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간호사가 2024년 3월 4일 미국 앨라배마 주(州) 헌츠빌 생식의학 연구소(Huntsville Reproductive Medicine, PC)에서 동결 보관된 체외수정(IVF)용 배아를 꺼내고 있다. OSV
제7장 인간 생명의 시작과 탄생, 자녀의 출산2
전개 6. 대리모는 어떻게 보아야 할까요?
‘대리모’란 다른 사람의 생식 세포로 수정된 배아를 자신의 자궁에 이식받아 임신하고, 분만 뒤에 아기는 대리모를 의뢰한 사람에게 넘겨주기로 한 여성을 말합니다. 이런 경우 아기의 어머니는 여러 사람이 됩니다. 사실 어머니의 태중에서 태아와 어머니가 맺는 유대가 중요하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습니다.
‘태교’를 이야기할 정도로 출생 전의 정서적 돌봄은 중요시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리모의 경우, 아기는 임신하는 동안 대리모의 돌봄을 받고, 대리모와 유대를 맺은 뒤, 출생과 함께 새로운 어머니에게 넘겨집니다. 이렇게 어머니가 바뀌는 상황, 어머니가 여러 사람이 되는 상황이 과연 아기에게 아무 영향이 없을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처럼 대리모는 모성적 사랑을 조각내고, 자신의 부모에게서 잉태되고 태어나고 양육 받을 자녀의 권리와 존엄성을 침해합니다.
함께 나누어 봅시다
대리모에 대한 찬성, 반대 의견에 대하여 서로 토론해 보세요.
전개 7. 출산에서 보존해야 할 가치는 무엇인가요?
① 부부의 인격적 참여. 자녀를 낳는 출산 과정은 부부가 인격적으로 참여하는 과정이 되어야 합니다. 그것은 부부가 서로에게 자신을 선물로 내어 주는 사랑의 행위를 통하여 자녀의 잉태를 기다리는 것입니다.
② 자녀에 대한 인격적 환대. 자녀는 인격체로서 합당한 환대와 보호를 받아야 합니다. 그러므로 인간 배아를 인위적으로 만들어 사용하고 조작하고 파괴하는 모든 행위는 자녀의 인격적 의미와 어긋납니다. 자녀가 인격적인 사랑의 열매로 잉태되고 받아들여질 수 있어야 하며, 무엇보다 잉태된 모든 자녀의 생명이 보호되어야 합니다.
전개 8. 난임 부부에게 권장할 방법이 있나요?
부부와 자녀 출산의 인격적 의미에 어울리는, 난임 부부에게 권장할 방법에는 ‘나프로 임신법’이 있습니다. ‘나프로’(NaPro)란 ‘Natural Procreation’을 결합한 용어로, 자연적인 출산을 도모하며 의료적 도움을 제공하는 방법입니다. 이 방법은 앞에서 언급한 인격적 의미를 보존하는 방법이면서, 적지 않은 부부가 이 방법으로 도움을 받아 자녀를 낳고 있습니다. 그 결과는 체외 수정의 성공률보다 높다고 평가되며, 실제로 체외 수정으로 임신하지 못한 부부들이 나프로 임신법으로 임신하는 경우가 다수 보고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노력으로도 자녀가 주어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는 당사자 부부에게 커다란 심적 고통을 주는 일입니다. 그러나 체외 수정을 이용하는 것은 수많은 문제를 낳습니다. 그보다는 부부가 사회 안에서 더 넓은 의미로 부모의 역할을 할 봉사의 기회를 찾거나, 부모 없는 아이에게 부모가 되어 주는 입양을 고려하는 것이 좋습니다.
함께 나누어 봅시다
1. 자녀가 선물로서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기 위한 부모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2. 여성과 남성이 각각 인격적으로 존중받으며 출산 과정을 이루어 가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추천 도서
1. 제니퍼 로백 모스·베치 케리크스, 「부부 수업」, 임정희 역, 가톨릭 출판사, 2017.
2. 앨린 랑동, 「아가야, 우리 아홉 달 후에 만나」, 이순희 역, 가톨릭 출판사, 2019.
3. 크리스타 슈필링·뇌커, 「행복한 부부가 사는 방법 49가지」, 유향자 역, 바오로 딸, 2014.
대리모의 뱃속에 수정된 배아가 이식되는 과정을 떠올려 볼까요? 이 장면은 마치 하나의 제조 공정처럼 느껴집니다.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 계획대로 만들어지는, 하나의 생산품처럼 말이지요. ‘수정된 배아가 대리모를 의뢰한 사람에게 넘겨진다’는 표현만으로도 이미 인간이 생명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냈다는 것을 알 수 있지요. 하지만 생명은 우리에게 주어지는 존재의 선물입니다. 필요에 따라 만들어내고, 조건에 따라 주고받을 수 있는 생산품이 아닙니다.
그리스도인은 ‘가능한 것’과 ‘옳은 것’ 사이에서 진리를 발견해야 합니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주어진 생명을 받아들이는 일입니다. 선택이라는 말의 양면에는 ‘취함’과 ‘버림’이 함께 존재하지요. 생명은 필요할 때 취하고 원하지 않을 때 버릴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아이를 키워본 부모는 압니다. 말 잘 듣는 아이는 선택하고, 그렇지 않은 아이는 외면하는 마음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요. 그렇게 생각해 보면, 생명은 처음부터 끝까지 받아들여야 하는 존재임을 알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