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렐리오 성인과 나탈리아 성녀는 9세기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의 코르도바에서 살았습니다. 이들은 7세기 이후 스페인을 정복한 아프리카 무슬림인 무어인들의 왕, 압드 알 라흐만 2세가 일으킨 박해 중에 순교한 코르도바의 순교자들로 불립니다.
아우렐리오는 코르도바의 저명한 가문의 무어인 아버지와 그리스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린 나이에 고아가 되어 그리스도인 이모의 돌봄을 받고 자라며 충실한 그리스도인이 되었습니다. 그는 무슬림 부모의 딸 사비고토와 결혼했습니다. 사비고토는 아버지가 사망하고 어머니가 그리스도인과 재혼하자 개종하여 나탈리아라는 이름을 얻었습니다.
당시 그리스도인들은 공개적으로 이슬람을 공격하거나 그리스도교를 선교하지 않는다는 조건 아래 세금을 더 내면서 조용히 신앙생활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우렐리오와 나탈리아 부부는 그리스도교로 개종한 사실을 숨기고, 비밀리에 신앙생활을 했습니다. 부부는 그 도시 사제였던 에울로지오 성인의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그러면서 다른 그리스도인들이 공개적으로 신앙을 고백하고 박해받으면서도 용감하게 순교하는 것을 보고 크게 감동하였습니다.
아우렐리오와 나탈리아는 자녀들을 다른 이에게 양육비를 주며 맡기고, 드러내놓고 신앙생활을 하면서 감옥에 갇힌 다른 그리스도인들을 돌봤습니다. 자녀의 양육비를 제외한 나머지 재산은 가난한 이들에게 나눠주었습니다. 결국 이들은 이슬람교의 배교자로 낙인 찍혀 체포된 뒤 사형선고를 받았습니다. 852년 7월 27일 참수된 이들 부부의 시신은 다른 신자들이 수습해 여러 수도원과 성당에 안장했습니다.
이들 부부가 순교할 때 신앙생활을 함께했던 아우렐리오의 친척 펠릭스 성인과 부인 릴리오사 성녀, 그리고 이슬람교의 예언자 무함마드를 공공연히 비판했던 부제이자 수도승인 제오르지오 성인도 같이 처형을 당했습니다. 이 거룩한 순교 기록은 에울로지오가 직접 썼습니다. 에울로지오는 822년부터 859년 사이 무어인들의 박해로 코르도바에서 순교한 사람들의 고통과 죽음의 과정을 기록했는데, 그것이 「성인의 기념」입니다. 아우렐리오와 제오르지오의 유해는 나중에 프랑스 파리의 생제르맹 수도원 성당으로 옮겨졌습니다.
옛 「로마 순교록」은 7월 27일 목록에서 스페인 코르도바에서 아랍인 박해가 한창일 때, 제오르지오와 펠릭스·아우렐리오·나탈리아·릴리오사가 순교했다고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