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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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복음]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 대축일- 체험으로 이해하게 되는 하느님 신비

이계철 신부 (서울대교구 주교좌 기도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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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드릭 반 발렌 작 ‘성 삼위일체’, 1620년.


오늘은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 대축일입니다. 그리스도교 역사에서 삼위일체만큼 논란을 불러일으킨 교리도 많지 않을 것입니다. 삼위일체 교리는 그 표현의 난해함과 추상성으로 이해가 쉽지 않기 때문에 설명을 시도하려는 노력을 ‘신비’라는 이유로 거부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사실 삼위일체라는 단어는 성경에 나타나지 않는 표현입니다. 성경에는 하느님 아버지와 아들이신 예수 그리스도, 그리고 성령을 함께 언급하지만 삼위일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는 않습니다. 삼위일체 교리는 니케아 공의회와 콘스탄티노플 공의회 그리고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신학을 거치면서 4세기경 형성된 교리로 그리스도교 불변의 진리입니다.

삼위일체 교리의 주된 내용은 성부·성자·성령께서 한 분의 하느님이시지만, 각기 구별되는 세 위격이시며, 세 위격은 선후나 높고 낮음이 없을 뿐만 아니라, 나뉨 없이 똑같은 신성을 갖고 계시지만, 세 분의 하느님이 아니라 오직 한 분의 하느님이라는 선언이자 고백입니다. 이 교리에 대해 알아듣기 어려운 개념으로 설명하거나 비유로 이야기하거나 설명을 아예 포기하기도 했으며 ‘신비’로서 인간이 이해할 수 없기에 그저 열심히 믿으라고 강요되기도 했습니다.

하느님에 관해 설명하기를 ‘위(位)격으로는 세 분이시고 본체로는 하나이시며, 먼저 계심도 후에 계심도 없고, 높고 낮음도 없으시며, 세 분께서 온전히 같으시다’라고 설명한 다음, 알아듣기 어려우나 중요한 교리이니 그냥 믿으라고 한다면 설득력은 떨어집니다. 또 딱딱한 교리 체계로는 자비로운 사랑의 하느님을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오늘 축일을 지내면서 우리가 먼저 알아야 할 것은 삼위일체 교리는 하느님을 온전히 이해하고 난 다음 하느님께서 이러이러한 분이심을 설명한 교리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삼위일체 교리는 시대적으로 이렇게 표현하지 않으면 예수 그리스도와 성령께서 하느님과 관계없는 존재가 되고 마는 상황에서 선언된 교리입니다.

삼위일체 교리가 형성되었던 4세기 당시는 여러 이단과 추측과 학설이 난무하는 혼란의 시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의 인성 즉 예수님 몸의 물질적 실재를 부인 혹은 축소하거나, 그리스도의 천주성을 부정해 성부께 성자와 성령께서 예속되어 있다고 곡해하거나, 예수님의 죽으심과 부활하심을 거부하는 등 수많은 오류와 빗나간 영성이 난무하던 시대였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예수 그리스도와 성령으로 말미암은 구원이 하느님의 일이라는 사실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었고, 초대 교회 때부터 고백했던 예수 그리스도와 성령을 통한 하느님 구원을 신학적으로 선포해야 했습니다. 그 든든한 기초가 된 것이 삼위일체 교리라 할 수 있습니다.

즉 삼위일체 교리의 핵심은 ‘구원은 인간의 힘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와 성령 안에서 가능하며,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천주성은 하나이고, 그 영광은 동일하며, 그 위엄은 다 같이 영원하시다’는 선포입니다.

인간이 하느님의 신비를 완전히 이해하고 설명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런 가운데 신학은 하느님을 알아가는 신앙에 도움을 줍니다. 교회가 하느님을 올바로 설명해주는 방법이 교리입니다. 따라서 교리는 손쉽게 우리 신앙을 하느님께 인도해줍니다.

삼위일체 신비를 올바로 이해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하느님 신비를 체험하며 살아가는 것입니다. 체험하며 살아가는 만큼 신비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삼위일체 하느님의 넓고 깊은 사랑의 신비를 삶 속에서 체험하고 증거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이계철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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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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