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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엽 신부의 성경 속 인물] 주님의 부활을 체험하고 기절초풍한 무덤 경비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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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청에 가면 중세 복장을 한 근위병들이 눈에 띈다. 이들은 교황청을 수비하는 공식 경비대로, 바로 ‘스위스 근위대’이다. 14세기 이후부터 교황청의 경호를 맡아온 이들은, 1505년 개혁 정책을 추진하던 중 신변에 위협을 느낀 율리오 2세 교황에 의해 창설되었다. 당시 교황은 이들에게 ‘교회의 수호자’라는 칭호를 부여하며 특별한 임무를 맡겼다.


스위스 근위대는 클레멘스 7세 교황 재위 시기인 1527년 5월 6일, 가장 치열한 전투를 치렀다. 신성 로마 제국의 황제 카를 5세가 보낸 군대가 로마를 침공하고 약탈을 벌이자, 다른 용병들은 무기를 버리고 도망쳤다. 그러나 스위스 근위대는 수적으로 크게 열세임에도 끝까지 목숨을 걸고 싸웠다. 교황이 성 베드로 대성당으로 피신하던 당시, 500명의 근위병 중 겨우 42명만이 살아남았다. 교황은 살아남은 이들에게 조국 스위스로 돌아갈 것을 권했지만, 그들은 오히려 교황의 안전을 먼저 당부한 뒤 모두 장렬히 전사했다.


이들의 희생 덕분에 클레멘스 7세 교황은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약 800미터 떨어진 ‘천사의 성’(Castel Sant’Angelo)으로 무사히 피신할 수 있었다. 이처럼 목숨 바쳐 충성을 다한 스위스 근위병들의 용맹함으로 인해 이후로도 스위스 병사들이 교황청 근위대로 계속 기용되는 전통이 이어졌다.


한편, 복음서에는 전혀 다른 성격의 경비병 이야기가 등장한다. 예수님께서 숨을 거두신 다음 날, 수석 사제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총독 빌라도에게 찾아와 이렇게 말했다. “저 사기꾼이 살아 있을 때 ‘나는 사흘 만에 되살아날 것이다’라고 한 것을 저희는 기억합니다. 그러니 셋째 날까지 무덤을 지키도록 명령해 주십시오.” 이에 빌라도는 신경질적으로 대답했다. “당신들에게 경비병들이 있지 않소? 가서 알아서 지키시오.”


그들은 경비병을 배치해 예수님의 무덤을 사흘 동안 지키게 했고, 무덤 입구는 큰 돌로 막았다. 그리고 이튿날 새벽, 막달라 마리아와 또 다른 마리아가 무덤을 찾아갔을 때, 갑자기 큰 지진이 일어났다. 하늘에서 번개처럼 빛나고 눈처럼 흰 옷을 입은 주님의 천사가 내려와 무덤 입구의 돌을 굴려내고 그 위에 앉았다. 천사는 여자들에게 말했다. “두려워하지 마라.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은 여기에 계시지 않다. 말씀하신 대로 되살아나셨다.”


이 광경을 지켜본 경비병들은 급히 시내로 들어가 모든 사실을 보고했다. 그러자 수석 사제들은 경비병들에게 많은 돈을 주며 이렇게 지시했다. “예수의 제자들이 밤에 와서 우리가 잠든 사이 시체를 훔쳐 갔다고 하시오.” 하지만 ‘발 없는 말이 천 리 간다’는 속담처럼 이 이야기는 유다인들 사이에 급속히 퍼져나갔다. 결국 무덤을 지키던 경비병들의 이야기는 초대교회에서도 다른 부활 이야기들과 함께 널리 알려졌다. 역설적으로, 그들은 부활의 증인이 되었던 것이다. 하느님의 역사(役事)는 참으로 신비롭다.



글 _ 허영엽 마티아 신부(서울대교구 영성심리상담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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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5-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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