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마스와 성 클레멘스 1세 교황은 성경과 교회 전승을 토대로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교회의 교리를 발전시켜 갔다. 성 클레멘스 1세 교황 이콘.
교부 시대 그리스도상의 특징은 그리스도인 마음에 자리한 ‘민중 신앙’ 형태로 드러난다는 것입니다.
“외경이 활발히 쓰이고 읽힌 시대에 예수의 생애에 대한 통속 신앙은 동정 탄생, 놀라운 별, 세례와 유혹, 변신(거룩한 변모), 저승에 내려가심 등 예수의 생애에 특별한 관심을 보인다. 헤르마스의 「목자」, 「클레멘스의 둘째 편지」, 「시빌라의 신탁」 등은 ‘고통받는 그리스도는 온 세상을 끌어안는 하느님의 아들’이라는, 박해받는 이들의 대중적인 그리스도상을 드러낸다. 예수를 예언자 중 하나로 본 에비온파, 양자설, 육화와 수난 문제를 비켜 가고자 했던 가현설, 인간의 보편적인 구원론을 설파하기 위해 그리스도교를 이용했던 영지주의 등이 이단의 예이다. 영지주의와의 투쟁을 통해서 정통 신앙과 이단이 구분된다.”(「교부들의 그리스도론」 28쪽)
헤르마스의 저서들은 「디다케」, 「솔로몬의 시편」, 「바르나바의 편지」와 함께 전례·윤리·수덕·교리교육을 다룬 책입니다. 헤르마스는 비오 1세 교황(재위 140~155년?)의 형제입니다. 그는 사도 교부 시대 후반기인 130~140년께 「목자」를 저술합니다. 「목자」는 다섯 가지 환시와 열두 가지 계명, 열 가지 비유로 구성돼 있습니다. 「목자」는 고대 동방 교회에서는 성경의 정경으로 분류돼 전례 때 공식 봉독될 만큼 권위를 인정받았습니다.
“가서 탑을 세워라. (?) 그들은 이미 하느님의 마음에 들었으며, 하느님의 이름 때문에 고난을 받았다. 네가 그들과 한자리에 앉기에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그들이 행한 것을 행하고 견디어 낸 것을 견디어 내는 모든 사람도 그들과 함께 앉을 수 있을 것이다.”(하성수 역, 헤르마스 「목자」, 셋째 환시 중에서)
“이 바위와 문은 하느님의 아들이다. (?) 하느님의 아들은 그분의 모든 피조물 이전에 태어나셨으며, 창조 때는 아버지의 조언자이셨다. 이 때문에 바위가 오래되었다. (?) 그분은 종말 전 마지막 날에 나타났기 때문에 문이 새것이다. 이는 구원받아야 하는 모든 이가 문을 통하여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게 하기 위해서다. (?) 문은 하느님의 아들이고 주님께 가는 유일한 길이다. 그러므로 아무도 하느님의 아들을 통하지 않고서는 그분께 갈 수 없을 것이다.”(하성수 역, 헤르마스 「목자」, 아홉째 비유 중에서)
헤르마스 「목자」에 나오는 ‘하느님의 이름’은 예수 그리스도의 ‘신성’을 드러내는 표현입니다. 이는 ‘하느님의 아들’과 같은 표현으로 요한 복음서의 ‘로고스’나 ‘영’과 연결됩니다. 따라서 ‘하느님의 이름’은 ‘육화한 로고스’, ‘사람이 되신 하느님’을 드러냅니다.
헤르마스 「목자」에 등장하는 ‘주님’과 ‘하느님의 이름’ 또는 ‘하느님의 아들’은 아버지 하느님 곧 천주 성부와 그 외아드님이신 예수 그리스도 곧 성자 그리스도를 드러냅니다. 이렇게 성부와 성자, 두 위격에 대한 이해와 표현은 유다교의 유일신 사상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관념입니다.
여기서 20세기 저명한 신학자 알로이스 그릴마이어 추기경의 헤르마스 「목자」에 드러난 ‘하느님의 아들’에 관한 해석을 살펴봅시다. “‘오래된 바위’는 창조 전의 아들의 선재와 아버지의 조언자로서 창조의 중재자 역할을 상징한다. ‘문’은 세상 안에 아들이 계시된 것과, 아버지에게 가는 길을 준비하는, 그의 유일한 구원 업적을 말한다. 그는 유일한 문, 곧 주님께 이르는 유일한 통로이다. 비록 여기에 육화에 대한 아무런 암시가 없다 하더라도, 이것이 그리스도를 나타낸다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구원에 있어서의 중재자 역할은 분명히 창조에 있어서의 중재자 역할과는 다르다. 하지만 구원 역시 하느님 아들의 ‘이름’과 연결된다.…헤르마스의 목자는 이름-신학을 하느님 아들의 선재와 중재자 역할을 인정하는 것과 명확하게 연결시킨다.”(「교부들의 그리스도론」 296쪽)
헤르마스보다 앞서 요한 사도가 아직 에페소에서 살아 활동하고 있을 때 로마의 주교로 사목했던 성 클레멘스 1세 교황은 96년께 저술했던 최초의 교황 사목 서간인 「코린토인(신자들)에게 보낸 서간」을 씁니다. 클레멘스 1세 교황은 이 사목 서간에서 자신의 그리스도론과 교회론을 펼칩니다.
“사도들은 우리에게 주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받은 복음의 선포자들이었으며, 예수 그리스도는 하느님으로부터 파견되신 분이십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께서는 하느님으로부터 오신 분이며 사도들은 그리스도로부터 오신 분들입니다. 따라서 그분들의 오심은 하느님의 뜻에 따라 질서 안에서 이루어졌습니다. 그들은 사명을 받았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로 충만해졌으며, 하느님의 말씀으로 충실히 확고해졌고, 그다음 성령께 대한 확실한 믿음으로 나가서 하느님 나라가 가까이 왔다고 선포하였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도시와 지방에서 말씀을 설교하면서, 그들의 첫 번째 사람들을 성령 안에서 미리 심사한 후 미래의 신자들을 위해 주교와 부제로 임명하였습니다.”(황치헌 신부 역, 「고대 교회사 사료 편람」 75쪽)
성 클레멘스 1세 교황은 「코린토인(신자들)에게 보낸 서간」에서 예수님의 메시아적 복음 선포 안에 이미 그리스도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고 합니다. 아울러 사도들은 삼위일체 하느님의 이끄심으로 구원 경륜에 동참하고 있음을 밝힙니다.
이처럼 성 클레멘스 1세 교황의 그리스도론과 교회론은 예수 그리스도와 삼위일체 하느님에 관한 ‘성경’과 ‘교회의 전승’을 토대로 형성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교회의 교리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가장 단순하면서도 가장 중요한 틀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