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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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들은 과연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김용은 수녀의 오늘도, 안녕하세요?] 114. 나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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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들은 자신의 삶의 주인공으로 살고 있을까? 경쟁교육 일변도의 한국 사회 속 서울 대치동 한 건물에 학원 간판이 즐비하게 붙어있다. 뉴시스

오래전 팝스타 마돈나는 마이클 잭슨의 추도사에서 자신과 그가 참 많이 닮았다고 말했다. 나이도, 고향도, 가족 구성까지도 비슷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단 하나, 결정적인 차이가 있었다. 마돈나는 여섯 살에 어머니를 잃었고, 마이클은 여섯 살에 스타가 되었다는 것이다.

마돈나는 어린 시절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어머니상을 찾아 헤맨 아동기를 보냈지만, 마이클은 명성과 부를 손에 쥐고 화려한 무대 위에서 어른보다 더 바쁜 시기를 보냈다. 마돈나는 말했다. 자신은 어머니를 잃었지만, 마이클은 아동기 전체를 잃었기에 더 불우했다고. 그는 영웅이었지만 결국 한 인간이었고, 세상의 이목을 한몸에 받는 스타였지만 돌아갈 본향이 없어, 누구보다 외로웠을 것이라고.

우리 대한민국의 아이들은 어떤가. 마이클 잭슨이 화려한 무대 위에서 아동기를 잃었다면, 우리 아이들은 책상 앞에서 아동기를 잃고 있는 것은 아닐까. 명성이라는 짐을 진 마이클처럼 우리 아이들도 ‘성공’이라는 짐을 짊어진 채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게 된다. 놀이터가 아닌 학원에서, 자연이 아닌 디지털 공간에서, 너무 이른 나이에 경쟁의 무대에 내몰려 ‘아이다움’을 잃어가고 있다. 출산율보다 더 심각한 것은 ‘아이다움’을 지닌 아이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 아닐까. 최근 유니세프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어린이들은 학업 능력은 뛰어나지만 정신 건강과 신체 건강, 삶의 만족도는 매우 낮은 수준이다. ‘공부만 잘하는 나라’라는 진단은 참으로 씁쓸하다.

교육열과 학벌주의의 상징인 대치동 학원가에서 본 풍경은 조기 경쟁의 극단처럼 보였다. 네 살부터 사교육을 시작하고, 초등학교 입학 전 ‘7세 고시’까지 준비한다는 현실에서 도대체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이토록 이른 경쟁이 필요한지 의문이 든다. 경쟁 중심의 교육 시스템, 성공해야 한다는 사회적 압력, 타인의 시선에서 비롯된 불안감이 원인일까? 어쩌면 이 모든 것이 우리도 모르게 ‘스스로 경쟁에 중독된 사회’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최근 정치적 혼란 속에서 한 학자가 ‘경쟁교육이 한국 사회를 망치고 있다’며 ‘교실은 전쟁터’라고 신랄하게 비판하는 것을 들었다. 그가 한국 엘리트들의 미성숙과 오만을 지적하며 우리 교육의 민낯을 통렬히 드러내는 그 말이 유독 가슴 아프게 들렸다.

왜일까? 무엇 때문에 우리는 그렇게 달려가는 걸까? 좋은 학교, 높은 스펙, 안정된 직장, 그리고 물질적 풍요를 얻기 위해서일까? 우리 교육은 ‘경쟁’에 몰두하는 사이, 삶의 가치는 점점 ‘소유’ 중심으로 기울고 있다. 물질은 더 이상 삶의 조건이 아니라 목적이 되었고, 인간 존재는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 이제 교육마저도 ‘경쟁력 있는 상품’을 만들어내는 도구로 환원되었고, ‘좋은 대학’과 ‘안정된 직장’은 부모가 자녀에게 주고 싶은 최고의 선물이 되었다.

에리히 프롬은 「소유냐 존재냐」에서 묻는다. “만약 나=나의 소유물이라면, 그 소유물을 잃었을 때 나는 누구인가?” 실제로 많은 이가 물질을 잃으며 존재 의미마저 함께 상실한 채 살아간다. 돈 때문에 생을 포기하거나, 재산 문제로 가족이 갈라지는 일이 낯설지 않다. 이런 현실 속에서 우리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 교육의 본질은 마음껏 뛰놀며 자유롭게 탐구하고,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하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면서 ‘나답게’ 성장하도록 돕는 것 아닐까? 그러나 속도와 성과 중심의 시스템 안에서 ‘자기다움’은 여전히 불편한 변수로 취급된다. 아이들은 점점 내면의 목소리를 잃고, 남이 정해준 길 위에서 자신을 증명하느라 지쳐간다.

공부만 잘하는 나라. 그러나 정신도, 신체도 허약하고 무엇보다 아이들이 행복하다고 느끼지 못하는 나라. 그래서 다시 묻는다. “나는 나의 주인인가?” 그리고 우리 아이들은 과연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영성이 묻는 안부>

얼마 전 한 대학에서 강의했습니다. 학생들에게 ‘나다운 것’이 무엇인지 물었지요. 그런데 대부분은 진정한 ‘나다움’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었고, ‘나’로 살아갈 힘도 부족해 보였습니다. 치열한 학업 경쟁과 디지털 환경 속에서 아이들이 자기다움에서 오는 행복을 잃어가고 있는 건 아닐까 걱정스러웠습니다. 경쟁과 소유가 최고의 가치가 된 오늘의 교육 현실은 아이들의 마음과 몸의 건강마저 위협하고 있습니다. ‘자기다움’을 잃는 것은 곧 영혼의 소외와 같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속도와 성과에만 몰두하는 시스템을 넘어서 ‘나’를 깊이 들여다보고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영성적 성찰을 배우면 좋겠습니다.

부모가 자녀에게 물려줄 수 있는 것이 ‘좋은 학교’ ‘안정된 직장’일 수도 있겠지만, 결국 가장 소중한 것은 스스로 살아갈 힘을 길러주는 일이 아닐까요?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자신을 지켜낼 힘은 남과 비교하지 않는 ‘자기다움’에서 옵니다. 자기답게 살아갈 때, 부모가 곁에 없는 세상에서도 아이들은 충분히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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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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