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예수님께서 세우신 사랑의 표징인 성체성사를 기념하고 그 신비를 묵상하는 그리스도의 성체와 성혈 대축일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당신의 몸과 피를 내어주셨습니다. 즉 생명을 주신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셔서 우리와 한 몸으로 같아지시기를 원하신 것입니다. 우리는 성체성사를 통해 내어주신 그리스도의 살과 피를 먹고 마심으로써 영적 생명을 유지하고 성장하며 하느님과 일치하게 됩니다.
성 가를로 보로메오는 ‘우리의 육신을 위하여 빵을 먹어야 하듯이 영혼을 위하여 성체를 모셔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초대 교회부터 신자들은 전례 안에서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나누어 먹고 마시면서 그리스도의 사랑을 체험했고 가진 것을 서로 나누면서 사랑을 실천하여 영적으로 풍요로워졌습니다.
오늘 루카 복음에 등장하는 예수님께서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 명을 먹이신 기적 이야기는 성체성사의 예표로 그 의미를 확인시켜줍니다. 빵의 기적은 성체가 지닌 풍요로움, 곧 하느님 은총의 무한함을 상징합니다. 하느님께서 주시는 모든 것은 늘 풍요롭습니다. 오늘 복음의 빵의 기적은 메시아의 징표이며 새 계약의 표지이고 나눔을 실천하라는 권고입니다.
그리스도인은 사랑이신 그리스도의 살과 피로 살아갑니다. 따라서 그리스도를 영하는 사람은 그리스도처럼 변화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 세상에서 그리스도를 대신해서 살아야 합니다. 우리가 성체를 모시는 이유입니다.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모든 것을 내어주셨듯이 우리도 우리 능력과 시간과 생명과 재물을 서로 나눌 것을 다짐하며 그분의 몸과 피를 정성껏 받아 모셔야 하겠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성체성사를 제정하실 때, 포도주가 담긴 잔을 드시고 하느님께 감사를 드리며 축복하신 다음 “너희는 모두 이것을 받아 마셔라. 이는 새롭고 영원한 계약을 맺는 내 피의 잔이니 죄를 사하여 주려고 너희와 많은 이를 위하여 흘릴 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가 매 미사 때마다 듣는 이 ‘새롭고 영원한 계약’은 깨어진 옛 계약을 다시 새롭게 하는 사랑의 새 계약입니다. 새로운 계약은 돌이나 종이에 쓰인 법이 아니라, 마음에 새겨진 ‘사랑의 법’으로서 그리스도께서 흘리시는 피로 하느님과 인간을 이어줄 뿐만 아니라 죄까지도 용서해주십니다. 따라서 새로운 계약으로 그리스도와 한 몸을 이룬다는 것은 그 분처럼 산다는 뜻이며 생명을 바치는 사랑을 실천한다는 의미입니다.
성체를 영하는 것은 그분과 한 몸이 되어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그분께서 내 안에서 사시도록 하는 것입니다. 성체를 영하면서 그리스도와 한 몸이 되어 자신을 내어주는 사랑으로 이웃과도 한 마음 한 몸이 되겠다고 결심하는 것입니다.
아르스의 비안네 성인은 ‘모든 선행을 한데 모아도 미사 한 번의 가치를 따라가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선행은 사람의 행위지만, 미사는 하느님의 일이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미사 성제에 참례하기 위하여 내딛는 발걸음 하나하나를 천사가 세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이 세상에서와 영원에서 큰 상급을 주실 것입니다’라고 하였습니다.
우리 육체가 밥을 먹어야 사는 것처럼 우리 영혼은 성체를 영해야 삽니다. 따라서 우리의 하루일과 중에 미사 참여를 첫 자리에 놓고 성체를 자주 영하도록 해야 합니다.
오늘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을 지내며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과 희생과 나눔을 마음 깊이 새깁시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우리를 위하여 몸과 피를 내어주심으로써 새 계약을 맺어 우리를 당신처럼 거룩하게 변화시켜 주시고 영원한 생명으로 구원해 주십니다.
이계철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