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월 10일
사목/복음/말씀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가톨릭 신앙 여정의 든든한 동반자, 성인들

[인터넷의 수호성인 카를로 아쿠티스] (13) SF보다 더 놀라운 현실, 성인들의 통공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젊은이의 희년 기간인 7월 31일 전 세계 청소년과 청년 수십만 명이 로마를 순례 중인 가운데, 복자 카를로 아쿠티스의 액자가 한 성당에 전시돼 있다. OSV


얼마 전 ‘전지적 독자 시점’이라는 영화를 보았습니다. 멸망한 지구에서 살아남기 위해 분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였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인상 깊었던 설정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배후성’이라는 존재였습니다. 우주 어딘가에서 이야기를 지켜보며 계약을 맺은 인물에게 힘을 보태는 별자리들. 그들은 단순한 시청자가 아니라 든든한 후원자이자 생존의 중요한 열쇠였습니다. 주인공은 결코 혼자의 힘으로 미션을 완수할 수 없고, 반드시 연대와 도움이 있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 가톨릭 신자들의 신앙 여정도 비슷한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에게도 배후성과 같은 존재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성인들입니다. 지상 삶에서는 자신을 비우고 주님만을 채우며 겸손되이 주님을 따랐고, 이제 하느님 곁에서 지상 교회를 위해 기도하는 이들. 성인들의 전구가 우리의 영적 여정을 돕는 영적 후원이고 배후입니다. 우리는 성인들의 통공 안에서 시공간의 경계를 초월해 천상과 지상을 아우르는 친교를 누립니다. 이처럼 기도를 통해 성인들과 연결되는 교회는 어쩌면 SF보다 더 놀라운 ‘초월적이면서도 현실의 장소’가 아닐까요?

복자 카를로 아쿠티스는 성인들의 전구에 깊은 신뢰를 두었습니다. 그가 특히 사랑한 성인은 성 프란치스코와 파도바의 성 안토니오였습니다. 카를로는 여름방학이면 가족과 함께 아시시에서 지내며 성 프란치스코의 발자취를 따라 침묵 안의 묵상을 즐겼습니다. 들판을 따라 올리브 나무 사이를 걷고, 새들의 둥지를 바라보며 하느님의 숨결을 느끼고, 프란치스코 성인이 지은 ‘피조물의 찬가’를 외우며 자연 속에서 하느님을 찬미했습니다.

성인이 오상의 선물을 받은 라 베르나도 자주 찾았습니다. 그곳에서 영성 피정 중 그리스도의 수난에 자신을 결합하는 강렬한 영적 체험을 하며 십자가의 길 기도에도 눈떴습니다. 십자가의 길을 바치며 걷는 산책로에서 나뭇가지를 엮어 십자가도 만들곤 했는데, 그 십자가를 발견하는 사람들이 자신처럼 그리스도의 수난을 묵상할 수 있도록 짧은 글을 적어두기도 했습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즉위 미사 강론에서 전한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그리스도께 문을 활짝 여십시오”라는 말씀도 그가 새긴 글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카를로의 방학은 언제나 프란치스코 성인 무덤 앞에서 새 학년에 올라가 잘 지낼 수 있도록 그분께 의탁하고 기도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카를로가 존경했던 또 한 명의 성인은 ‘이단자들의 망치’라 불린 파도바의 성 안토니오입니다. 탁월한 지식과 감동적 설교로 많은 이단자를 회개로 이끈 안토니오 성인은 깊은 성체 신심으로도 유명했습니다. 카를로는 그 신심을 본받고자 노력했으며, 견진성사를 준비하는 아이들에게 교리를 가르칠 때 다음과 같은 안토니오 성인의 일화를 늘 들려주곤 했습니다.

“어느 날 자기가 저지른 모든 죄악에서 돌아서기로 결심한 큰 죄인이 성인을 찾아갔습니다. 죄를 고백하려고 성인의 발 앞에 무릎을 꿇은 그는 감격한 나머지 입을 열 수 없었고 회개의 눈물만이 얼굴을 적셨습니다. 그러자 성인은 그 죄인에게 돌아가서 자기 죄를 적어 오라고 말했습니다. 죄인은 집으로 돌아가서 종이에 긴 목록을 적어서 다시 왔습니다. 안토니오 성인은 종이에 적힌 것을 큰 소리로 읽은 다음 그에게 돌려주었습니다. 그러자 놀랍게도, 그 종이는 백지로 변해 있었습니다! 더 놀라운 일은, 그 죄들이 종이에서만 사라진 것이 아니라 죄인의 영혼에서도 사라졌습니다.”

이 이야기를 통해 카를로는 진정한 회개가 어떤 기적을 낳는지, 또 하느님 자비가 얼마나 무한한지 전하고자 했습니다.

성인들과 함께 기도의 길을 걸으며 하느님께로 나아가던 카를로의 삶은 우리에게 커다란 본보기가 됩니다. 우리도 가장 사랑하는 성인에게 전구를 청하고, 그 말씀을 매일 조금씩 읽으며, 그 모범을 따라 걸어보면 어떨까요? 기도는 “교회의 가장 큰 힘”이라고 하신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씀처럼 성인들의 전구에 힘입어 우리가 바치는 기도는 자애로운 아버지이신 하느님 마음의 문을 여는 열쇠가 되어줄 것입니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5-08-06

관련뉴스

말씀사탕2025. 8. 10

야고 5장 11절
사실 우리는 끝까지 견디어 낸 이들을 행복하다고 합니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