에 왔다고 했다. 우리가 계속해서 회개하고 하느님께 나아가려고 노력하며 뉘우친다면 진정한 신앙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글 _ 허영엽 마티아 신부(서울대교구 영성심리상담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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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5-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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