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의 수호성인 카를로 아쿠티스] (8) 성체 신심
이탈리아 란치아노의 성 프란치스코 성당에 모셔진 기적의 성체와 성혈. 카를로 아쿠티스는 교회사에서 빛나는 성체 기적의 사례들을 찾고 묵상하며 깊은 성체 신심으로 신앙생활을 했다. 출처=Wikimedia Commons
복자 카를로 아쿠티스가 여덟 살 무렵이었습니다. 대부님의 질문에 그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참으로 성체 안에 계시며, 그저 상징으로서가 아니라 진짜 몸과 피로 존재하신다”고 말입니다. 그리스도의 몸! 그리스도의 피! 카를로는 전례의 아름다움에 끝없이 경탄했습니다. 성체 안의 예수님 현존은 그에게 놀라운 신비였습니다.
란치아노의 성체 기적
그의 깊은 성체 신심에는 기적의 표징 또한 빠질 수가 없었습니다. 카를로는 이탈리아 란치아노에서 일어난 성체 기적을 떠올리며, ‘예수님은 종종 흔들리는 우리 믿음을 되살리기 위해 이러한 기적을 행하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느님이 주신 특별한 표징인 성체의 기적을 통해 많은 사람이 성체가 참으로 예수님의 몸과 피임을 알게 되는 것입니다.
또한 성체 안에 예수님의 꿰찔린 심장, 그 속에서 무한한 사랑의 힘으로 박동하는 그분의 성심을 느낍니다. “지극히 거룩하시고 사랑이 넘치는 예수 성심, 그 마음은 거룩한 성체 안에 숨어 여전히 우리를 위해 뛰고 있습니다.” 존 헨리 뉴먼 성인의 이 고백처럼 카를로 역시 “성체가 바로 예수 성심”임을 굳게 믿고 말하곤 했습니다. 이 신비는 란치아노의 성체 기적에서도 사실로 드러납니다. 성체가 살아있는 살로 변했고, 그 살이 몸의 다른 부위가 아닌 심장 근육의 일부임이 밝혀졌기 때문입니다.
750년, 란치아노에서 한 신부가 의심을 거두지 않은 채 미사를 집전하던 중 축성된 빵이 살로, 축성된 포도주가 피로 변하는 기적이 일어났고 많은 사람이 이를 목격했습니다. 1200년이 지난 1970년 이 기적에 관하여 해부학·조직학·화학 전문가인 에두아르도 리놀리 박사가 과학 정밀 조사를 실행했고, 1973년 세계보건기구 과학위원회는 살아있는 인간의 것임을 선언하였습니다. 조사 보고서의 주요 내용은 이렇습니다. ‘이 살은 심장의 근육 조직으로 이루어진 진짜 사람의 살이다. 이 피는 이 살과 같은 AB형 사람의 혈액이고 굳지 않은 선혈이다.’
예수 성심의 사랑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당신의 마지막 회칙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사랑하셨습니다」(Dilexit Nos)에서 “나는 너희를 친구라고 불렀다”(요한 15,15)라고 하시며 아무 조건 없이 먼저 사랑하신 그리스도의 그 마음에 기대고 그 마음을 위로하라고 우리를 초대합니다. 이 회칙이 예수님께서 마르가리타 마리아 알라코크 성녀에게 발현하신 지 350주년 되는 날 발표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알라코크 성녀는 예수 성심의 순수한 사랑이 인간의 배은망덕과 무관심에도 불구하고 인간을 끝까지 사랑했음을 전하며, 예수님께서 명하신 ‘예수 성심 축일’과 ‘매주 목요일 성시간’ ‘매달 첫 금요일 영성체’의 신심을 널리 전파합니다. 알라코크 성녀의 생애와 어록을 필사할 정도로 깊이 묵상하던 카를로는 매달 첫 금요일 영성체를 지키며 예수님의 마음을 상하게 한 죄를 뉘우치고 사랑과 위로의 마음을 봉헌했습니다.
예수님과 완전한 합일
카를로는 최후의 만찬 때에 예수님 가슴에 머리를 기댔던 요한 성인, 예수님께서 사랑하신 그 제자에게 항상 매료되어 있었습니다. 여러 성인·성녀가 그랬듯이 또 하나의 작은 요한 성인이 되어 예수님께 머리를 기대고 그분 심장 소리를 들으며 완전한 합일(合一)을 희망했습니다.
기도 안에서 예수님을 향하여 고동치던 카를로의 심장은 현재 아시시의 산 루피노 주교좌성당에 모셔져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 로마로 옮겨져 레오 14세 교황님께서 집전하실 2025년 9월 7일 시성식 때 현시될 예정입니다.
“예수님의 신적인 마음이 우리 마음을 대신하여, 오직 그분만이 우리 안에서 우리를 위해 살아계시고 일하시기를 빕니다.” 알라코크 성녀의 이 기도에 우리도 카를로와 함께 힘차게 답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그리스도의 마음을 지니고 있습니다.”(1코린 2,16)
유소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