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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의 수호성인 카를로 아쿠티스] 조부모의 사랑에서 피어난 성덕

(12) 세대를 잇는 다리이자 사랑의 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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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자 카를로 아쿠티스는 어린 시절 조부모의 보살핌과 큰 신앙 대물림 속에 아름다운 마음을 지닌 아이로 자라났다. 사진은 1991년 태어난 뒤 유아세례를 받고 증조모 품에 안긴 카를로의 모습. 출처=www.carloacutis.com


코로나19 팬데믹이 전 세계를 강타했을 때, 가장 큰 고통을 받은 이들은 격리와 고독 속에서 생의 마지막을 맞이해야 했던 노인들이었습니다. 이처럼 어려움에 놓인 노인들을 위로하고 그 소중함을 되새기고자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2021년 ‘조부모와 노인의 날’을 제정하시고, ‘내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 28,20)라는 말씀을 주제로 첫 담화를 발표하셨습니다.

그때부터 온 교회는 제자들에게 주신 주님의 이 약속을 기억하며, 노인들을 결코 외롭게 버려두지 않겠다고 다짐했고 해마다 이를 기억하고 실천합니다. 이날은 특히 예수님의 외조부모인 ‘성 요아킴과 성녀 안나 기념일’에 즈음하여 거행됩니다.

전승에 따르면, 자녀가 없다는 것은 하느님 축복을 받지 못한 것이라 여기던 당시 이스라엘에서 아이가 없어서 소외받던 그들이 눈물로 탄원하며 올린 기도에 응답하시어, 주님께서는 그들에게 성모님을 낳게 해주시는 영광을 주셨습니다.

“어느 점에서 바라보든 인생은 언제나 놀랍도록 멋진 것.” 복자 카를로 아쿠티스가 이렇게 말할 수 있었던 것은 어린 시절부터 조부모님과 맺은 각별한 유대를 통해 삶의 기쁨과 깊은 사랑을 체득했기 때문입니다. 외할아버지는 자연을 접할 기회를 자주 마련 해주셨습니다. 특히 포르토 베네레의 바다에서 보트를 타고 나갔을 때, 수많은 돌고래 떼를 만난 일은 어린 카를로에게 평생 잊지 못할 큰 기쁨이었습니다.

돌고래를 그렇게 많이 본 것은 요트를 즐기던 할아버지에게도 처음이었다고 합니다. 돌고래를 보게 해달라는 카를로의 아기다운 간절한 기도가 응답을 받은 체험이었죠. 그러나 갑작스럽게도 외할아버지는 세상을 떠나셨고, 몇 달 뒤 카를로는 꿈에서 할아버지를 만났습니다. 할아버지는 연옥에 있는 자신을 위해 기도해달라고 부탁하셨고, 카를로는 그때부터 미사와 묵주기도를 통해 외할아버지와 연옥 영혼들을 위해 기도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외할머니는 카를로 가족과 함께 지내셨고, 카를로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지혜로운 조언자가 되었습니다. 피렌체·피사·루카 등 이탈리아를 함께 여행하고, 루르드·파티마·스페인 곳곳을 성지 순례하며 아시시에서 휴가를 보낼 때도 함께였습니다. 사제 성소에 대한 갈망도 외할머니에게 가장 먼저 털어놓았습니다. 부모님은 이 사실을 나중에야 듣게 되었습니다.

2006년 10월 12일 카를로가 숨을 거두었을 때도 그의 어머니가 이 소식을 전하러 가자, 할머니는 이미 알고 계셨습니다. “할머니, 저는 천국에서 천사들과 함께 있어요. 저는 너무 행복해요. 울지 마세요. 저는 늘 할머니 곁에 있을 테니까요”라는 카를로의 목소리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조부모님과의 깊은 유대는 자연스럽게 이웃 어르신들에 대한 배려로 확장되었습니다. 카를로는 장을 보고 집에 돌아가는 할머니들의 짐을 들어드리며 “할머니, 집으로 가세요. 저도 금방 도착해요”하는 말과 함께 사라져버리곤 했습니다. 그에게 봉사는 거창한 것이 아니라 평범한 일을 특별한 마음으로 행하는 것이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학교를 통해 결연을 맺은 장애 노인을 자주 찾아뵙곤 했습니다. 또 팔십 대의 가난한 독거노인을 꾸준히 병문안하기도 했습니다. 과거 성당 앞에서 구걸하던 그분은 심장병과 당뇨로 자주 입원했는데, 그 할아버지의 전화를 받을 때마다 카를로는 언제든 기쁜 마음으로 방문했던 것입니다.

밀라노 대성당에서 만난 한 노부인과의 우정도 특별했습니다. 이 할머니는 매일 미사를 드렸고 대성당 계단에 종일 앉아있거나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선교하며 나머지 시간을 보냈습니다. 어느 날 할머니는 “교리를 가르쳐줄게”하며 카를로를 불렀고, 그 인연으로 친구가 되었습니다. 할머니는 카를로로 인해 웃음을 되찾았고 스스럼없이 함께 맥도널드를 찾기도 했습니다.

복자 카를로 아쿠티스는 진정 세대를 잇는 다리였고, ‘언제나 노인과 함께 있겠다’는 교회의 약속이 생기기도 전에 실천한 모범이자 사랑의 마음을 자연스럽고도 일상적인 방식으로 구체화할 줄 아는 옆집의 성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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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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