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표현한 인간 관계의 갈등.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서로의 감정을 인정하고 때로는 적절히 감정을 표현하는 과정을 거쳐서 해결할 필요가 있다. 챗GPT 제작
제9장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위하여
전개 3. 용서와 화해, 어떻게 해야 할까요? (2)
의지적으로 용서하고 나면, 다음 단계로 감정적 용서의 과정이 이어집니다. 용서의 과정을 끝맺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분노 때문입니다. 분노에 사로잡히면 그 이면에 숨어 있는 상처와 좌절과 두려움을 직면하지 못합니다. 스스로 인식하지 못한 분노가 이런저런 형태로 관계를 파괴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상처받아 격분과 증오를 느낀다면 먼저 격정을 누그러뜨리려고 노력한 다음 상대방에게 그 감정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건강한 관계에서 우리는 자신의 여러 감정과 더불어 상처와 분노도 털어놓게 됩니다. 그런 과정에서 서서히 고통스러운 감정도 풀어나가게 됩니다. 때로는 현재 드러난 분노와 상처 아래에 있던 해소되지 않은 또 다른 상처와 분노까지 떠오르는 수도 있습니다. 인생의 상처는 외면한다고 사라지지 않습니다. 과도한 분노를 피하려면 현재의 상처와 해묵은 상처를 구분해야 합니다.
감정적 용서는 이성적 용서(용서하려는 결심)와 영적 용서(자유롭게 놓아 주는 것)를 이어주는 접점입니다. 중요한 감정이 해소되지 않고 이성적 용서에서 영적 용서의 단계로 바로 넘어가면 진정한 용서가 이루어지기 어렵습니다.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간에 감정을 인정하고 때로는 적절히 감정을 표현하는 과정을 거쳐서 해결해야 합니다.
감정적 용서의 여정이 끝날 무렵, 우리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하느님을 향하여 나아가는 영적 용서의 단계로 인도됩니다. 놓아 버리기를 통하여 마음의 부담을 처리하지 않으면 그것이 우리 삶을 지배하게 됩니다. 놓아 버리는 것은 상대방이 저지른 일을 묵인하거나 그의 행동이 낳은 결과를 무시하는 것이 아닙니다. 일단 놓아 버리면 과거의 감정에서 발산되던 모든 부정적 에너지에서 놓여나게 됩니다. 마치 풍선을 놓아 버리는 것과 같습니다. 풍선은 하늘 높이 떠올라 마침내 영영 사라져 버립니다. 가해자는 피해자의 용서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존중해야 합니다. 상처를 입힌 쪽이 상처받은 사람에게 빨리 용서해달라고 압박을 가해서는 안 됩니다. 놓아 버리기는 과거에 연연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 관계를 진전시키는 것을 뜻합니다. 상대를 벌주기 위해서 용서하지 않는 것은 자신을 더 부자유스럽게 만드는 어리석은 일입니다. 앞으로 나아가는 것은 하나의 부활 체험입니다. 우리는 용서함으로써 악감정이라는 무덤을 부서뜨리고 삶의 더 높은 경지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한편 용서와 화해를 혼동하는 예가 있는데 사실 둘은 전혀 다른 개념입니다. 용서가 놓아 버리는 과정이라면 화해는 부서진 관계를 회복하는 치유의 과정입니다. 먼저 용서하지 않으면 진정한 화해는 절대 불가능합니다. 화해가 이루어지려면 용서를 구체적인 말로 표현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한쪽에서는 용서해 주었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쪽은 진짜 용서를 받았는지 확실하지 않은 모호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때로는 용서가 진심이었어도 신뢰 관계가 회복되지 않을 수도 있고, 더는 이어질 수 없는 관계도 있습니다. 또 어떤 관계가 회복되지 않을 때 관계가 끝나는 것에 안도하며 그것이 최선임을 안다 하여도 심각한 상실감을 느낄 수도 있고, 그 관계에서 추구하던 희망과 꿈이 영영 사라져 버릴 수도 있습니다. 화해를 여러 번 시도해 보아도 효과가 없다면 현실을 인정하고 관계가 끝났음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드라마를 보다 보면 주인공들이 해묵은 감정을 끝내 풀지 못하고, 틀어지는 안타까운 장면을 종종 발견합니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저렇게 해야 이야기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왜 속에 있는 말 하나 제대로 못해 저렇게 갈등을 키우는지 이해가 가지 않아 고개를 저으며 몰입하게 되지요.
현실에서의 나는 어떤지 돌아보게 됩니다. 미안한 일이 있어도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은 적이 있진 않았나요? 먼저 말을 걸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시간이 자연스레 해결해 주겠지’하는 마음으로 입을 닫은 경험이 분명 있을 겁니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누그러지는 가벼운 갈등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습니다. 어떤 일은 반드시 내가 무엇을 잘못했고, 왜 그런 일이 발생했으며, 반복하지 않기 위해 스스로 어떻게 변할 것인지 조목조목 설명해야만 깨끗하게 갈등이 해결되는 사안도 있습니다.
심적으로 가까운 사이일수록 때로는 ‘이렇게까지 이야기하지 않아도 상대방이 알아서 알아주겠지’하는 안일한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지키고 싶은 소중한 관계일수록 더욱 ‘솔직한 말하기’가 중요하다는 사실, 잊지 말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