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자 카를로 아쿠티스는 성모님을 깊이 사랑하며 성모성지 순례를 좋아했다. 카를로가 포르투갈 파티마 성모성지를 순례하며 찍은 사진. 출처=www.carloacutis.com
스카풀라 즐겨 착용
일곱 살 카를로는 어느 날 가르멜 수도회 신부님께 작은 스카풀라를 선물로 받았습니다. 그때부터 카를로의 성모님 사랑은 더욱 커져갔습니다. 그는 위험에서 보호해주신다는 성모님의 약속을 굳게 믿고 자신을 성모님께 봉헌한다는 표지로 이 스카풀라를 즐겨 착용했습니다.
스카풀라는 본래 수도자들이 입는 소매 없는 겉옷에서 유래했는데, 아침마다 그것을 입으면서 하루를 하느님께 온전히 바치고 봉사의 삶과 그에 따른 십자가도 기꺼이 받아들인다는 다짐의 의미를 지녔습니다. 그리고 성모님 발현에 힘입어 준성사로 자리 잡게 됩니다.
1251년 가르멜 수도회 원장 시몬 스톡 성인에게 발현하신 성모님께서는 스카풀라를 특별한 은총의 표지로 주시며 이렇게 약속하셨습니다. “누구든 죽는 순간까지 이 스카풀라를 착용한다면 지옥 불의 고통을 면할 것이다. 이는 구원의 상징이요 위험으로부터 지켜줄 방패이며 평화의 약속이다.”
카를로는 성모님의 이 약속을 마음 깊이 담았고, 성모님 발현에 대한 또 다른 이야기들도 접하게 되었습니다. 1917년 포르투갈 파티마에서 발현하신 성모님께서는 세 목동 앞에 묵주와 스카풀라를 들고 나타나셨습니다. 또 “가시에 찔린 내 심장을 보아라”라고 말씀하시며, 은총을 외면하는 사람들 때문에 고통당하시는 당신을 위로하고 세상의 죄를 속죄하며 평화를 간구하는 첫 토요일 신심을 권고하셨습니다. 루르드에서 발현하신 성모님께서는 “나는 원죄 없이 잉태된 이”라고 말씀하시며 묵주기도와 함께 희생과 기도의 삶을 당부하셨습니다. 이 발현들은 성모님께서 영혼들의 회개와 구원을 얼마나 간절히 바라시는지 보여줍니다.
성모 성지 순례, 성모님 은총 체험
카를로는 성모님께서 주신 이러한 메시지들에 깊이 귀 기울였습니다. 묵주기도를 바치고 첫 토요일을 지키며 성모님 은총을 더욱 각별히 체험했고, 성모님께서 발현하신 곳들을 직접 찾아가보고자 하는 바람을 키워갔습니다. 열세 살을 몇 달 앞두고, 그의 부모는 온 가족과 함께 떠나는 스페인 자동차 여행을 준비했습니다. 또 카를로의 열렬한 바람에 응답해 이 여정에 루르드 성지를 넣었습니다.
카를로는 그 뒤로도 종종 루르드 마사비엘 동굴에서 일어난 베르나데트의 환시에 관해 이야기하곤 했습니다. 글도 읽을 줄 모르고 가난했지만 베르나데트는 그 단순함과 겸손함으로 하늘나라의 선택을 받은 십대 소녀였습니다. 그녀의 모습은 카를로에게 깊은 감동과 영적 성장을 안겨주었습니다. 참회하고 희생하라는 성모님의 초대는 삶으로 온전히 받아들여야 하는 진리로 다가왔습니다.
카를로의 마지막 성모 순례지는 파티마였습니다. 사실 카를로가 태어난 지 얼마 안 되어 세례를 받은 런던의 성당도 파티마의 성모님께 봉헌된 성당으로 아름다운 파티마 성모상이 있었기에, 카를로 가정의 성모신심은 은연중에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옆집의 성인’
2006년 열다섯 살이 된 카를로의 가장 큰 소원 중 하나였던 파티마 방문이 드디어 이루어졌습니다. 그러고 몇 달 뒤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하면서 마지막 순례가 되고 말았지만요. 발현하신 성모님을 만난 파티마의 세 목동은 카를로가 항상 본받고자 한 모범이었습니다. 카를로는 종종 작은 희생을 통해 그들처럼 거룩해지려고 노력했습니다. 좋아하는 초콜릿과 누텔라, 즐기던 영화 007시리즈와 포켓몬 게임을 기꺼이 포기하는 희생이었습니다.
이 대목에서 ‘나도 할 수 있겠다’며 살며시 미소 짓는 독자도 아마 있을 겁니다. 카를로는 일상과 거리가 먼 고행과 금욕의 삶이 아니라, 우리 가운데 살면서 작은 희생의 장미 꽃다발을 모아 성모님께 바치며 한결같이 하늘 나라를 향해 나아간 ‘옆집’의 성인이었습니다.
카를로가 희생을 강조하며 남긴 말을 다시 한번 되새겨봅니다.
“성모님께 장미 꽃다발을 바치면, 그분께서는 이를 통해 도움이 절실한 아이들을 도와주실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