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 22일
사목/복음/말씀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버리는 법 감사하는 법 배우기

[한민택 신부의 금쪽같은 내신앙] (116) 그리스도를 따름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신앙이 무어냐고 물으신다면?’ 우리는 무어라고 답할까? ‘그리스도를 따름’이라고 답할 것이다. 그런데 그리스도를 따른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예수님께서 친히 답하신 바 있다. “누구든지 나에게 오면서 자기 아버지와 어머니, 아내와 자녀, 형제와 자녀, 심지어 자기 목숨까지 미워하지 않으면, 내 제자가 될 수 없다.”(루카 14,26)

사실 예수님의 이 말씀은 이해하기 쉽지 않다. 부모·부부·자녀·형제와 자매, 심지어 자기 목숨까지 미워해야 한다는 말씀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실제 가족들 사이에 미워하는 관계를 말씀하는 것은 아닐 텐데. 이어지는 예화 끝에 덧붙이신 말씀이 힌트를 주지 않을까 한다. “이와 같이 너희 가운데 누구든지 자기 소유를 다 버리지 않는 사람은 내 제자가 될 수 없다.”(14,33)

곧 그리스도를 따르는 길은 무소유의 길, 버림의 길이란 뜻이다. 물론 여기서 말씀하시는 ‘소유를 버림’은 불교에서 말하는 것과는 다를 것이다. 그것은 다만 가진 것을 버리거나, 마음의 욕심과 집착을 끊는 것만이 아닌, 내가 가진 모든 것이 하느님께서 주신 선물임을 깨닫는 것이다.

사도 바오로도 코린토 신자들에게 말씀하신 적이 있다. “그대가 가진 것 가운데에서 받지 않은 것이 어디 있습니까? 모두 받은 것이라면 왜 받지 않은 것인 양 자랑합니까? 여러분은 벌써 배가 불렀습니다. 벌써 부자가 되었습니다.”(1코린 4,7-8)

생각해 보면, 우리가 가진 것 중 받지 않은 것이 무엇인가. 생명·성별·이름·가정·부모·형제자매·집·옷·음식, 여러 물건들?. 태어나 정신을 차리고 보니 모두 나에게 주어져 있는 것들이다. 그중에는 불만스러운 것도 있지만, 복된 것도 존재한다. 특히 나에게 한없이 따뜻한 사랑을 베풀어주시는 부모님과 조부모님, 집안 어른, 친지, 친척, 형제자매들을 생각해보면 우리는 은총의 바다 속에 살고 있지 않나. 하느님께서 이 모든 분을 통해 우리에게 끊임없이 주고 계시지 않나. 또한 존재하는 모든 것이 주님께서 마련해주신 복된 선물 아닌가! 아름다운 자연과 환경까지도!

물론 ‘왜 나에게는 이것밖에 안 주셨는가?’하고 불만을 품을 수도 있을 것이다. 남과 비교할 때 남보다 못한 나를 보고, 혹은 좋지 않은 건강이나 심성으로 불편을 겪을 때 그렇다. 혹은 주위의 사람들이 나에게 큰 짐이 될 때도 그렇다. 특히 부모·형제·가족 혹은 공동체 구성원들이 나에게 큰 짐이 되기도 한다.

이를 부정할 순 없지만, 이러한 어려움은 우리가 모든 것을 버리고 주님을 따르기 위해 필요한 것들이 아닐지 생각해본다. 우리는 모든 것을 하느님에게서 받았을 뿐 결국 모든 것을 내려놓고 하느님께 돌아갈 존재라는 것을 깨닫기 위한 수많은 계기라는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인생은 버리는 법, 감사하는 법을 배우는 학교다. 우리가 ‘소유’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우리의 생명·재능·외모·나이·부모·자식·형제자매·지인·재산·재물·돈 등은 모두 남겨두고 갈 것들이며 사람들이다. 우리가 그런 존재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 우리가 소유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주님뿐임을, 그리고 삶에서 가장 행복할 때는 다른 무엇이 아닌 주님에게 소유될 때임을 알게 될 것이다.

이 시간, 주님께서 우리를 은총의 바다로 부르신다. 당신 자녀들에게 주신 기쁨과 행복의 삶으로. 감사하는 마음으로 주님을 따르는 삶을 계속해서 살아가도록 초대하고 계신다.



한민택 신부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5-09-17

관련뉴스

말씀사탕2025. 9. 22

시편 86장 12절
주 저의 하느님, 제 마음 다하여 당신을 찬송하며 영원토록 당신 이름에 영광을 드리렵니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