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수호천사의 도움을 청하는 삶
어린 복자 카를로 아쿠티스의 놀랍도록 깊은 신심은 어디서 온 것일까? 카를로는 예수 그리스도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성인과 성녀들의 삶을 좋아했고, 끊이지 않고 기도를 바쳤다. 출처=www.carloacutis.com
복자 카를로 아쿠티스를 소개하는 글을 연재하면서, 그가 아이들에게 견진 교리를 가르칠 때 만든 ‘성인이 되는 법 키트’를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내 가장 친한 친구 수호천사에게 끊임없이 도움을 청하기”입니다. 실제로 카를로는 천사들, 특히 수호천사에 대한 깊은 신심을 지닌 소년이었습니다.
카를로와 수호천사의 인연은 다섯 살 무렵, 어머니가 읽어준 젬마 갈가니 성녀의 전기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젬마 성녀에게 수호천사는 특별한 은총이었습니다. 성녀는 늘 곁에 있는 수호천사를 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미사 중에 주의가 산만해지거나 선물로 받은 금시계 때문에 분심이 들라치면 수호천사는 그녀를 꾸짖기도 했습니다. 또 영적 지도를 맡은 제르마노 신부와 주고받는 편지를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수호천사가 우편배달부 역할을 했기에 젬마 성녀는 일반 우편을 이용한 적이 없었다고 합니다.
이때를 계기로 카를로는 수호천사와 친해지려는 노력을 시작했습니다. 일곱 살이던 1998년 가족과 함께 이탈리아 유적지를 여행하면서 그 신심은 더욱 깊어졌습니다. 여행 막바지 루카에 들러 젬마 성녀 유해가 안치된 성지를 순례했고 성녀가 머물던 쟌니니의 집도 방문했습니다. 특별한 허락을 받아 성녀가 쓰던 의자에 앉아보고 성녀가 편지를 보관하던 협탁이 놓인 침실도 둘러볼 수 있었습니다.
또 다른 성인들과의 만남도 수호천사에 대한 카를로의 신심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는 특히 피에트렐치나의 비오 성인을 공경해서, 성인이 살았던 산 조반니 로톤도를 순례하고자 하는 꿈을 가졌습니다. 2001년 폼페이 성모 성지를 순례하던 중 드디어 그 바람을 이뤘습니다. 그리고 산 조반니 로톤도에서 우연히 비오 성인에게 영적 지도를 받았던 택시 운전사를 만나 성인에 대한 증언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 운전사는 악령에 시달리는 이들을 성 미카엘 대천사의 성지인 몬테 산탄젤로에 데려가 달라는 성인의 당부를 종종 들었다고 합니다. 그 이야기에 카를로는 어머니에게 부탁해 곧바로 30분 정도 거리의 몬테 산탄젤로를 찾았습니다. 카를로는 성지가 아주 깊은 동굴 속에 자리한 것에 몹시 놀랐는데, “동굴의 깊이는 이 성지를 순례하는 이들이 죄를 정화하고 치유되기 위하여 걸어야 하는 깊은 내적 여정을 상징한다”는 성지 해설사의 설명을 듣고는 힘든 내색 없이 기쁘게 긴 계단을 내려갔습니다. 한 계단 한 계단 내려갈 때마다 카를로의 영혼은 하느님께 한층 가까이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그때부터 카를로는 구품천사들에게 바치는 기도인 천사들의 묵주기도에 맛 들였습니다. 이 기도는 주님의 기도 9번과 성모송 27번(천사들의 아홉 품계에 각각 주님의 기도 한 번과 성모송 세 번)으로 이루어진 묵주기도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다소 생소하지만, ‘성 미카엘 대천사와 구품천사께 드리는 기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카를로는 학교에 걸어가는 길이나 버스 안에서 또는 산책할 때 이 묵주기도를 틈틈이 바치며 천사들과 친교를 나누었습니다.
카를로는 수호천사와 개인적인 관계를 맺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이 충실한 하느님 심부름꾼은 하느님께서 개개인에게 주시는 특별하고 독특한 선물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게임을 절제하고 음식에 대한 욕심을 버리는 작은 실천부터, 온갖 유혹의 순간마다 이를 극복할 수 있도록 수호천사에게 도움을 청했습니다. 카를로는 이렇게 말하곤 했습니다. “죄에 집착하고 죄를 반복해서 짓는 행위는 하느님과의 친교, 수호천사와의 친교에서 우리를 멀어지게 하고 악마의 힘에 노출되게 만듭니다. 그러면 우리 영혼은 온갖 영적 혼란에 빠지게 됩니다.”
카를로가 공경하던 비오 성인의 말처럼 우리 곁에는 요람에서 무덤까지 언제나 단 한순간도 우리를 버리지 않는 천사가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 천사들에게 명령하시어 나의 모든 길에서 나를 지켜 주시고, 행여 내 발이 돌에 차일세라 그들이 손으로 나를 받쳐 주게 하실 것입니다.’(시편 91[90], 11-12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