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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하지 않으시는 하느님

[한민택 신부의 금쪽같은 내신앙] (103) 미움이라는 걸림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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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을 한 번도 가진 적 없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그만큼 미움은 모든 이에게 보편적인 감정이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미운 마음이 생기고 그 감정이 서로를 불편하게 한다. 타인과 더불어 살아야 하는 우리 삶이기에, 미움이라는 감정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사람에게는 왜 미운 감정이 생기는 걸까? 우리는 왜 의지와 무관하게 생기는 미운 감정으로 인해 괴로워해야 하고, 타인과 불편한 관계를 맺어야 하는 것일까? 나 스스로 어찌할 수 없는 미워하는 감정, 과연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성경을 펼치고 잠시만 살펴보아도 미움은 매우 중요한 문제로 나타난다. 카인은 친동생 아벨을 미워한 나머지 죽이기까지 하였다.(창세 4,8 참조) 야곱의 아들들은 아버지가 막내 요셉을 편애한다고 생각하였고, 미움 때문에 막내에게 정답게 말을 건넬 수 없었다.(창세 37,4 참조)

예수님께서도 미움 같은 감정과 그로 인한 괴로움을 잘 알고 계셨던 것 같다. 그러나 우리 눈에 너무 크고 비현실적으로까지 보이는 원수 사랑의 계명을 주셨다.(마태 5,43 참조) 미움이라는 피할 수 없는 감정과 예수님의 원수 사랑 계명 사이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미움이 보편적인 감정임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사제나 수도자도 인간이기에 미워하는 감정이 생기기 마련이라는 말로 위안이 될 수 있을까. 곧 미움이라는 감정은 누구에게나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것이다. 물론 미움을 미화하자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부정적으로 판단하기 전에 그러한 감정이 자연스럽게 생겨남을 객관적으로 바로보고 인정할 필요는 있다.

다음으로 우리는 미워하는 마음이 저절로 생길 수밖에 없는, 그로 인해 괴로워하고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는 약한 존재임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상대의 어떤 말이나 행동도 상처 없이 수용할 수 있는 마음 넓은 존재가 아니다. 이를 인정할 때 조금은 자유롭게 자신의 미운 감정을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더 나아가 미움에 담긴 심리를 읽어낼 수 있으면 좋겠다. 여러 심리가 작동하지만, 미움이 생기는 이유는 무엇보다 ‘비교’ 때문일 것이다. 카인은 주님께서 아벨의 제물만 굽어보셨다고 생각했기에 화가 나고 미운 감정이 들었다. 야곱의 아들들도 요셉과 비교가 되었기에 질투를 느꼈고, 막내를 사막의 상인들에게 팔아버렸다.

미워하는 마음은 누군가 나보다 더 많이 갖고 있거나 더 많은 사랑을 받는다고 느낄 때, 혹은 나에게 서운하게 대해줄 때 종종 생긴다. 그렇다면 미운 감정에서 벗어나는 길은 비교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닐지. 물론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무엇보다 하느님께서 그 누구보다 나를 사랑하신다는 것을 깊이 깨달을 수 있다면 달라질 것이다. 내가 그토록 하느님의 사랑받는 소중하고 고귀한 존재라는 인식과 확신이 없기에 비교하고 질투하는 것이다.

그런데 하느님은 결코 비교하지 않으신다. 하느님께서는 다양하게 창조하신 세상 만물과 인간을 보시고 좋아하신다. 비교는 다양성을 수용하지 않는 마음에서 생긴다. 우리는 서로 다르지만, 이 다름은 비교할 것이 아닌 함께 어우러져 아름다운 세상을 모자이크처럼 수놓기 위한 것이다.

이제 우리 자신을 하느님의 눈으로 바라보고, 모두라는 아름다운 모자이크 안에서 나의 모습을 바라보면 어떨까. 우리가 있는 바로 그 자리에서 하느님의 사랑받는 유일무이한 존재로 빛을 내고 있다고 확신할 수 있다면, 우리는 이웃과 이전과는 다른 관계를 맺으며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한민택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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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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