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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의 낭떠러지에서 찾은 희망

[한민택 신부의 금쪽같은 내신앙] (101) 희망의 증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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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찾는 방법 중 하나는 신앙을 걷고 있는 사람들 중 시련이나 병고 혹은 죽음을 겪는 이들에게 배우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고귀하고 성스러운 존재이듯 죽음에 대해 겪는 모든 사람의 경험은 소중하다. 우리는 모두 죽음이라는 어렵고도 힘든 관문을 거쳐야 하며 죽음에 이르기까지 극심한 고통과 번민, 외로움과 쓰라린 아픔을 경험해야 하고, 죽음 앞에서 희망이라는 문제로 씨름해야 한다.

희망의 실마리를 찾는 방법은 바로 그러한 ‘희망의 증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것이다. 성경에 등장하는 욥이라는 인물은 불의한 고통을 받는 의인의 상징으로, 한계상황에서 하느님께 탄원을 올리고 하느님과 논쟁하고 씨름하며 싸운 이다. 그는 하느님 앞에 서서 그분과 함께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으며, 결국 하느님을 만나고 높은 지혜의 차원에 다다를 수 있었다.

구약의 시편에도 하느님께 드리는 하소연이나 탄원 같은 시가 다수 발견되는데, 독일의 발터 카스퍼 추기경은 「자비」(가톨릭출판사)라는 저서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구약 성경의 탄원 시편들(6, 13, 22, 31, 44, 57장 등 참조)은 모두 하느님에게 버림받은 커다란 곤경에서 나온 것으로, 커다란 실존적 충격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그럼에도 이 시편들은 결코 절망으로 마무리되는 것이 아니라, 곤경을 겪는 자기 곁에 하느님이 계시다는 확신으로 마무리됩니다. 탄원 시편마다 그처럼 하소연에서 찬미로 극적인 반전이 일어납니다. 탄원 시편들은 하소연과 비난·절망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한결같이 찬미와 감사로 끝납니다.”

신앙인이 고난 중에 드리는 외침은 그의 기도를 하느님과의 ‘거래’가 아닌, 내적인 ‘정화’의 자리이자 희망을 배우는 ‘학교’가 되도록 한다. 우리가 희망하고 의지해야 할 대상이 오직 하느님뿐임을 깨닫는 것이다. 한국에서 선교사 활동하시다 1839년 9월 21일 순교한 프랑스 선교사 샤스탕 신부는 다음과 같은 편지글을 남겼다.

“제가 조선대목구에 들어온 바로 그때 서울의 감옥에서 5명의 신자가 고문을 받고 있었습니다. 그 신자들이 받던 고문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저는 마음이 아주 약해져 무서운 생각이 들어 몸을 떨었습니다. 그 후로는 저에게 은총을 주신 천주님께서는 두려운 마음이 더 이상 들지 않게 해주셨습니다. 감옥에서 고문을 인내하면서 굳게 견디는 신자들 가운데, 저한테서 성사를 받은 많은 구 신자들과 새 신자들도 있고, 15살이나 10살밖에 안 된 아이들도 있습니다. 고문을 꿋꿋하게 견디는 이들은 감옥 밖에 있는 신자들과 비신자들의 감탄을 자아냈고 저희들의 마음을 놀랄 정도로 강하게 하였습니다.”(1839년 9월 1일 자 편지)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힘찬 증언도 우리 마음에 희망을 향한 열정을 불어넣는다.

“여러분은 젊고, 교황은 늙었습니다. 여든두 살의 삶이 스물두 살의 삶과 같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교황은 아직도 희망과 염원을 여러분과 완전히 같이합니다. 비록 제가 가혹한 전체주의 체제 아래에서 많은 어둠을 헤치며 살아왔지만 여러 가지 증거를 목격하면서 젊은이들의 마음속에 영원히 용솟음치는 희망을 완전히 억누를 만큼 큰 어려움이나 두려움은 없다는 강한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여러분은 우리의 희망입니다. 젊은이는 우리의 희망입니다. 희망을 버리지 마십시오! 여러분의 인생을 희망에 맡기십시오!”(2002 토론토 세계청년대회 강론 중)

희망의 증인들은 절망이 위협하는 우리 삶 한가운데서 희망을 잃지 말고 계속해서 희망을 찾아 싸우라고 독려한다.



한민택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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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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