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브리엘 랄르망 성인은 1610년 10월 3일 프랑스 파리에서 변호사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그의 여섯 형제 중 다섯이 사제와 수도자의 길을 걸었고, 두 명의 삼촌 또한 예수회원으로서 이미 캐나다에서 선교 활동을 펼치고 있었습니다. 샤를 삼촌은 캐나다 예수회 인디언 선교부의 초대 책임자였고, 제롬 삼촌은 퀘벡 지방의 예수회 관구장이었습니다.

1625년 샤를 삼촌이 성 요한 드 브레뵈프 신부 등과 함께 캐나다 선교를 위해 떠난 뒤 어린 가브리엘도 같은 길을 가겠다는 꿈을 키우게 됩니다. 그는 파리 클레르몽 대학에서 공부하고, 20살 때인 1630년 3월 24일 예수회에 입회해 파리의 수련소에 들어갔습니다. 1632년 3월 25일 첫서원을 하고 물랭에서 3년간 교사로 활동한 후 부르주에서 사제품을 받는 데 필요한 공부를 마친 뒤 1638년 사제가 됐습니다. 그러면서 가브리엘은 마음속으로 선교지에서 순교하겠다는 맹세를 했습니다.

하지만 장상은 가브리엘이 해외에서 선교하도록 승낙하지 않았습니다. 가브리엘의 건강 상태가 그리 좋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가브리엘은 매년 선교사로 보내주길 청했지만, 장상은 그가 캐나다보다 프랑스에서 하느님을 위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가브리엘은 라 플레슈와 물랭의 예수회 대학에서 철학을 가르치고, 1644년부터는 부르주에서 교수로 활동했습니다.

1646년 마침내 가브리엘의 청이 받아들여졌습니다. 그는 캐나다 휴런족 인디언 선교부로 파견되었습니다. 이는 아마도 가브리엘의 삼촌인 샤를이 그곳 책임자로 임명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가브리엘은 그해 9월 20일 퀘벡에 도착해 2년 동안 퀘벡과 무역 중심지인 세 개의 강 지역에서 휴런족 언어와 관습을 익히며 지냈습니다.

1648년 9월에는 웬다케에 있는 생트마리 마을 선교부에서 선교하는 요한을 보조하는 임무를 맡습니다. 1649년 3월 15일 가브리엘은 휴런족의 생루이 마을에서 하룻밤을 지내게 되었는데, 그날 밤 휴런족과 프랑스에 대해 적대적인 이로쿼이족의 습격을 받게 됩니다. 생루이 마을이 초토화되고 많은 휴런족이 학살당하고 있다는 소식에도 요한과 가브리엘은 끝까지 양들과 함께하기 위해 마을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다음날 새벽 이로쿼이족은 휴런족과 선교사들을 포로로 잡았습니다. 그리고 선교사들을 생이니스 마을로 끌고 가서 가장 잔혹한 고문을 이어갔습니다. 끔찍한 고문 끝에 요한은 3월 16일 오후 4시경 동료들을 격려하며 숨을 거두었습니다.

가브리엘 또한 고문으로 3월 17일 오전 9시쯤 순교했습니다. 두 순교자의 시신은 동료 예수회원에 의해 발견되어 생트마리 마을로 옮겨졌고, 이듬해 퀘벡으로 옮겨 안장됐습니다. 이들을 포함한 7명의 동료 순교자들은 ‘북미의 첫 순교자들’로서 성인품에 올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