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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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름 인정하며 갈등 넘어 화합으로

[한민택 신부의 금쪽같은 내신앙] (122) 분열을 일으키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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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사는 곳에는 늘 갈등과 다툼이 존재한다. 성경을 보더라도 태초에 사람이 존재하기 시작하면서부터 갈등과 다툼이 일어나고 살인과 분열이 생겨난다. 그리고 이는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사람들은 평화를 찾지만, 진정한 평화는 요원하기만 하다. 세계 각지에서 일어나는 전쟁은 일상사가 되었으며, 우리나라만 해도 남북뿐 아니라 동서·진영·세대·남녀·종교·민족 간 갈등이 끊이지 않는다. 가족 간의 갈등과 다툼도 일상에서 늘 목격하는 풍경이다.

사제로 살면서 해야 할 일 중 가장 힘든 것이 사람들을 화해시키는 것이다. 필자는 보좌 신부로 딱 1년을 살았는데, 많은 시간을 싸우는 신자들 화해시키느라 보냈다. 그 후에도 많은 싸움과 다툼을 봐왔다. 본당만이 아니라 학교나 교구 등 사람 사는 곳이면 어디든 갈등과 분열은 존재한다. 싸움을 말리면서 부모 입장에서 불목하고 다투고 싸우는 자녀들을 보는 것이 얼마나 괴로운 일인지 헤아려 보게 되었다. 화해가 되지 않는데 굳이 싸움을 말려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드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예수님 말씀을 들으면 머리가 갸우뚱해진다. “내가 세상에 평화를 주러 왔다고 생각하느냐? 아니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오히려 분열을 일으키러 왔다.”(루카 12,51)

평화가 아닌 분열을 일으키러 오셨다는 말씀, 도대체 어떤 뜻으로 알아들어야 할까? 아마도 분열과 갈등의 문제를 이상주의적이 아닌, 현실적으로 접근하라는 뜻이 아닐까.

우리는 아무런 갈등도 분열도 없는 세상을 꿈꾼다. 그러나 그러한 세상은 결코 오지 않을 것임을 잘 알고 있다. 싸움이 끝났다고 생각되는 순간 더 큰 싸움이 일어나고, 그 싸움은 계속 우리를 괴롭힐 것이다. 그렇지만 싸움과 갈등이 마지막 말이 아니며, 끝이 아니어야 하기에, 평화를 위해 일하는 장인은 반드시 필요하다.

어쩌면 예수님께서 바라시는 것은 아무런 갈등도 분열도 없는 세상이 아니라, 인간이 서로 다르기에 갈등과 분열이 없을 수 없지만, 그것을 딛고 일어나 평화를 이루어가는 세상이 아닐까. 그러기 위해서는 다름을 인정하는 자세와 문화가 요구된다. 예수님께서 다름을 인정하셨기에 다양한 기질·출신·정치 성향의 제자를 뽑으실 수 있었고, 그것이 바탕이 되어 다양성이 존중되는 교회, 일치를 이루는 교회가 가능케 되었다.

어떤 의미에서 분열은 필요하다. 분열과 다툼이 없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살다 보면 실제로 존재하는 차이 그리고 그로부터 연유하는 불화를 견디기 힘들어하고 결국 실망하거나 자포자기하게 된다. 그러나 진정한 평화와 화합은 서로의 다름과 그로 인한 어려움과 갈등을 거친 후에 비로소 다다르는 것이 아닐지.

그렇기에 분열을 감추기보다 인정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얼마나 다른지 알기 위해, 그리고 ‘일치’라는 것이 한 번에 주어지는 것이 아닌 우리가 함께 이루어야 할 과제임을 깨닫기 위해서 말이다. 지금 우리는 그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갈등과 분열이 있더라도 실망하지 말자. 갈등과 분열을 넘어 평화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서로를 배려하며 성장하는 과정 없이 진정한 평화란 없다. 예수님께서 바로 그것을 이루기 위해 오셨고, 그것을 위해 온 삶을 바치셨다.

오늘 나의 작은 희생, 받아들임을 통해 더 큰 일치가 우리 안에 실현되기를 청해보자. 특히 나와 다른 사람의 얼굴·성향·말투·생각 등의 차이가 오히려 더 큰 나, 더 큰 우리를 위한 선물임을 알아볼 수 있다면 어떨까.

한민택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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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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