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안티오키아의 성 이냐시오 주교는 예수님의 인성을 부정하는 가현 이단자들에 맞서 ‘예수 그리스도는 참하느님이시며 참인간이시다’라고 가르쳤다.
누군가 여러분에게 예수 그리스도에 대하여 다르게 말한다면 여러분은 귀를 막으십시오. 그분은 다윗의 후손이시고 마리아에게서 참으로 태어나셨습니다. 그분은 먹고 마시셨으며 참으로 본시오 빌라도 치하에서 수난 하시고 하늘과 땅 위와 땅 아래 것들이 보는 앞에서 참으로 십자가에 못 박히고 돌아가셨습니다.
그분의 아버지께서 그분을 일으키셨으니 예수님은 참으로 죽은 자들 가운데서 일으켜졌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그분의 아버지께서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우리도 그분을 통하여 일으키실 것입니다. 그분을 떠나서 우리는 참 생명을 가질 수가 없습니다.
무신론자, 곧 믿지 않는 이들은 그분이 수난하신 것은 가현(假現)일 뿐이라고 말하는데 실상 가현적인 사람은 바로 그들입니다. (?) 정말 그렇다면 저는 헛되이 죽는 것이고 주님에 대해 거짓말을 하는 것입니다.”(안티오키아의 성 이냐시오, 「트랄레스인들에게 보낸 편지」 9―10장, 박미경 역주, 교부 문헌 총서 13 「일곱 편지」, 분도출판사)
“여러분은 예수 가현 이단자들을 받아들이지 말아야 할 뿐 아니라 가능하다면 만나는 일조차 없도록 하십시오. 다만 저들이 어떻게든 회개하기를 기도해 주십시오. 이 역시 어려운 일입니다만, 우리의 참 생명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권능 안에서는 될 수 있습니다. (?) 저들은 우리에 관해서조차도 제대로 알지 못합니다. 만일 어떤 사람이 저를 칭찬한다 할지라도 나의 주님께서 육신을 지니셨음을 인정하지 않고 그분을 모독한다면, 그것이 저에게 무슨 유익이 되겠는지요? 예수께서 육신을 지니셨음을 고백하지 않는 사람은 완전히 그분을 부인하는 자이니, 오히려 그야말로 주검을 지니고 다니는 자에 불과합니다. (?) 예수 가현 이단자들은 성체와 기도를 멀리합니다. 저들은 성체가 우리 구원자 예수 그리스도의 살임을 고백하지 않습니다. 성체야말로 우리의 죄를 사하기 위해서 수난 하신 그리스도의 살이요, 아버지께서 자애로이 일으키신 그리스도의 살인데도 말입니다.”(안티오키아의 성 이냐시오, 「스미르나인들에게 보낸 편지」 4―7장, 같은 책)
시리아 안티오키아의 성 이냐시오 주교는 예수님은 인간으로 강생하지 않고 단지 인간처럼 보이게 육신을 빌려왔을 뿐이며, 그가 겪은 십자가 수난의 고통 역시 가상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는 가현론자들에 맞서 성 클레멘스 1세 교황처럼 ‘예수 그리스도는 신성과 인성이 결합되신 분’이라고 가르쳤습니다.
교회 전승에 따르면 그는 베드로 사도의 후계자로 에보디우스에 이어 제3대 안티오키아의 주교로 사목했습니다. 예로니모 성인은 그가 베드로와 바오로 사도를 개인적으로 알고 있었고, 요한 사도의 직제자였다고 합니다. 그는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따르는 이들을 ‘그리스도인’이라 불렀고, 교회 역사상 최초로 ‘가톨릭교회’라는 표현을 쓴 인물입니다. 그는 105~135년 사이에 로마에서 맹수들의 먹이가 되어 순교합니다. 그는 “온전히 충만한 신성이 육신의 형태로 그리스도 안에 머무르고 있다”(콜로 2,9)는 교회의 신앙 고백을 순교로 증언했습니다.
바오로와 요한 사도의 영향을 받은 안티오키아의 성 이냐시오는 예수님을 “육신이 되신 하느님”이라 표현하며 ‘참인간’이심을 단호하게 증언합니다. 그는 참하느님께서 우리의 구원을 완성하시고자 인간 본성을 취하시어 ‘강생’하셨다고 고백합니다. 그에게 있어 가현론자들처럼 하느님의 강생을 부인하는 것은 구원을 부정하는 것과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는 자신의 주장을 더욱 공고히하기 위해 “아버지와 우리 하느님이신 예수 그리스도”(「에페소인들에게 보낸 편지」 서두 인사에서)라 고백하면서 그리스도께 완전한 신성을 부여합니다. 아울러 예수 그리스도를 영원으로부터 하느님 아버지와 함께 계셨던 분이시며 마지막 날에 오실 분이라고 밝힙니다.(안티오키아의 성 이냐시오, 「마그네시아인들에게 보낸 편지」 6,1 참조, 같은 책)
안티오키아의 성 이냐시오는 나아가 예수 그리스도의 신성과 인성을 강조하기 위해 ‘삼위일체 하느님’을 언급합니다. 인간의 눈으로 볼 수 없는 전능하신 하느님께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시간과 공간 안에서 당신 자신을 드러내 보여주신다는 내용을 강조하기 위해 성부·성자·성령을 언급합니다.
이러한 성 이냐시오의 가르침은 가현론자뿐 아니라 훗날 예수 그리스도의 신성만을 강조하는 에우티케스주의나 인성만을 강조하는 네스토리우스주의를 단죄하고, 예수 그리스도 한 위격(인격) 안에 신성과 인성 두 본성이 구별 없이 동일하게 결합돼 있다는 칼케돈 공의회의 신앙 고백문에 결정적 영향을 끼칩니다.
성경은 참하느님이시며 참인간이신 예수 그리스도에 대해 다음과 같이 찬양합니다. “그분께서는 하느님의 모습을 지니셨지만, 하느님과 같음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으시고 오히려 당신 자신을 비우시어 종의 모습을 취하시고 사람들과 같이 되셨습니다. 이렇게 여느 사람처럼 나타나 당신 자신을 낮추시어 죽음에 이르기까지, 십자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순종하셨습니다.”(필리 2,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