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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 순례 마쳤지만 우리와 함께하는 카를로 성인

인터넷의 수호성인 카를로 아쿠티스] (26) - 지상에서의 마지막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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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아시시 산타 마리아 마조레 성당에 안치되어 있는 카를로 아쿠티스 성인의 모습. 전주교구 안봉환 신부 제공



위로받기보다 위로해야 했던 카를로의 부모

2006년 10월 12일 새벽, 카를로 아쿠티스의 선종을 확인한 성 제라르도 병원에서는 시신을 집으로 옮겨도 좋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카를로의 방이 빈소가 되었지요. 온 동네에, 학교에, 지인과 친구들 사이에 카를로의 부고가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얼마 안 되어 문상객들이 집으로 찾아오기 시작했지요. 많은 이가 카를로와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싶어 했습니다. 신자가 아닌 이들도 많았는데, 그들은 죽음은 곧 허무요 모든 것이 없어지는 것이라 여기며 매우 괴로워하면서 절망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카를로의 부모님은 위로를 받기보다 오히려 위로를 해주어야 하는 입장이 되었지요.

카를로의 어머니는 이렇게 회상합니다. “감사한 일이지요. 우리 집에 찾아와 계속 우는 이들을 달래며, 우리 카를로가 저세상에 있으니 믿음을 가지라고 말하면서 제가 현실에 굴하지 않게 되었어요. 신비롭게도 다른 사람들을 위로하면서 저는 슬픔의 고통을 은총으로 변화시킬 수 있었지요. 외아들을 잃은 제가, 카를로를 찾아온 이들에게 희망과 평화를 전하고 있다는 사실에 스스로 놀라기도 했답니다.”



카를로의 장례식

꼭 8월처럼 무덥고 화창했던 10월 14일 아침, 카를로의 관을 실은 영구차가 산타 마리아 세크레타 성당으로 향했습니다. 성당에는 매우 많은 사람이 모여들어 성당 밖에 서서 장례미사에 참여한 이들도 많았지요. 카를로가 평소 얼마나 많이 인정받고 사랑받았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카를로가 살아있을 때 도왔던 가난한 이들, 집 없는 이들, 다양한 외국인들도 함께했습니다.

여전히 많은 사람이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채 절망에 빠져 울고 있었지만, 더 많은 이의 표정은 장례미사가 아니라 잔치에 와있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모든 이가 울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동시에 모든 이가 엄청난 빛의 현존을 느낀 시간이기도 했지요.

“미사가 끝났으니 평화로이 가십시오.” 미사를 마치고 신부님이 파견 인사를 하자마자 성당 종소리가 우렁차게 울려 퍼졌습니다. 미사가 정확히 정오에 끝난 것이었지요. 장례미사를 함께 집전했던 신부님들은 카를로의 죽음이 곧 하느님 바로 곁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것이고, 그것을 알려주는 종소리가 바로 그 징표라고 말했습니다.

성인의 모습이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

장례미사가 끝난 다음, 카를로의 시신은 가족묘가 있는 비엘라 지방의 테르넨고 묘지에 묻혔습니다. 카를로의 뜻에 따라 아시시에 묘지를 알아봤지만 준비가 될 때까지 기다려야 했던 것입니다. 2000년에 카를로 부모님이 아시시에 별장을 하나 마련하면서부터 성탄이나 부활 휴가 때, 그리고 방학이면 늘 찾던 곳, 가장 큰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장소라고 카를로 성인이 여러 번 말했던 곳, 2007년 2월에야 비로소 카를로 성인은 아시시 시립묘지에 안장됩니다.

2018년 7월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카를로 아쿠티스를 가경자로 선포하였고 이듬해인 2019년 4월 6일 카를로의 시신은 아시시에 있는 산타 마리아 마조레 성당으로 옮겨졌지요. 편한 윗옷에 청바지를 입고, 운동화를 신고, 손에 묵주를 쥐고 있는 카를로 성인은 금방이라도 잠에서 깨어 우리와 함께 지상 순례를 할 수 있을 듯 보입니다.

선종 이후 19년이 지났지만, 이렇게 생생한 카를로 성인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것 또한 하느님의 은총이요 기적 아닐까요? 기적의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아직 지상 여정에 있는 우리도 세상 것에 얽매이지 말고 우리의 본향인 하늘나라를 그리며 살아가라는 것이지요. 그러면 카를로 성인처럼 천국에서 지복직관(至福直觀)을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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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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