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택 신부의 금쪽같은 내신앙] (123) 신앙의 마이크로 브레이크

얼마 전 라디오에서 도시의 삶에 지쳐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자 일을 그만두고 시골집에 돌아와 휴식을 취하며 모처럼 만의 삶의 여유를 느꼈고, 어머니와 라디오를 들으며 세상사는 이야기를 듣다 보니 다시 도시로 돌아갈 마음을 접게 되어, 시골에서 일을 알아보고 있다는 사연을 들은 적이 있다. 라디오 앵커는 이 이야기를 듣고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고 하였다.
하던 일을 그만두고 무작정 시골로 돌아갈 수는 없겠지만, 바쁜 일상에서 쉼과 여유의 시간을 갖는 것은 매우 필요하다. 일하는 법도 배워야 하지만, 사실 쉬는 법도 배워야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쉬는 법을 배우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우리는 잘 쉬지 못한다.
최근 라디오에서 ‘마이크로 브레이크(micro-break)’라는 말을 들었다. ‘아주 짧은 휴식’을 뜻하는 말로, 5~10분 정도 쉼의 시간·스트레칭·잠시 걷기·창밖을 보거나 먼 곳 바라보기·깊게 호흡하기·눈을 감고 1분 동안 휴식 혹은 멍 때리기·커피나 차 마시며 생각 비우기·좋아하는 음악 1~2곡 듣기 등 신체적·정신적 활동이 그 예다. 이러한 쉼은 두뇌를 리셋하여 집중력 및 생산성 향상·스트레스 감소·신체 건강 개선·창의성 증진의 효과를 가져온다고 한다.
생각해보면 우리 일상의 빈 공간을 스마트폰이 점령해버렸고, 그러는 사이 우리 뇌는 하루 종일 쉼 없이 무언가에 집중하여 끊임없이 자극을 받으며 멈추지 못하게 되었다. 그만큼 우리 일상은 피곤하며, 짧은 휴식을 자주 취해 힘과 활력을 회복하는 것이 매우 필요하다. 쉼과 휴식이 더디 가고 뒤처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더 멀리 더 효과적으로 가는 길이다.
이와 함께 ‘영적 마이크로 브레이크’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마음이 허전하고 고독감이 느껴질 때, 그때가 바로 성령께서 대화로 초대하시는 때다. 나의 지친 영혼을 쉬게 하시며 새롭게 힘을 차릴 수 있도록 활력을 주시는 성령의 음성을 나는 하루 동안 얼마나 귀 기울여 듣고, 응답하며 살고 있는가?
‘신앙의 마이크로 브레이크’로 묵주기도나 성체조배, 혹은 잠시 상본을 보며 바치는 화살기도가 있겠다. 매일미사 앱으로 ‘오늘의 강론’을 듣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마음만 있으면 일상 가운데 주님과 함께하는 쉼의 자리를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 사실 주님과 함께하는 것이 아니라면 진정한 쉼과 휴식은 불가능하다.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겠다.”(마태 11,28)
우리는 삶을 종종 무거운 짐으로 느낀다. 일이 잘 풀리지 않고, 오리무중 속에서 헤맬 때도 있다. 바로 그때 예수님 말씀을 기억하자. 주님께서는 우리 삶의 무게를 잘 알고 계시며 공감의 마음으로 우리를 바라보신다. 우리가 약하고 지친 존재, 휴식이 필요한 존재임을 잘 아시기에, 무거운 짐을 지고 허덕이는 우리를 당신의 안식으로 초대하여 쉬게 하신다.
주님께서 쉬러 오라고 우리를 부르신다. 마음의 쉼과 휴식이 필요한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주님께 다가서는 단 한 걸음이다. 그리고 주님께 가기 위해 일을 잠시 멈추는 용기다.
쉼을 바라는 우리 영혼에 귀 기울이자. 그리고 주님께 나아가자. 힘든 짐을 내려놓고 그분 품에 우리 자신을 맡겨드리자. 그럴 때 우리는 조금씩 온유하고 겸손한 주님의 마음을 닮아가며, 주위 사람들에게 쉴 수 있는 휴식처가 되어주고, 주님께 그들을 인도할 수 있을 것이다.
한민택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