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7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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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의 네트워크 구축한, 평범한듯 비범한 소년

[인터넷의 수호성인 카를로 아쿠티스] (9) 하느님의 인플루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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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평범하면서도 주변을 보고 베풀 줄 알았던 카를로 아쿠티스의 모습. 출처=www.carloacutis.com


복자 카를로 아쿠티스를 그리워하는 친구들은 그를 이렇게 떠올립니다. “여느 남자아이와 마찬가지로 스포츠카를 좋아하고 스티브 잡스를 존경하며 농담을 잘하는, 겉보기엔 평범한 소년이지만 알면 알수록 특별한 아이.”

학교 코앞에 살면서도 지각을 하고, 수업 시간에 터져버린 웃음보를 참지 못해 교실 밖으로 쫓겨나며, 프랑스어 시간이면 숙제 때문에 혼나는 점이 그의 평범함이었다면, 그 누구와도 다투는 일 없고 늘 침착하며 누구든 기꺼이 도와주려 하고, 특히 컴퓨터와 과학에 폭넓은 지식을 갖추고 그 능력과 열정을 주님을 전하는 데 사용하던 점이 바로 그의 특별함이었습니다.

본당 신부님이던 포마 몬시뇰은 “잊을 수 없는”이라는 말로 그를 정의하며, 지적 호기심 가득한 소년으로 기억했습니다. 고등학교에서 영성 지도를 맡았던 가차니가 신부는 소외된 친구를 자연스럽게 무리 속으로 이끄는 카를로의 주도적이고 섬세한 배려가 인상 깊었다고 말합니다.

실제 아홉 살 때부터 밀라노 폴리테크닉 대학 교재를 사서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독학한 카를로는 이 재능을 친구들에게 컴퓨터 사용법을 가르쳐주고 본당과 학교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데 썼습니다. 그의 목표는 ‘매스 미디어’ 선교였습니다. 그러나 그는 결코 그런 탁월한 능력 때문에 시기나 따돌림의 대상이 되지 않았습니다. 참된 지력은 하느님께서 성령을 통하여 우리 마음에 부어주신 사랑으로 빚어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자신을 뽐내기보다 겸손하게 나눔과 봉사의 도구로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누구에게나 친절

카를로는 거리에서 마주치는 모든 이에게도 사랑을 전했습니다. 집에서 학교까지 자전거를 타고 다니던 길에는 비유럽 출신 이주민들이 관리인으로 일하는 건물이 많았는데, 자전거를 세워 먼저 인사를 건네고 안부를 전하며 이민생활의 고단함을 겪는 그들을 위로하곤 했습니다. 모든 이가 예외 없이 그의 친구이자 이웃이었습니다.

주님 성탄 대축일이 다가오면 그는 용돈을 모아 학교 친구와 선생님, 직원들을 위한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학업에 어려움을 겪는 친구, 또는 소외된 친구를 집으로 데려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일상의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모두 사랑의 표현이었습니다.



거룩한 영향

2006년 10월 12일 그가 세상을 떠나자 많은 이가 그의 죽음을 빠르게 알렸습니다. SNS에서도 부고가 퍼져나갔고, 친구와 이웃, 그를 알던 많은 사람이 모여들었습니다. 10월 14일 장례미사가 거행된 본당은 인파로 가득 찼고 성당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 사람들은 바깥에서 작별 인사를 했습니다. 장례 마지막에 때마침 울려 퍼진 삼종기도 종소리는 그를 천국으로 데려가는 천사의 안내와 같았습니다. 장례가 아니라 마치 잔치에 와있는 듯한 분위기 속에 카를로가 생전에 맺은 거대한 우정의 네트워크가 아름답게 드러났습니다. 그가 참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거룩한 영향을 끼쳤는지 증명된 날이었습니다.



우리가 전하는 메시지

사람들은 방향을 제시하며 희망을 줄 수 있는 누군가를 찾습니다. 오늘날 디지털 세상 속에는 수많은 인플루언서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영향력은 유명인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교황청 홍보부 문서 「충만한 현존을 위하여」(2023)가 밝히듯 ‘모든 그리스도인은 인플루언서’입니다. 팔로워 숫자와 무관하게 우리 그리스도인은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끼치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전하는 메시지는 우리의 인지도나 인기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가치를 지닙니다.

그런 의미에서 카를로는 참으로 효과적인 ‘하느님의 인플루언서’였습니다. 우리는 모두 하느님을 사랑하고 섬기며 영원한 생명을 얻도록 창조되었음을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자신의 삶으로 전했기 때문입니다. 과장되거나 거짓 정보를 퍼뜨리며 마케팅에 이용당하는 인플루언서가 넘치는 오늘날 이 세상은 복자 카를로 아쿠티스 같은 ‘하느님의 인플루언서’가 절실합니다.


 

유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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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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