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조그만 별에 어린 왕자가 살았습니다. 왕자님은 장미꽃 한 송이를 정성 들여 기르고 있었는데… 그런데 그 별의 사막에서 만난 한 여우가 왕자님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마음으로 보지 않으면 사물이 잘 안 보인단 말이야.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거든.’”
프랑스 소설가 생텍쥐페리(1900~1944)의 소설 「어린 왕자」의 중요한 부분이다. 생텍쥐페리는 프랑스의 귀족 집안에서 태어나 풍족한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편안한 생활을 뒤로하고 제2차 세계대전에 군용기 조종사로 참전했다 행방불명되었다. 그가 남긴 작품들은 주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따뜻한 인간미를 추구했고 「야간 비행」과 「어린 왕자」, 「인간 대지」 등의 주옥같은 작품을 남겼다. 그는 어린이와 같은 순수한 마음으로 욕심 없이 세상을 바라보아야만 세상을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명한 동화 「어린 왕자」는 제2차 세계대전 중에 미움과 거짓으로 가득 찬 세상에 평화와 사랑을 호소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인간관계와 욕심으로 인해 마음의 눈이 어두워져, 순수함을 잃고 중요한 것을 보지 못하며 쓸데없는 것에 집착하는 것을 경계하라는 교훈을 담고 있다. 신앙생활에서도 어린이와 같은 맑은 마음으로 새롭게 눈을 뜨고 세상을 사랑으로 본다면 더 많은 진정한 가치와 소중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요한복음에 나오는 바리사이파 사람 니코데모는 유다인들의 최고 의회 의원이었다. 최고 의회는 예루살렘에 있었던 유다인들의 최고 통치기구였다. 예루살렘 최고 의회(산헤드린)는 대사제와 수석 사제들, 귀족 계급의 원로들 그리고 율법학자 등 모두 71명으로 구성되었다. 니코데모는 사람들 눈을 피해 한밤중에 예수님을 찾아와 대화를 나눴다.(요한 3,1-21 참조)
예수님과 니코데모는 알 듯 모를 듯 대화를 이어갔지만 니코데모는 진리를 찾는 사람이었다. 마음과 영으로 다시 태어난 것은 예수님의 부활 체험 후였을 것 같다. 예수님이 수난을 받으실 때도 니코데모는 혼자 용감하게 변호했는데 상당히 위험한 행동이었다. 그럼에도 혼자는 역부족이어서 결국 예수님은 사형을 당한다.
니코데모는 예수님의 십자가형 이후 시신을 모셔다가 향료와 함께 아마포로 감쌌고 새 무덤에 안장하며 장례를 치렀다. 사형수로 죽은 예수님의 장례를 치렀다는 자체가 의리와 신의를 지키던 인물임을 말해 준다. 예수님의 수난과 처형 당시 제자들이 도망친 것에 비하면 상당히 비교되는 행동이다.
이처럼 니코데모는 강직한 인물이었고 성경에는 나오지 않지만 니코데모는 신앙의 사람이 되었을 것이다. 유다인들 대부분의 군중과 최고 의회의 결정에 사형을 받은 분을, 그것도 최고 의회 의원이 장례를 치른 것은 정말 용감한 행동이었다. 대통령이 퇴임 후 수사를 받을 때 주변 사람들이 거의 모두 떠난 것을 본 적이 있다. 권력은 무상하면서도 비정하다.
글 _ 허영엽 마티아 신부(서울대교구 영성심리상담교육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