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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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께서 의롭게 여기시는 겸손한 죄인

[생활 속의 복음] 연중 제30주일 (루카 18,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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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복음의 비유에서 하느님께 기도드리는 두 사람이 나옵니다. 그중에 바리사이는 사람들로부터 존경받으며 율법과 전통에 따라 모범적으로 열심히 산다고 자부하는 부류의 사람입니다. 반면 세리는 죄 많고 부끄러운 삶을 살고 있다고 여겨지는 부류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바리사이보다 세리를 의롭다고 말씀하십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두 사람의 하느님께 대한 태도를 보면, 바리사이는 하느님 앞에서 자신이 잘나고 열심하다고 자처하며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꼿꼿이 서서 혼잣말로 기도합니다. 그러면서 세리를 깔봅니다. 반면 세리는 하늘을 향해 눈을 둘 엄두도 내지 못하고 죄인을 불쌍히 여겨주십사고 가슴을 치며 잘못을 뉘우치고 자비를 청합니다.

세상을 창조하신 하느님께는 바리사이가 아무리 잘났더라도 대단할 수 없고, 인간을 무한히 사랑하시는 하느님께선 세리가 아무리 못났더라도 보잘것없게 여기지 않으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사람의 마음을 보십니다. 그런데 바리사이는 하느님 은총과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았고, 세리는 하느님 자비와 사랑에 전적으로 자신을 의지합니다. 이 점은 커다란 차이입니다. 바리사이도 세리도 하느님 사랑과 자비 없이는 결코 구원받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하느님의 자비와 은총을 참회의 눈물로 구한 사람은 세리입니다.

모든 인간은 은총 없이 스스로 자신을 구원하지 못하고, 자신의 능력만으로 의롭게 될 수 없습니다. 그런데 바리사이는 이를 깨닫지 못하고 하느님의 은총 없이, 이웃의 도움 없이 자신의 능력으로 가능하다고 교만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는 고해소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오늘 복음의 바리사이와 같은 고백자는 아닌가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많은 천주교 신자는 주일 미사 빠진 죄와 이밖에 알아내지 못한 죄, 두 가지 죄만 짓는다는 우습지만은 않은 우스운 이야기가 있습니다. 성찰되지 않은 고해는 듣기에 참으로 혼란스럽습니다. 죄의 고백이 아닌 자기 자랑과 타인에 대한 험담이 난무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조금 각색해보면 “신부님, 저는 매일 미사와 기도를 빠지지 않고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저는 해마다 성당에 봉헌을 많이 했는데, 올해는 사정이 어려워 죄송스럽습니다” “저는 그동안 참으면서 잘하려고 노력하는데, 저 사람 때문에 죄를 짓습니다” “정치인들 때문에 욕을 했습니다” “부부싸움을 하고 속상해서 주일 미사 참여를 하지 않았습니다” 등 자신의 죄를 통회하지 않고, 주위 여건과 남들을 탓하면서 습관적이고 형식적인 고해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게다가 종종 푸념에 가까운 참회를 하기도 합니다. “내가 어찌하다 이런 죄를 범하였을까? 정말 부끄럽고 마음이 괴롭다.” 참회는 자신의 나약함과 범한 과오를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잘못을 하고서도 어떤 핑계를 대면서 합리화하고 그럴듯하게 덮으려 한다면 참회가 아닙니다. 우리가 하느님 사랑을 외면한 것에 대해 깊은 참회 없이 용서를 구하는 것은 합당치 않습니다. 우리는 지은 죄에 대한 후회가 아니라 겸손한 통회를 해야 합니다.

혹시 우리도 바리사이와 같은 기도와 통회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자신의 능력만 믿고, 하느님 사랑을 청하고 자비에 의탁하는 데 소홀하지 않나요? 자신을 낮추고 죄를 인정하고 통회하며 하느님께 희망을 두고 있나요?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잘못이 얼마나 많고 큰가 보다 통회하는 마음을 먼저 보십니다. 아무리 우리 죄가 많고 크다 해도,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이 더 크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진심 어린 마음으로 겸손하게 통회하는 이의 죄를 용서해주시며 그를 의롭다 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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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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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사탕2025. 10. 22

신명 7장 9절
그러므로 너희는 주 너희 하느님께서 참하느님이시며, 당신을 사랑하고 당신의 계명을 지키는 이들에게는, 천대에 이르기까지 계약과 자애를 지키시는 진실하신 하느님이심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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