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어떤 만남은 그 자체로 은총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전국의 한센병 환자를 찾아다니며 무료 진료를 베풀어 ‘한센인의 슈바이처’로 불렸던 치과의사 강대건(라우렌시오) 원장님과의 인연이 바로 그런 경우다.
예전 한센인들은 아파도 병원을 찾지 못했다. 강 원장님은 우연히 한센인이 치과에서 맞으며 쫓겨나는 장면을 목격하고 큰 충격을 받았다. 이후 전국 100여 곳에 이르는 한센인 마을을 찾아다니며 봉사를 시작했다. 주중에는 병원에서 일하고 주말이면 기차와 버스, 택시를 번갈아 타며 전국의 외딴 한센인촌을 찾았다. 이러한 무료 진료는 2012년까지 33년간 이어졌다. 그가 진료한 환자 수만 1만5000명, 보철을 해준 환자도 5000명에 달했다.
강 원장님은 인터뷰도 사양하면서 자신이 하는 일을 절대 알리지 않았다. 그러나 2013년 5월 6일, 건강상 더 이상 봉사를 할 수 없게 되자 가톨릭 한센인들의 모임에서 감사패를 전달했고, 이 소식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그의 헌신이 세상에 알려졌다.
강 원장님은 그간의 공로를 인정받아 2013년 프란치스코 교황으로부터 ‘교회와 교황을 위한 십자가 훈장’을 받았다. 또 서울대교구장 감사패, ‘올해의 치과인상’, 국민훈장 모란장 등도 받았다. 그는 2023년 12월 6일 선종했다.
선종 전 전화로 안부를 여쭸을 때 “건강하세요. 저는 기도하면서 잘 지내요. 늘 함께하지 못한 가족들에게 빵점 아빠, 빵점 남편이었지요”라고 하셨다. 나는 강 원장님이 하늘나라에서 더 큰 상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주님께서 안아주시며 “정말 수고 많았다! 잘 살았다”라고 말씀하셨을 것 같다.
초기 교회 전승에 따르면, 루카는 사도 바오로와 선교 여행을 함께 떠났던 의사로 알려져 있으며, 그리스어 문장이 특히 탁월했던 인물이다. 루카는 도미티아누스 황제 치하(81~96년)에서 그리스도인들이 박해받았던 일과 얌니아에서 바리사이파가 유다교를 재건한(85~90년) 후에 그리스도 교회와 회당 간의 반목도 체험했다. 루카는 시공을 초월해 사람들에게 모든 이, 특히 이방인에게 예수님의 복음을 전하기 위해 성경을 집필했다.
특히 그는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게 예수님의 말씀과 행동을 통해 복음적 삶을 살아갈 용기를 주고자 했다. 루카는 고대 이스라엘에서부터 세례자 요한에 이르는 율법과 예언자들의 시대, 예수님의 공생활, 그리스도의 승천 이후 재림 때까지 계속될 교회의 시대를 강조했다.
그의 복음서는 예수님의 생애가 하느님의 인류 보편적인 구원 역사와 교회의 의미 등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다른 복음서들과 차별화된다. 루카는 특히 예수님을 ‘이방인들에게 구원을 비추는 빛’으로 묘사하며(루카 2,23 참조) 예수님이 이스라엘 민족만이 아닌 온 인류의 구원자이심을 강조한다. 루카는 가난하고 불쌍한 이들과 죄인들에게 관심을 두었고, 예수님께서도 가난한 사람들과 포로, 소경 등 억눌린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 왔다고 선언했다. 루카 복음서가 ‘소외된 이들의 복음서’라 불리는 까닭이다.
글 _ 허영엽 마티아 신부(서울대교구 영성심리상담교육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