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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인간의 자기 이해와 자기실현을 위한 근본 개념

[박병준 신부의 철학상담] 24.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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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끊임없이 자유를 갈망한다. 이는 한편으로 인간이 자유로운 존재이면서도 동시에 부자유한 존재라는 사실을 방증한다. 철학적으로 정신세계를 지배하는 두 가지 신념, 즉 세계가 필연적인 인과율의 법칙 아래 놓여 있다는 자연과학적 신념과 세계가 신의 절대적 예지 아래 놓여있다는 신학적 신념은 오랫동안 자유에 반하여 ‘인간이 과연 자유로울 수 있는가?’ 하는 형이상학적 물음의 배경이 되어 왔다.

그러나 자유는 인간의 자기 이해와 자기실현을 위한 근본 개념으로, 자유 없이는 인간 삶 또한 생각할 수 없다. 정신적 존재인 인간은 본성적으로 자유로울 뿐만 아니라 자유로운 행위를 통해 세계에 자기를 실현하기 때문이다. 코레트(1919~2006)에 따르면 인간에게는 본질적으로 자유 영역이 열려있으며, 이를 ‘근본 자유’라 부른다.

근본 자유는 20세기 초반 철학적 인간 학자들의 통찰로서 인간의 본질적 특성인 ‘세계 개방성’과 맥락을 같이 한다. 이에 의하면 인간은 동물과 달리 환경과 충동에 얽매여 있지 않은 존재로서 자연의 직접성에 매여있지 않고, 오히려 이를 매개로 고유한 세계를 가진다는 것이다. 인간은 근본 자유에 근거하여 세계를 열며 세계에 개방되어 있다.

자유를 뜻하는 고대 그리스어로는 ‘엘레우테리아’ ‘파르레시아(παρρησ?α)’ ‘아우타르케이아’가 있다. ‘엘레우테리아’는 내가 옳다고 여기는 것을 실천할 수 있는 자유로서 다른 사람이 만들어 놓은 규정과 기대에 강요당하지 않는다는 ‘행위의 자유’를 뜻한다. ‘파르레시아’는 자기 생각을 다른 사람 앞에서 솔직하게 드러내놓고 말할 수 있는 ‘담론의 자유’를, ‘아우타르케이아’는 인간의 고귀함과 품위를 나타내는 말로 자치와 자율을 뜻하는 ‘내면의 자유’를 말한다.

이런 개념은 신체적 자유, 법적?정치적 자유, 사회적 자유, 심리적 자유, 윤리적 자유 등 다양한 영역에서 다의적인 의미로 사용되었다. 특히 고대 스토아 및 에피쿠로스학파 철학자들이 ‘정신과 마음의 평정’을 뜻하는 ‘아파테이아’와 ‘아타락시아’를 통해 진정한 자유를 추구한 만큼 자유는 이론 차원을 넘어 실천적 삶을 위해, 무엇보다 철학상담의 관점에서 정신적 건강과 치유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

철학상담은 정신의 건강과 마음의 안정, 고통의 경감을 위해 사람들이 부자유한 조건 속에서도 자유를 발견할 수 있도록 초대한다. 자유는 인간 실존의 기본 원칙이자 필요불가결한 조건이라는 점에서 내담자가 자기를 괴롭히는 내적 속박에서 벗어나게 하는 결정적인 힘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외부 압력과 지배에서 벗어나 자기를 지배하고 자기 결정을 이끄는 ‘내적 자유’가 요구된다. 이는 물질적이고 감각적인 속박에서 벗어나 근원적으로 열려있는 세계 안에서 자기 결단을 통해 실존적 자유를 실현할 때 가능하다.

실존적 자유는 절대적인 진리 혹은 의미 전체성을 향해 열려 있음을 의미한다. 이에 야스퍼스(1883~1969)는 실존적 자유를 인간이 초월자와 만나는 ‘근원을 사유하는 의지 활동’으로 규정하며, 비에리(1944~2023)는 내적 강박과 내적 갈등 그리고 자기기만을 해소하는 ‘자기 인식’이라 한다. 자기 인식이야말로 자기를 구속하는 내적 속박으로부터 해방되어 자기 치유로 나아갈 수 있는 자유의 원천이자 행복의 원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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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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