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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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복음]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교회를 풍요롭게 하는 다름의 다양성

이계철 신부 (서울대교구 주교좌 기도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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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 그레코 작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1587~1592년.


오늘은 교회의 두 기둥인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입니다. 오늘 대축일의 간단하면서도 명확한 설명은 미사 고유 감사송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베드로는 신앙 고백의 모범이 되고, 바오로는 신앙의 내용을 밝히 깨우쳐 주었으며, 베드로는 이스라엘의 남은 후손들로 첫 교회를 세우고, 바오로는 이민족들의 스승이 되었나이다. 두 사도는 이렇듯 서로 다른 방법으로, 모든 민족들을 그리스도의 한 가족으로 모아, 함께 그리스도인들의 존경을 받으며, 같은 승리의 월계관으로 결합되었나이다.”

베드로 사도는 예수님께 “당신은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이십니다”라고 신앙을 고백하여 사도들의 으뜸으로 반석 위에 교회가 세워지고 하늘나라의 열쇠를 받았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그리스도교를 박해하던 중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 회개하고 이민족들에게 신앙을 전했습니다. 수많은 고난을 겪으면서도 전도여행을 하여 그리스도교 신앙을 온 세상에 전파했으며 신앙인들에게 편지로 영적 양식을 알렸습니다. 두 사도 모두 예수님의 충실한 제자로 복음을 전하다 로마에서 순교하였습니다.

그런데 두 사도는 서로 다른 성향을 보여줍니다. 출신부터 베드로 사도는 배움이 적은 어부였고, 바오로 사도는 로마 시민권을 지닌 바리사이 출신으로 당대 최고의 교육을 받았습니다. 베드로 사도는 로마인이 아니었기 때문에 십자가에 거꾸로 매달려 더 고통스럽게 처형되었고, 바오로 사도는 로마 시민이었기에 칼로 참수되었습니다.

베드로 사도는 예수님을 따르면서도 배반하였다가 뉘우쳤지만, 바오로 사도는 회심 후에 열성적으로 복음을 전했습니다. 베드로 사도가 감성적이었다면, 바오로 사도는 이성적이었습니다. 베드로 사도는 유다인들을 전교하였지만, 바오로 사도는 이민족들을 선교하였습니다.

이처럼 서로 다른 두 사도를 통해 모든 민족을 위한 하나의 큰 교회를 이룹니다. 두 사도는 그리스도를 위해 생명을 내어놓았고 신앙의 기둥 역할을 충실히 했습니다. 베드로 사도만이 아닌 바오로 사도만이 아닌, 두 사도를 통해 모든 인류를 위한 온전한 교회의 모습을 갖추게 된 것입니다.

이처럼 신앙 안에서 서로의 ‘다름’과 ‘틀림’을 구분해야 합니다. ‘다름’은 풍요롭고 완전하게 해주지만, ‘틀림’은 바로잡아야 하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서로 다른 형제자매들이 신앙 안에 함께 모여 조화를 이루며 교회가 발전하도록 섭리하십니다. 따라서 주위 사람의 모습이 틀린 것이 아니라면, 나와 다르더라도 교회를 더 풍요롭게 하는 것이니 존중해야 합니다. 그러나 만약 틀린 것이 있다면 공동체를 위해 바로잡아주어야 합니다. 이는 애덕의 실천이 됩니다.

오늘 베드로와 바오로 사도는 같은 날 축일을 지냅니다. 그들이 작은 성인이어서가 아니라, 서로 다름에도 불구하고 하나가 되어 교회의 기초를 닦아 풍요롭게 하였기 때문입니다. 교회는 나와 비슷한 사람들끼리만 모이는 곳이 아니라, 나와 다른 사람들이 모여서 틀린 것들을 서로 바로잡아주면서 일치를 이루며 성장해 갑니다.

혹시 주위 교우 중에 그들이 죄를 짓는 것도 아닌데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내가 등을 돌리고 있지는 않은지 성찰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혹시나 틀린 일을 하는데도 남의 일인 양 눈감아버린 적은 없는지 성찰해야 하겠습니다.

신앙의 눈으로 바라보면서 깨닫게 되는 것은 주님께서는 연약하고 부족한 인간이지만 이들이 모인 교회를 한없이 사랑하고 신뢰하시며 다양한 모습들로 풍요롭게 완성하신다는 사실입니다.

 


이계철 신부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5-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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