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성령 강림 대축일입니다. 오늘로 50일간의 부활 시기를 마칩니다. 그리스도를 상징하며 제대 주위를 밝히던 부활 성야 때 축성된 부활초도 이제 거둬들입니다. 예수님 부활은 그리스도교 신앙의 핵심이며 영원한 생명의 보증입니다. 그리고 성령 강림으로 부활이 완성되고 충만해집니다.
여러분은 성령께서 어떤 분이라고 설명하시겠습니까? 많은 신자분들은 성부께서는 아버지 하느님이시요, 성자께서는 아들 예수님이시라면, 성령께서는 어떤 분이신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워합니다.
성령께서는 성자와 똑같은 위격을 가지신 독립된 분이시면서 동시에 아버지와 아들과 더불어 하나로 어우러지는 분이십니다. 성령께서는 아버지와 아들께로부터 함께 뿜어나오는 기운이요, 영이며 사랑이라고 표현합니다. 그리고 하느님을 하느님답게, 아드님을 아드님답게 하는 능력이십니다.
성경은 하느님의 숨결이라고도 표현합니다. 성령께서는 똑같은 하느님의 또 다른 모습이십니다. 그리고 더 가까이하기 위해 우리 안에서 생활하시는 하느님이십니다. 과거 미사통상문의 사제 인사 부분에는 성삼위를 매우 잘 표현하였습니다. “사랑을 베푸시는 하느님 아버지와, 은총을 내리시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시는 성령께서 여러분과 함께.”
즉 하느님께서는 사랑으로 창조하셨고 예수그리스도께서는 은총으로 구원하셨으며 성령께서는 거룩하게 일치시켜 주시는 분이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일찍이 제자들에게 성령을 약속해주셨습니다. 승천하신 후에도 하느님의 새로운 모습으로 제자들 곁에 계셔야 했기 때문입니다. 주님의 육신을 볼 수 없게 되었어도 주님께서 계실 때와 똑같은 하느님의 능력으로 함께하시기 위해서 성령께서 오셔야 했습니다. 따라서 육으로 오신 사건이 성탄이라면, 영으로 새롭게 오신 사건이 성령강림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성령께서는 인간을 더 사랑하시기 위한 하느님의 또 다른 모습입니다. 또 모든 사람이 모든 활동을 통해 그리스도께로 향하게 하고 그리스도 중심이 되게 하는 분이 성령이십니다. 각 사람에게 필요한 다른 은총의 선물을 주시지만 성령을 통해 그리스도의 사랑을 증거해 하나가 되게 하는 분이십니다. 따라서 성령을 통한 일치는 획일적인 일치가 아니라, 저마다 안에 계시는 수많은 하느님의 능력을 인정하며 섬기는 ‘다양성 안에서의 일치’입니다.
실제 주님께서 ‘곁에’ 계실 때보다 ‘안에’ 계심으로써(즉 성령 강림을 통해) 제자들은 크게 변화되었습니다. 제자들은 성령 강림을 통해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예수님께서 다시 살아나셨으며 메시아이심을 선포하게 됩니다. 따라서 성령 강림일을 교회의 창립일이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십자가 죽음이 실패로 보여졌지만 부활의 승리를 이루셨고, 제자들도 스승을 배반하고 두려움에 숨어버렸지만 성령 강림으로 복음의 선포자로 월계관을 쓰게 되었듯이 우리도 생활 속에서 성령 안에 말씀을 실천하며 복음을 선포하는 신앙을 이어나가야 하겠습니다.
성령께서는 우리가 그리스도를 알고, 그리스도 안에서 하느님을 알며, 참된 삶이 무엇인지를 알게 해주십니다. 그리고 성령의 인도하심으로 하느님께서 가르쳐주신 사랑의 길을 기쁘게 걸어갈 수 있도록 힘을 주십니다. 이제 성령 강림 대축일로 부활 시기를 마치고 연중 시기가 시작됩니다. 연중 주간에는 일상에서 항상 함께하시는 하느님을 묵상하며 체험합니다.
우리 모두 성령을 통해 예수님과 함께 하느님 안에서 세상에 복음을 실천하며 사랑의 삶을 살아갑시다.
이계철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