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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엽 신부의 성경 속 인물] 집념과 인내의 믿음을 지닌 가나안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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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퀴리 부인에 관한 위인전을 읽는 것을 좋아했다. 그 이유는 잘 모르겠는데 조국의 불행과 많은 고통을 딛고 학문에 전념하는 모습이 매력적이었던 것 같다. 마리 퀴리는 학창 시절 어려운 가정환경 때문에 학업을 포기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어려운 환경에 굴복하지 않고 집념과 인내로 공부를 지속했고, 인류에 공헌한 훌륭한 학자가 되었다.


마리 퀴리는 어린 나이에도 개인 교사를 하며 먼저 파리 소르본 의대에 진학한 언니에게 학비를 부쳐주었다. 마리 퀴리도 소르본 대학에서 공부를 시작했고, 학문의 평생 동반자인 남편도 만나 결혼하게 되었다. 퀴리 부부는 오랫동안 방사성 물질을 연구하면서 자연스럽게 핵물질에 접촉되었다. 보호장구도 착용하지 않고 라듐을 취급하는 바람에 엄청난 열과 방사선에 노출됐다.


어느 날, 남편이 마차에 치여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퀴리 부인은 큰 시름에 빠졌지만 마음을 다잡고 다 마치지 못한 실험을 계속했다. 그녀의 손은 늘 불에 덴 것처럼 쭈글쭈글하고 손의 지문까지 닳아 없어질 정도로 열심히 연구와 실험을 했다. 건강이 나빠질수록 그녀의 인내와 집념은 더 강해졌다. 퀴리 부인은 결국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그녀는 향년 67세로 세상을 떠나 파리 외곽에 있는 남편 묘소 옆에 나란히 묻혔다. 라듐을 발견했던 순간의 감동을 기록한 마리 퀴리의 연구 노트는 현재 프랑스 국립도서관 지하에 차폐되어 보관 중이다. 지금도 방사선을 방출하고 있어서 함부로 손으로 만질 수도 없는 상태라고 한다. 퀴리 부인은 노벨 화학상을 두 번이나 수상했을 정도로 과학계에 큰 발자국을 남겼다.


예수님의 일행이 티로와 시돈 지방을 지날 때였다. 가나안 여자 한 명이 다급히 소리를 지르며 예수님께 달려왔다. “다윗의 자손이신 주님,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제 딸이 호되게 마귀가 들렸습니다.” 예수님은 아무런 대꾸도 없이 가던 길을 재촉하셨다. 그는 고래고래 더욱 큰소리를 지르며 예수님을 따라왔다. 제자들이 예수님께 다가오는 것을 막으려 했다.


그러자 예수님은 “자녀들의 빵을 집어 강아지들에게 던져 주는 일은 좋지 않다”고 그녀에게 냉정하게 말씀하셨다. 당시의 이스라엘 사람들은 자신들은 하느님이 선택한 ‘하느님의 자녀’이고, 이방인은 주인도 없이 먹이를 찾아다니며 사는 강아지와 같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부인은 강아지라는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예수님 앞에 꿇어 엎드려 눈물을 흘리면서 애원하였다.


“강아지들도 주인의 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는 먹습니다.” 그러자 예수님은 이방인인 가나안 부인의 믿음을 크게 칭찬하시며 바로 딸을 치유해 주셨다. 가나안 부인의 지속적인 인내심이 없었다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었을 것이다. 무언가 간절하고 적극적으로 원하는 것이 있다면 당연히 인내와 집념이 필요하다. 믿음에서 중요한 것도 인내심과 충성심이다. 하느님은 인내하며 끊임없이 구하는 사람에게 응답을 주신다.



글 _ 허영엽 마티아 신부(서울대교구 영성심리상담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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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5-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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