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을 위한 생명 지킴 안내서](32)
장애인을 위한 희년이었던 4월 28일 로마 성벽 밖 성 바오로 대성당 미사에서 순례자들이 서로의 손을 잡고 있다. OSV
제9장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위하여
전개1. 소통하는 법 배우기(1)
관계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오해와 불편한 감정은 대부분의 경우 소통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소통이 원활하면 좋은 관계를 맺게 되고 서로 사랑하게 되지만, 처음부터 소통할 의지가 없으면 참된 사랑과 신뢰의 관계는 발생하기 어렵습니다. 서로 신뢰를 쌓는 그 시작은 상대방이 어떤 행동을 하였을 때 “내가 너의 그 행동 때문에 속상하고 마음이 아팠어!”라고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전달하는 일입니다. 그냥 불편해질까 봐 속마음을 감추고 감정을 전달하지 않으면 어색한 거리감이 생겨나고, 불만 속에서 조금씩 응어리진 상처가 악화할 수 있습니다.
솔직하게 표현했는 데도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그 관계는 처음부터 진실하지 않은 관계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솔직함이 상처를 줄 수도 있지만, 갈등이 두려운 나머지 소통하지 않음으로써 오는 오해와 왜곡된 인식을 지속하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물론 솔직하게 말하더라도 어떤 식으로 말하는지가 중요합니다. 냉소적이거나 직설적이고 비판적인 태도가 아니라 차분하고 조리 있게 자신의 의사를 전달해야 합니다. 마음을 열고 꾸밈없이 솔직하게 대화를 나누는 것이 서로를 알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올바른 길이고, 생각하고 느끼는 바를 말로 분명하게 표현하는 것이 무척 중요합니다.
부부나 가까운 사람과 제대로 소통하기 위해서는 서로의 차이를 인식하는 단계를 먼저 거쳐야 합니다. 누구나 좋은 사람들이지만 서로 다르고, 저마다 고유한 특징이 있으며, 성장 배경이나 생각·인식·일하는 방식이 모두 제각각임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인간관계는 각자 서로의 다름을 받아들이는, 어느 정도 고통스러운 소통의 과정을 겪어야 이해·협력·관용·더불어 살기를 배울 수 있습니다. 서로의 다름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부부는 이혼하고, 가족 간의 유대는 깨지고, 친구들과의 우정은 피상적 관계에 머무르고 맙니다. 그러나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면 사람들은 더욱 깊은 관계, 곧 ‘차이를 인정하면서도 함께’하고, 각자 개성을 유지하면서도 조화를 이루는 단계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서로의 개성과 차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힘을 키우면, 상대를 조정하거나 이기려고 골몰하거나 무리한 힘을 쓰지 않고 그저 진실하게 자신을 드러내 보일 수 있게 됩니다. 어린 시절부터 부모와의 관계에서 자신의 삶과 직면하는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상처 입은 감정이나 상대에 대한 솔직한 심정을 나눈 사람들은 치유하는 방법도 쉽게 찾습니다. 전문가들은 부모와 자녀가 이렇게 소통을 통한 진솔한 대화를 나눌 수 있을 때 자녀들의 약물 중독·음주·흡연·성관계 문제를 예방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교회 문헌 ©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2025
덧붙이는 묵상
공적인 자리에서 대화를 시작하기 전, 악수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뉴스에서는 외교 정상들이 회담하면서 악수하는 모습이 많이 보도되기도 합니다. 악수의 기원은 분명하게 알 수 없으나 수백 년 전 잉글랜드에서는 손에 무기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이처럼 악수를 했다고 합니다.
이렇듯 악수는 직접적인 접촉을 통해 믿음과 평등함을 확인시켜 줍니다. 일종의 존경의 표시를 의미하기도 하지요. 대화에 앞서 서로에게 적대감이 없음을 확인하면서도 ‘대화할 준비가 되었다’는 의미를 드러내는 행위도 됩니다.
인간 관계에서 대화는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대화에 임하기 전, 진심으로 소통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합니다. 솔직하게 말하되, 차분하고 조리 있게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는 것입니다. 마음을 열고 꾸밈없이 대화를 나누는 것은 관계를 나아가게 합니다. 이러한 모습은 부모와 자식·부부 사이 등 가족 안에서 더욱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우리가 소통 과정에서 드러나는 서로의 부족함과 차이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면, 더욱 견고한 관계를 이뤄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