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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시대, “지혜를 저버리지 마라. 그것이 너를 보호하리라”

[김용은 수녀의 오늘도, 안녕하세요?] 124. 지식과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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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의 바다는 AI가 대신 항해해줄 수 있다. 그러나 그 바다의 깊이를 온몸으로 통과할 용기와 지혜는 오직 인간만이 품을 수 있다. OSV

Chat GPT가 등장한 지 2년. 우리는 인공지능의 놀라운 능력에 감탄하면서도 그 끝없는 진화 앞에 불안을 느낀다. “인공지능(AI)이 우리 일자리를 빼앗을까?” “과연 인간을 대체할 수 있을까?” 이 질문 속에서 오래전 캠프장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미국 한 여름캠프. 한국에서 온 10대 아이들이 수영장에 들어섰다. 대부분 수영을 능숙하게 했기에 강사는 아이들을 가장 깊은 수심의 풀장으로 안내했다. 그런데 아이들이 물에 뛰어들자마자 허우적대기 시작했다. “발이 땅에 닿지 않아요.” 수영법은 배웠지만, 깊은 곳에서의 경험은 없었다. 강사는 얕은 물에서 놀던 6~7세 미국 아이들을 불러 세웠다. 장대를 물속에 꽂아두고 한 명씩 뛰어내리게 했다. 아이들은 잠시 주저했지만, 모두 뛰어들어 장대를 짚고 무사히 나왔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한국 아이들은 충격을 받은 듯했다.

이는 단순한 수영 기술의 문제가 아니었다. 지식과 기술이 충분해도 낯선 환경 앞에서는 허우적댈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모습은 지금 AI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습과 너무 닮아 있었다.

지식은 정보를 습득하는 것이고, 기술은 그 지식으로 무언가를 수행하는 능력이다. 인공지능은 이미 인간을 뛰어넘는 놀라운 수행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지혜는 다르다. 지혜는 직접 겪고 체화하여 현명하게 행동하는 살아있는 정신적 능력이다. 지식과 기술은 유사한 상황에서는 유용하지만 낯선 곳에선 한계에 부딪힌다. 반면 지혜는 바로 그 낯선 환경에서 빛난다. 경험과 성찰을 바탕으로 위험 앞에 슬기롭게 대처하는 힘이다.

심리학자 로버트 스턴버그는 지혜를 단순한 지능이 아니라 “무엇이 진짜 문제인지 알아내는 능력”이라 정의했다. 그렇기에 지혜가 부족하면 판단의 오류와 윤리적 실패가 잦아진다고 말한다. 철학자 발레리 티베리우스는 지혜를 “좋은 삶을 위한 판단력”이라고 표현한다. 지혜는 깊은 윤리적 통찰과 예측할 수 없는 삶의 흐름, 상처와 침묵을 이해하며 끌어안는 힘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 지식의 상대적 중요성은 줄어드는 반면 지혜의 가치는 더욱 커지고 있다. 정답보다 질문을, 효율성보다 의미를, 속도보다 방향을 묻는 능력은 인공지능이 흉내 낼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영역이다.

인공지능이 우리를 대체할 수 있을까? 일자리는 변할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AI가 아무리 뛰어난 지식과 통계적 예측을 통해 감정과 공감까지 흉내낸다 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모방’일 뿐이다. 진짜 경험을 통해 애매함을 견디는 힘, 맥락을 읽는 직관, 감정을 이해하는 공감, 새로운 의미를 창조하는 상상력, 그리고 무엇보다 윤리적 성찰과 영적 통찰에서 나오는 지혜는 인간만이 길러내고 실천할 수 있는 정신의 힘이다.

물론 AI와 인간이 대립하기보다는 협력할 때 더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AI가 방대한 정보를 처리하고 복잡한 계산을 수행하는 동안 인간은 그 결과를 해석하고 윤리적으로 판단하며 창의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도구인 AI에 종속되지 않는 것이다.

결국, 교육은 정답만 가르치는 일이 아니다. 깊은 곳에서 스스로 떠오를 용기를 북돋는 일이다. 캠프장의 강사처럼 우리는 서로를 ‘깊은 곳’으로 이끌어야 한다. 물속 장대가 되어주고, 질문을 던지게 하는 존재 말이다.

지식의 바다는 AI가 대신 항해해줄 수 있다. 그러나 그 바다의 깊이를 온몸으로 통과할 용기와 지혜는 오직 인간만이 품을 수 있다. 완벽한 수영 실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깊은 곳에 뛰어들 용기다. 그리고 그곳에서 길어올리는 살아있는 지혜다.

불확실하지만, 우리는 도전해야 한다. 익숙하고 편리한 인공지능의 얕은 물가를 지나, 낯설고 막막한 깊은 곳까지. 바로 그곳에서 인간만이 발휘할 수 있는 진짜 지혜가 시작된다.


<영성이 묻는 안부>

AI 핵심 기술인 인공신경망을 만든 제프리 힌튼 교수는 자신이 인공지능을 개발한 것을 한때 후회한다고 말했습니다. AI로 인해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기 어려운 세상이 왔기 때문입니다. AI는 ‘무엇이 사실인가’보다 ‘무엇이 그럴듯한가’를 예측하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진실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AI는 진짜처럼 보이는 정보를 만들지만, 사실인지 거짓인지 스스로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게다가 그 정보는 꽤나 논리적이고 설득력이 있어서 우리는 자주 묻게 됩니다. “이게 진짜일까?” “믿어도 되나?”

바로 여기서 우리의 역할이 있습니다. AI는 어디까지나 도구일 뿐이니까요. 복잡한 상황에서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불확실함 속에서도 길을 찾아가는 지혜는 인간만의 능력입니다. 진실을 지키고 분별하는 일, 그건 결국 우리의 몫입니다. 인공지능 시대에 가장 필요한 것은 빠른 답을 찾는 기술이 아니라, 올바른 질문을 던지는 지혜 아닐까요? “지혜를 저버리지 마라. 그것이 너를 보호해 주리라.”(잠언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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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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