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믿나이다] (33) 사도들의 업적과 신앙 유산들
이제 사도 시대 교회 역사를 마무리하려 합니다. 사도들은 “먼저 복음이 모든 민족에게 선포되어야 한다”(마르 13,10)는 주님 말씀에 따라 극히 짧은 시기에 그리스도의 복음이 로마 제국 전역을 넘어 인도까지 전해질 수 있도록 헌신했습니다. 요한 사도를 제외한 사도들 모두는 순교로 그리스도께 대한 신앙을 증거했습니다.
신약 성경에는 로마뿐 아니라 팔레스티나와 시리아·소아시아·마케도니아·크레타 지역 60여 개 도시가 등장합니다. 복음은 이곳뿐 아니라 지금의 프랑스와 스페인 지역인 갈리아와 에스파냐에까지 전해집니다. 갈리아 지방의 론 강 하류에 세워진 도시 마르세유는 일찍부터 소아시아와 긴밀한 무역 관계를 맺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리스계 상인 출신 그리스도인들이 복음을 전했고, 도시 베즐레는 마리아 막달레나와 관련한 아름다운 교회 전승을 품고 있습니다.
사도들이 짧은 시기에 눈부신 복음 선포의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정치·사회·지리 환경도 한몫했습니다. ‘로마의 평화(Pax Romana)’는 정치 안정, 원활한 공용어 소통, 편리한 광역 도로망, 자유로운 여행 보장을 제공해 복음 전파에 기여했을뿐 아니라 지역 신앙 공동체들을 서로 연결하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사도들은 자신들의 선교 지역에 교회를 세웠습니다. 시리아에서 사도들이 세운 교회는 안티오키아뿐 아니라 다마스쿠스·티루스·시돈 등이 있습니다. 또 동시리아 지역 오스로에네 지방의 에데사 교회도 큰 교회입니다. 에우세비우스 「교회사」에 따르면 이곳 아브가르 왕이 예수님과 서신을 주고받았고, 토마스와 타대오 사도가 이곳에서 활동했습니다. 그 결과 에데사는 이미 200년께 그리스도교가 국가 종교로 자리합니다.
이집트 교회는 알렉산드리아를 중심으로 성장합니다. 베드로 사도의 제자 마르코 복음사가가 알렉산드리아에 처음 신앙 공동체를 세웠다는 전승도 있습니다. 알렉산드리아 교회는 교부 시대 클레멘스와 오리게네스 같은 저명한 신학자들을 배출합니다.
그리스와 소아시아 지역은 신약 성경에서 볼 수 있듯이 사도들에 의해 많은 교회가 세워집니다. 그중 에페소와 코린토·테살로니카·소아시아의 일곱 교회 등이 대표하지요.
로마 교회는 베드로와 바오로 사도가 세운 신앙 공동체로 처음부터 교회 신앙의 규범이 되었습니다. 로마 교회는 1세기 말부터 실질적인 수위권을 지닌 교회였습니다. 이 시기부터 로마 교회의 기준에 따라 신앙의 정통과 이단이 구분됐습니다. ‘사도 신경’과 주교들의 ‘사도 계승’에 대한 고증도 로마 교회 관습에 따른 것입니다. 지역 교회는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로마 교회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로마 교회 역시 이들의 요청을 거절하지 않고 힘 닫는 데까지 지원했습니다.
“여러분에게는 모든 형제를 여러 가지 방법으로 돕고 모든 도시에 있는 많은 공동체에 기부금을 보내는 관습이 처음부터 있었습니다. 로마인인 여러분은 전승된 로마 관습을 철저히 지켰기 때문에 예부터 보낸 희사금으로 곤궁한 이들의 가난을 덜어 주었으며, 광산에 사는 형제들을 도와주었습니다. 여러분의 거룩한 주교 소테르는 이 관습을 철저히 지키는 데 그치지 않고, 자애로운 아버지가 자식에게 따뜻한 말로 위로하듯이 성도들뿐 아니라 로마에 오는 형제들에게도 많은 희사금을 나누어 주어 이 관습을 더 확대했습니다.”(에우세비우스 「교회사」 4,23,10)
사도들은 선교뿐 아니라 그리스도교 신앙의 기초를 놓았습니다. 먼저 미사 전례의 틀을 마련했습니다. 사도들은 성찬례 모임에서 성경을 낭독하고, 설교했으며 전구 기도를 바쳤습니다. 그리고 빵과 물을 섞은 포도주에 대한 성찬 축복 기도를 했습니다. 그리고 성찬례에 참여한 모든 이와 축성한 빵과 포도주를 나눠 먹었습니다.
215년께 저술된 히폴리투스의 ‘사도 전승’은 사도 시대 행해졌던 성찬례 감사 기도를 다듬어 담아놓았습니다. 이 감사 기도는 오늘날 ‘로마 전례서’ 성찬 전례 감사 기도 제2양식으로 계승돼오고 있습니다.
사도들은 또한 전례력의 기초를 놓았습니다. 사도들은 주님께서 부활하신 날인 주간 첫째 날을 ‘주님의 날’ 곧 ‘주일’로 정해, 유다인들의 금요일 안식일을 대체했습니다. 사도들은 주일에 동트기 전 성찬례를 거행해 행동이 자유로운 시민뿐 아니라 노예·노동자도 미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배려했습니다. 새벽 미사가 여기서 유래된 것이죠.
사도들은 또 주일과 더불어 주간 넷째 날과 여섯째 날, 곧 수요일과 금요일을 특별한 단식일로 지냈습니다. 월요일과 목요일에 단식하는 유다교 관습을 본받은 것입니다. 이 전통을 계승해 요즘도 수도원에서는 수요일과 금요일에 단식과 금육재를 지킵니다.
사도들은 교회의 공식 전례인 미사 외에 개인 기도를 허용하고 권장했습니다. 「디다케」는 주님의 기도 외에 하루 세 번 18 축복문을 바칠 것을 권고했습니다. 이것이 훗날 매일 3시·6시·9시에 기도를 바치는 시간 전례로 발전합니다.
사도들은 그리스도인 생활 규범의 틀도 제시했습니다. 사도들은 ‘이웃 사랑’ 특히 고아와 과부, 가난한 이들을 우선하는 사랑을 강조했습니다. 사도들은 겸손과 자비, 도덕과 사랑을 그리스도교 윤리 규범으로 제시했습니다. 특히 도덕의 힘인 ‘양심’을 높이 인정했고, 주님 가르침대로 박해자를 위해 기도하고 보복하지 말며 원수까지 사랑하라며 윤리 쇄신을 요구했습니다. 사도들은 하느님 사랑은 인간 사랑으로 완성된다고 가르쳤습니다.
리길재 전문기자 teotokos@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