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옹의 성 이레네오 주교는 영지주의를 비롯한 당대의 많은 이단으로부터 교회의 사도 계승의 정통성을 지켜가는 데 공헌했다. 리옹의 성 이레네오 주교 이콘. 출처=정교회 온라인 매체 Pemptousia
성 유스티노가 교회 외부의 박해자들을 상대로 그리스도교 신앙의 보편성과 우월성을 이론적으로 제시해 우상 숭배와 다신교를 논박하면서 교회를 보호하는 데 공헌했다면, 교회 내부의 갈등을 조장하고 분열을 가속시키던 이단에 맞서 교회를 보호한 대표적인 호교 교부가 있습니다. 바로 리옹의 성 이레네오 주교(130/140?~202년께)입니다. 물론 유스티노 역시 「호교론」을 통해 이단을 반박했습니다.
리옹의 성 이레네오 주교는 당시 교회 내 깊숙이 들어와 있던 영지주의자들을 상대로 성경 정경의 가르침을 근거로 이단 사상의 정체를 적나라하게 파헤쳐 정통 신앙을 확립하는 데 크게 공헌했습니다.
사도와 사도 교부 시대 이단에 관해 이미 소개한 바 있지만, 2세기 교회 안에서는 영지주의와 마르치온주의, 몬타누스주의 등 여러 이단이 성행했습니다. 간략히 상기하자면, 영지주의는 2~3세기 교회를 뒤흔들던 사상으로 영과 육의 철저한 이원론 위에 세워진 이단입니다. 그들은 죽은 이의 부활은 없으며, 그리스도는 참 인간이 아니라 사람의 모습처럼 보였을 뿐이라고 주장했지요. 더불어 십자가 죽음도 부활도 아무 의미 없고, 인간이 구원되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대속 희생 때문이 아니라 자신이 획득한 ‘깨달음’ 덕분이라고 했지요. 영지주의자들은 인간이 하느님과 주님의 은총, 초월성을 조정할 수 있다고 여겨 그리스도 없는 하느님, 교회 없는 그리스도, 하느님 백성 없는 교회에 이르게 했습니다. 또 인간은 악한 본성에 대해 자신이 책임질 필요가 없다며 방탕하게 살아도 된다고 가르쳤습니다.
마르치온주의는 구약의 하느님을 ‘복수의 하느님’, 신약의 그리스도를 ‘선한 하느님’으로 대립시켜 구약의 하느님을 조금이라도 암시하는 내용이 있으면 모두 삭제해 루카 복음서 일부와 바오로 사도의 서간 일부만을 신약 성경 정경으로 인정했습니다. 또 예수 그리스도의 인성을 부정해 강생의 신비를 거부하는 왜곡된 그리스도교 신앙을 제시했습니다. 더불어 영지주의와 반대로 철저한 ‘금욕 생활’을 강요해 혼인을 거부했으며, 금주(禁酒)를 지키기 위해 성찬례 포도주 사용조차 배제했습니다.
몬타누스주의는 자신들이 ‘성령의 대변인’이라 주장하며 곧 종말이 오니 페푸자에 새 예루살렘을 세워 천년왕국을 맞기 위해 깨어 준비해야 한다며 잦은 금식과 철저한 금욕, 순교를 강요했습니다. 이밖에 에비온파, 니콜라이파 등 각가지 이단이 성행했습니다.
성 이레네오는 5권으로 구성된 저서 「이단 논박」을 통해 거짓된 영지주의를 비롯한 여러 이단의 실체를 낱낱이 고발하고, 정통 신앙을 고백했습니다. “땅 끝까지 온 세상에 퍼져 있는 교회는 사도들과 그들의 제자들로부터 신앙을 받아들였다. 그 신앙은 하늘과 땅과 바다와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을 창조하신(시편 145,6; 사도 4,24; 14,14) 전능하신 아버지이신 한 분 하느님과, 우리 구원을 위하여 강생하신 하느님의 아들 한 분 예수 그리스도와, 예언자들을 통하여 하느님의 구원 경륜을 미리 말씀하신 성령과, 주님의 재림과, 동정녀로부터의 그분의 탄생과, 수난과, 죽은 이들에게서의 부활과, 우리의 사랑하는 주 그리스도 예수께서 육으로 승천하심과, 모든 것을 한데 묶어 ‘포괄’하여 원래의 상태로 회복하기 위하여(에페 1,10) 아버지의 영광 안에 하늘에서부터 그분의 재림과, 그리고 인류의 모든 육체를 부활시켜, 보이지 않으시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하느님이시며 구세주이시고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 하늘과 땅 위와 땅 아래에 있는 자들이 다 무릎을 꿇고 모두 그분을 고백한다는 것과(필리 2,10), 모든 것에 대해 정의로운 판결이 이루어진다는 것과, 악령들과(에페 6,12) 하느님으로부터 떨어져 나간 천사들과 배교자들, 불경한 자들, 불의한 자들, 부정한 자들과 하느님을 모독한 자들은 영원한 불 속으로 보내신다는 것과, 의로운 이들과 공정한 이들과 그분의 계명을 지키고, 어떤 이는 처음부터 어떤 이는 참회에 의해 그분의 사랑을 저버리지 않는 이들에게 생명을 주시는데, 선물로 썩지 않는 생명을 주시고 영원한 찬란함으로 둘러싸 주실 것에 대한 신앙이다.”(「이단 논박」 1,10,1-신앙의 규범. 「고대 교회사 사료 편람」 황치헌 신부 역, 181쪽)
이레네오 주교는 네 복음서와 사도행전, ‘히브리인들에게 보낸 서간’을 제외한 바오로 사도의 서간들, 요한의 서간들과 묵시록, 베드로의 첫째 서간 그리고 헤르마스의 「목자」를 신약 성경 정경으로 인정했습니다. 당시는 교회가 아직 신약 성경 정경을 확정하지 않았을 때였습니다. 네 복음서를 상징하는 네 생물(사람·사자·독수리·황소)을 제시한 이도 바로 이레네오 주교입니다.
이레네오 주교는 무엇보다 성경은 성령의 감도로 쓰였으며,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를 머리로 사도들을 계승하고 있다고 가르쳤습니다. 더불어 그는 이단자들은 사도들의 후계자들이 아니기에 근본적으로 진리의 은사를 지닐 수 없다고 반박하며 보편 교회의 정통성을 보호하는데 헌신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