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에 따르면 딤프나 성녀는 켈트족 이교도 족장의 딸로 아일랜드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럼에도 딤프나는 그리스도인이었던 어머니 신앙 아래서 유아세례와 신앙 교육을 받으며 자랐습니다. 어린 나이에도 딤프나는 결혼하지 않고 일생을 그리스도께 봉헌하는 삶을 살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러나 얼마 후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면서 예상치 못한 시련이 찾아왔습니다. 아내를 잃은 슬픔을 견디지 못한 아버지가 점점 광기 어린 사람으로 변해가는 것이었습니다. 아버지는 재혼을 권하는 신하들의 강력한 요청을 받아들여 아내와 같은 여성을 찾았으나 그 뜻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그는 결국 아내를 닮은 딸 딤프나와 혼인하려는 끔찍한 생각을 품게 됩니다.

딤프나는 아버지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궁을 빠져나와 자신의 고해사제인 제레베르노 성인을 찾아갔습니다. 그리고 그의 도움을 받아 오늘날 벨기에의 플랑드르 지방에 있는 안트베르펜으로 피신했습니다. 이때 딤프나를 도운 제레베르노 신부와 두 명의 동료도 같이 피신했는데, 이들 모두 안트베르펜 근교 겔이란 곳에 기도처를 세우고 은수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딤프나는 겔에 정착해 은수자로 살면서 그 지역 가난하고 병든 이들을 위한 쉼터를 짓고, 기도와 봉사에 전념했습니다. 그러나 분노한 딤프나의 부친은 사람들을 동원해 딸의 행적을 추적했고, 오래지 않아 딸과 그 동료들의 은신처를 찾았습니다. 병사들과 함께 들이닥친 그는 제레베르노 신부와 두 명의 동료를 살해하고, 딤프나에게 아일랜드로 돌아갈 것을 강요했습니다. 하지만 딤프나가 끝까지 거부하자 칼을 뽑아 자신의 딸을 참수했다고 합니다. 이때 딤프나의 나이는 고작 15살이었습니다. 딤프나와 제레베르노 신부의 시신은 겔의 주민들에 의해 수습되어 근처 동굴에 안장됐습니다.

오랜 시간이 흐른 13세기 무렵, 마을 사람들은 동굴에서 빛나는 관에 안치된 두 유해를 발견합니다. 딤프나의 관에는 ‘거룩한 동정 순교자 딤프나’라고 새겨진 판이 놓여있었습니다. 이들의 유해는 새로운 묘에 안장되었고, 딤프나에 대한 순교록도 작성되었습니다. 14세기에는 딤프나를 기념하는 새로운 성당이 겔에 건립되었고, 그들의 유해 또한 새로 마련한 무덤에 안장되었습니다. 제레베르노 신부의 유해는 후에 독일 크산텐 지역으로 다시 이장되었습니다.

그때부터 유럽 전역에서 많은 순례자가 딤프나의 무덤을 찾아가 기적을 경험했습니다. 그의 무덤에서 기도하면서 뇌전증(간질)과 정신이상으로 고통받던 이들이 치유되는 기적이 많이 일어났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딤프나는 신경 · 정신 관련 병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의 수호성인으로 공경을 받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