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로마에서 열린 ‘젊은이의 희년’ 행사 중 청년들이 카를로 아쿠티스의 성유해와 사진을 들고 성 바오로 대성전에 입장하며 그를 기리는 예식에 참여하고 있다. OSV
2013년 3월 13일 전 세계 가톨릭 신자들의 눈이 로마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선출되신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로마와 전 세계에 첫 강복을 주시면서 겸손히 청하셨습니다. “저를 위하여 기도해 주십시오.” 우리의 기도를 구하는 모습이 낯설었던 것도 잠시, 곧 많은 이가 교황을 위한 기도에 힘을 쏟았습니다.
교황은 이후로도 빠짐없이 말씀의 끝 부분에 당신을 위한 기도를 청하셨습니다. 한 기자가 그 이유를 묻자, 주교가 된 뒤에 그리하지 않을 수 없었다면서 주님의 도우심 없이는 하느님 백성을 이끄는 그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음을 절실히 느꼈기 때문이라고 답하셨습니다.
12년이 흐른 2025년 3월 26일 서울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거행한 교황 선출 12주년 기념미사에서 바티칸 시국 행정부 차관 에밀리오 나파 대주교는 축하 연설을 통해 교회를 더 복음적이고 선교적으로 변화시키려는 교황의 노력을 칫솔로 베드로 광장을 청소하는 일에 비유한 농담을 소개하며 덧붙였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그 일을 교황 홀로 외로이 하시도록 내버려둡니까? 우리 각자가 자신의 작은 칫솔을 손에 움켜쥐고 모두 베드로 광장에 나와 그분과 함께 광장을 청소한다면, 교황의 꿈과 희망은 현실이 될 것입니다.”
교황의 꿈과 희망에 우리 마음을 모으기. 복자 카를로 아쿠티스는 2000년 대희년 때부터 이 일을 시작했습니다. 그의 생애에는 성 요한 바오로 2세와 베네딕토 16세, 두 교황이 계셨습니다. 대희년인 2000년에 맞이한 10월 7일 묵주 기도의 동정 마리아 기념일,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예식에 카를로는 어머니, 로마의 사촌 가족과 함께 참여했습니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전 세계 주교단과 함께 파티마의 성모님과 그 티 없으신 성심께 새 천년기를 봉헌하는 미사를 거행한 자리였습니다. 제단 가득 모인 많은 주교가 포르투갈에서 특별히 모셔온 파티마 성모상 앞에서 기도하는 모습에 감동을 받은 카를로는 세상이 오직 하느님께만 합당한 찬양과 흠숭을 드리며 더 가까이 하느님께 나아가기를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카를로는 어머니를 따라 로마에 갈 때마다 도미니코수도회와 예수회 수도자들을 자주 만났고, 그들에게서 교회 일치 대화를 촉진하는 교회의 노력에 대해 처음으로 들었습니다. 그 뒤로 교회 일치를 위한 대화와 화해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교회 일치를 위한 교황의 지향에 따라 기도를 바치곤 했습니다.
특히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2005년 8월 독일 사목 방문 때 정교회와 개신교 대표들에게 하신 연설 가운데 “신학, 영성, 전례, 규율의 표현에서 획일성의 추구가 아니라 다양성 안의 일치, 일치 안의 다양성을 추구해야 한다”는 말씀은 카를로에게 또 한번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카를로는 해마다 1월 그리스도인 일치 기도 주간이 돌아올 때마다 열심히 9일 기도를 바치는 일도 거르지 않았습니다.
2006년 10월 2일 독감으로 열이 있던 카를로는 어머니와 함께 집에서 묵주기도를 바치고 평상시 하던 대로 숙제를 비롯한 여러 일을 마쳤습니다. 그런데 저녁 무렵 조용히 어머니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연옥을 거치지 않고 하늘나라에 곧바로 가기를 바라며, 저의 고통을 교황과 교회를 위해 봉헌합니다.” 어머니는 장난기 어린 농담으로 들었지만, 이 말은 교회와 교황에 대한 카를로의 깊은 사랑과 믿음을 상징하는 것이었습니다.
지난 8월 3일 로마 토르 베르가타에서 ‘젊은이들의 희년’ 파견 미사가 있었습니다. 레오 14세 교황은 전 세계 젊은이들 앞에서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 일정을 발표하며 “서울에서 다시 만날 때까지 우리 함께 꿈꾸고 함께 희망하자”고 초대하셨습니다.
카를로가 그러했듯이 수많은 젊은이가 교황의 꿈과 희망에 동참하기 위해 각자의 칫솔을 들고 모여들겠지요? 서울에서 그리고 각 교구의 자리들에서 우리의 마음이 하나로 모이면 교황의 꿈과 희망은 반드시 현실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