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사랑을 방해하는 요소들(데이트 폭력·디지털 성범죄·성 매개 감염병)에 대하여 알아보고, 올바르게 대처하는 방법을 깨닫게 한다.
도입
인간은 사랑 없이는 살 수 없습니다. 굳이 위대한 철학자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우리는 경험을 통하여 누구나 사랑받고 사랑하기를 원한다는 것을 압니다. 사랑은 인간의 보편적이고 본질적인 속성이기에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류 공동체는 다양한 영역에서 사랑의 체험에 관하여 이야기하면서 사랑이야말로 인간이 살아가는 의미이자 목적이고, 인간을 행복으로 이끌어주는 가장 중요한 요소임을 확인해 왔습니다. 사랑의 여러 가지 형태 가운데 남녀 간의 사랑은 인류 역사에서 수많은 이야기와 예술의 주제로 다루어질 만큼 인간의 삶에 빠질 수 없는 핵심 요소입니다.
한편 남녀 간의 사랑은 불확실한 모험이기도 합니다. 남녀가 친구로서 연인으로서 부부로서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는 여전히 개개인의 실존적 삶에서 숙제로 남아 있습니다. ‘데이트 폭력’ 사례들을 보면 많은 경우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지는 만남이나 행동이 본래 의미의 ‘사랑’이 아니라 ‘집착’이나 ‘억압’이며, 더 나아가 사랑하는 상대에 대한 폭력이 되는 현실을 목격하게 됩니다. 한때 연인이었던 남성이 교제를 끝낸 것에 앙심을 품고 또는 다른 이유로 두 사람의 성관계 영상물을 동의 없이 온라인에 유포하는 ‘디지털 성범죄’ 역시 사랑의 관계가 심각한 폭력이자 범죄로 변모하는 비극이 됩니다.
미혼 남녀 사이의 성관계는 생명에 대한 책임감 없이 호기심이나 충동적인 감정에 이끌려 행해지는 경우가 많고, 더러는 원하지 않는 임신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이런 때 혼인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두 사람이 할 수 있는 두 가지 선택인 낙태 또는 미혼 출산은 두 당사자 모두에게 깊은 정신적·육체적 고통과 상처를 남깁니다. 남녀의 성관계는 또한 성 매개 감염병(성병)의 위험을 동반하기도 합니다. 더구나 해가 갈수록 성병 발생은 증가 추세에 있기에 성관계에는 남녀 모두 책임 있는 준비와 주의가 필요합니다.
‘사랑’은 인간이 추구하는 이상이지만, 사랑의 주체이자 대상인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입니다. 따라서 진정한 사랑을 방해하는 요소들이 무엇인지 성찰하며 그것들을 극복하고 어려움을 이겨 내는 것이 사랑을 추구하는 사람에게 주어진 중요한 과제이며 책임입니다.
뉴스를 보던 중 데이트 폭력을 가한 이가 “사랑해서 그랬다”고 말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습니다. 그 순간 문득 ‘사랑이란 과연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보았습니다. 토마스 아퀴나스 성인은 ‘사랑한다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의 선익을 원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교회가 남녀 간의 사랑을 이야기할 때 ‘자기 증여적인 사랑’을 강조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나’보다는 ‘상대’에게 있어 좋음이란 무엇인가 고민하고, 그것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참된 사랑이겠지요.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데이트 폭력이나 디지털 성범죄 같은 교제 중의 폭력은 말 그대로 ‘사랑’이라고 부를 수 없습니다. 그릇된 사랑의 오해는 남녀가 함께 꿈꾸었던 장밋빛 미래는 비극으로 변모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랑의 결실이어야 할 ‘임신’도 마찬가지입니다. 20~30대 여성 중에는 월경이 조금만 늦어져도 극심한 불안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성관계를 흔히 사랑의 행위라고 표현하지만, 실상은 사랑이 배제된 채 그저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성관계를 행하는 경우가 매우 흔하게 일어납니다. 사랑과 책임이 따르지 않는 성관계는 결국 모두에게 상처와 아픔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사랑’이라 부르는 것들이 더욱 다양해지는 오늘, 다시금 사랑의 정의에 대해 성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랑을 올바로 이해하고, 그 사랑을 바탕으로 관계를 이어나갈 때 나 자신은 물론 모두가 더 행복해질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