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하신 주님께서는 유다인들이 두려워 문을 잠가 놓고 있던 제자들 가운데에 서시며 “평화가 너희와 함께!”(요한 20,19)라고 인사를 하시고, 당신의 숨을 불어넣으며 “성령을 받아라”(요한 20,22)라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께서 승천하신 다음, 오순절에 제자들은 불꽃 모양의 혀들이 내려앉자, 성령으로 가득 차 다양한 언어로 복음을 전합니다. 주님께서 모든 시대, 모든 사람에게 복음을 전하도록 성령을 보내주신 것입니다. 인간의 이성과 지성만으로는 믿기 어려운 부활에 대한 소식을 우리가 믿고 담대히 전할 수 있도록 성령께서 함께하시고 이끌어주십니다.
우리가 부활의 증인으로서의 삶을 살아가도록 함께 걸어주시는 성령께서는 다양한 직분과 활동을 통해 ‘공동선’을 실현할 수 있도록 적합한 사람에게 적절한 ‘은사’를 베푸십니다. 곧 지혜의 말씀, 지식의 말씀, 믿음, 병을 고치는 은사, 기적을 일으키는 은사, 예언을 하는 은사, 영들을 식별하는 은사, 여러 가지 신령한 언어를 말하는 은사 또는 신령한 언어를 해석하는 은사를 주십니다.(1코린 12,4-11 참조)
한편, 성령께서는 개인의 성화를 위해 ‘성령 칠은’(지혜, 통찰, 지식, 식견, 공경, 용기, 경외)을 베푸십니다. 마르티니 추기경은 자신의 저서 「성령의 약속」에서 ‘믿음과 희망과 사랑의 향주삼덕’을 ‘성령 칠은’과 연결 지어 설명합니다. 곧 믿음의 덕을 키우기 위해 ‘의견, 지식, 통찰’의 은혜를, 희망의 덕을 성장시키기 위해서 ‘경외와 용기’의 은혜를, 사랑의 덕을 쌓기 위해서 ‘지혜와 공경’의 은혜를 청하도록 말씀하십니다.
우리는 ‘의견’의 은혜를 구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선과 악이 공존하고, 하느님의 뜻을 따르기를 멀리하는 세상 안에서 영적 식별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지식’의 은혜도 구해야 합니다. 이때의 지식은 하느님에 대해 아는 것이고, 창조된 만물에 대해 아는 것입니다. 세상 만물을 하느님과 연관시키며, 모든 것 안에서 하느님을 발견하는 것입니다.
또한 우리는 영혼의 힘이 되는 ‘통찰’의 은혜를 예수님 안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 나라의 신비뿐 아니라 당신의 수난과 죽음의 십자가의 길, 영광의 부활, 그리고 그 안에서 일어나는 하느님 사랑의 신비를 꿰뚫고 계셨습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사랑의 신비를 기억하며, 모든 사람과 모든 것을 통찰할 수 있어야 합니다.
‘경외’의 은혜는 하느님을 두려워함입니다. 하느님 아버지의 뜻대로 살기를 희망하는 일이고, 하느님의 목소리를 듣기를 청하는 일입니다. 또한 성령께 이끌려 부활을 증거하는 삶을 살아가는 일입니다.
‘용기’의 은혜는 하느님께만 두는 믿음과 희망의 표현을 통해 드러납니다. 하느님 아버지께 당신의 영을 온전히 맡기신 예수님의 의탁을 기억하며, 삶에서의 시련, 고통, 질병, 일탈 등의 극복과 치유와 회복을 위하여 용기의 은혜를 청해야 합니다.
아울러 우리는 성령께 ‘지혜’를 일깨워 주고, 알아차리게 해 주시도록 청해야 합니다. 우리는 최고의 지혜이신 예수님의 지혜에 참여해야 합니다. 매 순간 예수님이시라면 어떻게 하셨을까를 물어야 합니다. 십자가의 지혜에서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볼 줄 알아야 하고, 그 사랑을 실천해야 합니다.
또한 우리는 하느님 아버지를 ‘공경’해야 합니다. 하느님의 자녀로서 하느님을 사랑하고, 하느님께 순종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먼저 우리를 향한 하느님의 사랑을 기억해야 합니다. 또한 하느님의 사랑으로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어야 합니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 행복을 느끼게 해 주는 일이 다릅니다. 제한된 이 세상에서의 삶에서 이러한 일들을 이루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할까요? ‘구구팔팔이삼사’를 외치며 바라는 건강, 허비하지 않고 최대한 아름답게 사용해야 하는 시간, 의미 있게 사용해야 하는 재물, 그리고 인생 여행에 함께하는 동반자(배우자, 가족, 친구, 신앙 공동체 등)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우리 각자의 삶을 이끌어주시는 ‘하느님의 은총’이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성령의 이끄심에 따라 ‘공동선’을 지향하며, ‘일치’를 이루고, ‘겸손’하고, ‘교도권에 순종’하고, ‘이성’을 적합하게 사용하고, ‘사랑’을 실천하고, ‘성령의 아홉 가지 열매’(갈라 5,22-23 참조; 사랑, 기쁨, 평화, 인내, 호의, 선의, 성실, 온유, 절제)를 맺어야 합니다. 성령에 힘입어 “예수님은 주님이시다”(1코린 12,3)라고 선포하며, 주님을 증거하는 사랑의 삶, 의미 있고 행복한 인생 여정을 가꾸어야 합니다.
글 _ 조성풍 신부(아우구스티노·서울대교구 주교좌명동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