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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을 중단할 권리’도 있을까?

청년들을 위한 생명 지킴 안내서(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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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력 자살을 반대하는 손팻말. OSV


제10장 삶의 끝에서 – 죽음과 고통의 문제

전개 3. 죽을 권리와 자살의 문제


사람들이 안락사나 조력 자살을 법적으로 허용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면서 주장하는 것은 모든 인간에게 이른바 ‘죽을 권리’가 있다는 것입니다. 권리라는 것은 모든 사람에게 공적으로 인정해주는 것인데, 가장 기본적인 권리는 ‘생명권’입니다. 생명권이 기본적 권리인 이유는 우리가 추구하는 모든 것은 살아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살아 있어야 자신의 재능을 키울 수도 있고, 취미 생활도 할 수 있고, 좋은 직장도 얻을 수 있고, 봉사도 하고, 사랑도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생명권은 한 사회가 온전히 유지되기 위한 필수 조건입니다. 모든 인간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것은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전제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렇게 더불어 살아야 우리 자신을 성장시키고 완성할 수 있습니다. 사실 우리 자신의 생명을 우리가 스스로 만들어 내지는 않았습니다. 생명에 대해서 우리는 절대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우리는 자신의 생명을 ‘선물’로 받았고, 기본적으로 그 생명을 잘 가꾸고 성장시키려고 합니다. 보통의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죽을 권리’도 국가나 사회가 보장해 주는 것일까요? 우리는 우리의 생명을 ‘중단할’ 권리를 주장할 수 있을까요? 죽음이라는 것은 ‘생명의 끝’을 말합니다. 생명은 한 사회가 존속하기 위한 토대입니다. 그러나 죽음이란 것은 이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는 토대, 바로 생명을 끊는 것입니다. 그러하기에 사회는 ‘죽음’ 자체를 하나의 권리로 보장해 줄 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이 사회가 자신의 토대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 될 것입니다. 오히려 사회는 ‘죽음’을 사형제도와 같이 일종의 형벌로 부과합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자살’ 문제를 생각해 보게 됩니다. ‘자살’은 자신의 생명을 스스로 죽이는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자살은 자기 생명을 보존하고 지속하고자 하는 인간의 본성적 경향과 상반되는 것이지만 많은 이들이 실제로 자신의 목숨을 끊고 있습니다. 그러나 누구도 자살을 한 사람의 당연한 권리나 선택의 문제로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가끔 인터넷을 통해서 자살 시도를 하는 사람을 구출하는 119구조대원들의 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자살하는 사람의 자유를 억압하거나 ‘죽을 권리’를 무시한다고 비난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소중한 생명을 구한 구조대원들을 격려하고 칭찬합니다.

자살은 중한 정신 장애나 시련, 고통 또는 불안이나 심한 두려움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자살을 시도하려는 사람이 보내는 여러 가지 신호들을 잘 알아듣고, 관심 있게 이야기를 들어 주면 예방이 가능합니다. 의사 조력 자살의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고통스러운 질병으로 생의 말기를 보내는 환자들은 때때로 자신을 ‘죽여 달라’고 요청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를 ‘죽을 권리’를 주장하는 것으로 보아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인간적인 관심과 따뜻한 보살핌이 그에게 필요합니다.

우리는 ‘죽을 권리’를 마음대로 자신의 삶을 끝낼 수 있다는 뜻으로 인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자살도 권리로 인정하는 것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권리는 다른 사람에게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기 때문에, 만약 죽을 권리가 인정된다면 의료인들 특히 의사들은 환자의 안락사 요구를 거부할 수 없게 되며, 환자의 죽음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요당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단순한 ‘죽을 권리’가 아닌 ‘인간의 존엄성을 가지고 평화롭게 죽을 권리’를 이야기해야 합니다.

교회 문헌 ©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2025


덧붙이는 묵상

인간에게 ‘죽을 권리’를 말하기 전에 선행되어야 할 것이 ‘잘 살아갈 권리’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태어나면서 고귀한 생명권을 부여받으며, 국가와 사회, 공동체의 보호 아래 살아갈 권리를 지닙니다.

하지만 누구든 살면서 기본권조차 온전히 누리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하기도 합니다. 인류는 양심과 윤리와 합의에 따라 만들어진 법과 질서로 규정된 사회에서 살아가지만, 자유와 행복·권리를 박탈당하거나 침해받는 일을 겪습니다. 그렇기에 인간 사회는 구성원 모두가 잘 살아갈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래서 법과 제도·양심에 따른 올바른 관계, 세대와 계층 간 배려가 중요한 요소입니다.

누구나 다른 환경과 조건을 지닌 채 태어나고 살아갑니다. 그 안에서 느끼는 행복과 고통 또한 사람마다 천차만별이지요. 행복이 오면 고통이 오고, 고통이 오면 행복이 찾아오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고통을 줄여준다는 이유로 ‘죽을 권리’를 사회적으로 보장한다는 것은 하느님 섭리로 태어난 생명을 인간 손으로 끊어버리는 행위입니다. 인간에겐 생명을 살리는 의무는 있어도, 죽을 수 있는 권리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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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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