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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택 신부의 금쪽같은 내신앙] (124) 자녀 신앙교육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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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시험이 끝날 무렵은 자녀 신앙교육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때다.

“기도는 내가 할 테니 넌 열심히 공부나 해.” 성당에 나가지 않는 대신 열심히 공부하라고 자녀와 ‘타협 아닌 타협’을 하였는데, 막상 시험이 끝나고 나니, 부모의 기대와는 달리 자녀들이 성당에 나가려 하지 않는다. 성당에 나가자고 계속 말해야 할까? 오히려 불필요한 갈등을 만드는 것은 아닐까? 어차피 신앙은 자기가 알아서 하는 것이니, 본인 스스로 선택하도록 내버려두어야 하는 것일까?

자녀의 자유를 존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또한 고등학교를 막 졸업하는 자녀가 모든 것을 스스로 선택할 만큼 온전한 성인이 된 것이 아님도 인정할 필요가 있다. 특히 신앙과 관련된 사안은 더욱더 그렇다.

인간이 태어나 온전한 성인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매우 긴 준비와 돌봄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만큼 인간은 약한 존재로 태어난다. 부모는 자녀를 건강하게 키우기 위해, 그리고 교육 등을 통해 사회 일원으로 잘살아갈 수 있도록 정성껏 뒷바라지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자녀의 미래를 준비시키는 데 충분치 못하다. 삶은 문제의 연속이며, 도전과 위기의 순간은 끊임없이 찾아온다. 삶에는 감당할 수 없는 일들이 생기기 마련이며, 급변하는 사회와 문화 흐름 속에서 어떻게 사는 것이 인간다운 삶을 사는 것인지 가늠하기 쉽지 않다.

여기에 신앙교육의 필요성이 자리한다. 태어난 아이가 신체적·정신적으로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양육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죄와 악으로 물들고 갖은 유혹이 도사리는 세상 속에서 올바른 마음과 판단력을 갖고 영적으로 건강한 삶을 살도록 양육하는 일도 중요하다. 하느님을 경외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것, 만사에 감사하고 양심으로 계명을 지키며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청하는 것, 타인 특히 노약자와 장애인을 배려하고, 가난하고 불쌍한 이를 위로하고 도우며 가진 것을 나누는 것. 이 모두는 가정이나 사회에서 저절로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하느님 말씀을 듣고 성사에 참여하며 하느님 자녀로 살려고 노력하는 신앙을 통해서만 체득할 수 있다.

신앙을 갖는다는 것, 그것은 주일 미사 참여와 같은 신앙의 의무를 다하는 것만이 아니다. 그것은 세상과 삶에 대한 관점이며,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 곧 하느님 자녀로 사는 삶을 영위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자녀에게 신앙을 교육하는 것은 성당에 나가도록 강요하는 것이 아닌, 참으로 사람다운 삶을 사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며, 이를 통해 이웃과 사회에 봉사하고 세상을 밝게 비추는 사람을 양성하는 것이기도 하다.

교회가 신혼부부에게 유아세례와 신앙교육을 약속받는 이유는, 교회가 오랜 역사를 통해 체득한 경험과 인식과 지혜에 따른 것이다. 신앙인은 교회라는 큰 권위 아래서 삶을 영위한다. 살다 보면 개인적으로 판단할 수 없는 것들이 많다. 교회에 신뢰를 두고 교회 가르침을 따르는 것은 맹목적 순종이 아닌, 교회가 살아온 삶 안에서 얻은 체험과 지혜를 존중하며, 그 안에 하느님과 인간에 대한 참 진리가 담겨 있음을 인정하고 따르는 것이다.

자녀에게 무엇을 남겨줄 것인가? 재산이나 재물, 혹은 사회에서 약게 사는 처세술일까? 온갖 유혹과 죄악이 도사리는 세상 속에서 하느님 자녀로 고결하고 품위 있게 사는 삶, 곧 신앙을 물려주는 것이야말로 가장 소중한 ‘상속’이 아닐까. 신앙을 자녀가 언젠가 사용할 ‘보험’으로 들어놓고 만족하기보다, 지금 자녀들의 삶을 양육시키는 ‘자양분’으로 삼아야 하는 이유다.

한민택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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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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