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자 카를로 아쿠티스의 어머니 안토니아씨가 2023년 미국 뉴저지의 한 성당에 복자의 유해와 함께 마련된 공간을 찾아 기도하고 있다. OSV
코로나19 팬데믹이 막 시작된 2020년 4월, 저는 복자 카를로 아쿠티스의 어머니 안토니아씨와 왓츠앱으로 통화한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15년이라는 짧지만 치열하고 거룩하게 살았던 복자의 삶도 감동이지만, 아들의 삶과 죽음, 그 영성을 세상에 전하고자 온 삶을 바치는 어머니와의 대화도 참으로 신기하고 벅찬 경험이었습니다.
그녀는 아들이 지은 성체 기적 이야기인 「하늘 나라로 가는 비단길」의 한국어 번역을 제게 기쁘게 허락했을 뿐만 아니라, 아들이 살았던 신앙의 길을 꽤 오랜 시간 들려주었습니다. 그러한 말과 태도에서 생전에 카를로가 얼마나 활기차고 적극적으로 믿음을 실천하고 전했을지 자연스레 떠오르더군요.
힌두교인 라제시의 개종
카를로는 특히 다른 종교를 믿는 이들을 그리스도교로 이끄는 데에 열정을 쏟았습니다. 집안일을 도와주던 인도 출신 힌두교도인 라제시를 개종시킨 이야기가 대표적입니다. 라제시는 유명한 인도 배우를 닮았다고 자부하며 그를 흉내내어 사진찍기를 즐겼고, 멋진 옷을 사는 데 월급을 다 써버리곤 했다고 합니다.
카를로는 그가 겉모습보다 내적인 삶을 가꾸도록 매일 기도하면서 가톨릭 교리를 그에게 가르쳤습니다. 마침내 그리스도인이 된 라제시는 이렇게 증언했습니다. “카를로는 자주 성경·교리서·성인전으로 저를 이끌었어요. 카를로는 교리서를 거의 외우고 있었고, 성사의 중요성에 대해 정말 훌륭하게 설명했죠. 어른들도 설명하기 힘든 신학적 개념까지도요! 그는 탁월한 교사이자 모범이었습니다. 제가 세례를 결심한 건 카를로의 깊은 믿음과 사랑·순수함에 감동했기 때문입니다.” 이후 라제시는 카를로와 함께 매일 저녁 집 근처 광장과 공원을 돌며 노숙인들과 음식을 나누는 사랑의 실천에서도 동반자가 되었습니다. 카를로는 무려 11살부터 이처럼 유능한 교리교사였습니다.
카를로는 어린이들에게도 이렇게 격려했습니다. “너를 거룩함으로 빠르게 이끌어줄 특별한 비결이 있어. 언제나 이걸 기억한다면 너도 성인이 될 수 있어!” 바로 다음과 같은 간단하고도 핵심적인 요점으로 자료를 만들어 주변 친구들을 가르친 거죠. 일명 ‘성인이 되는 법 키트’입니다.
카를로 아쿠티스는 어린 나이에도 놀라울만큼 깊은 신심으로 주변을 신앙으로 이끌었다. ‘성인이 되는 법’ 키트에 “온 마음을 다해 주님을 사랑하기. 아직 그런 마음이 없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주님께 청하기”라고 적혀 있다. 출처=www.carloacutis.com
‘성인이 되는 법’ 키트
①온 마음을 다해 주님을 사랑하기. 아직 그런 마음이 없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주님께 청하기.
② 매일 미사에 참여하여 성체를 받아 모시기.
③ 매일 묵주기도 바치기.
④ 매일 짧은 성경 구절 읽기.
⑤ 가능한 한 자주 예수님께서 참으로 현존하시는 감실 앞에서 성체조배 하기. 놀라울 만큼 성덕이 자라날 것임.
⑥가능한 한 매주 고해성사를 보고 사소한 죄라도 고백하기.
⑦ 주님과 성모님 앞에서 자주, 다른 이를 돕기로 결심하고 약속하기.
⑧ 내 가장 친한 친구, 수호천사에게 끊임없이 도움을 청하기.
예수님과 대화하기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자의 교서 「오래된 직무」(Antiquum Ministerium)로 평신도 교리교사 직무를 제정하고, 2024년 1월 21월 두 명의 한국인을 포함해 세계 각국에서 온 9명의 교리교사에게 직무를 수여하셨습니다. 복자 카를로 아쿠티스가 살아있다면 아마도 그 자리에 있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교회가 인정한 또래 사도’라는 별명을 하나 더 얻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나서 아마 전 세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겠지요? 그가 늘 하던 말처럼요.
“우리는 2000년 전 예수님 시대에 살았던 사람들보다 훨씬 큰 행운을 누리고 있어요. 왜냐고요? 그들은 팔레스타인의 거리에서 예수님을 직접 만나고 대화할 수 있었겠지만, 항상 많은 군중으로 둘러싸여 계신 예수님과 대화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였을 거예요. 그렇지만 우리는 달라요. 예수님을 만나려면, 집에서 나와 가까운 성당에 가는 것으로도 충분하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