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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성인, 죽음 앞에서도 ‘주님 뜻대로’

[인터넷의 수호성인 카를로 아쿠티스](27) 죽음에 대한 성인의 가르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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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9월 7일 카를로 아쿠티스의 시성을 맞아 한국천주교 주교회의에서는 성인의 유물함을 전시했다. 주교회의 제공

두 달 전 자신의 죽음을 예견한 성인

카를로 아쿠티스가 이 세상을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습니다. 어느 날 아침, 카를로 어머니는 불현듯 잠에서 깼습니다. 마음속에서 누군가가 말하는 소리를 분명히 들었는데, “유언”이라는 말이 반복해서 들리는 듯했습니다. 카를로 어머니는 카를로가 말하고 있다는 확신이 들어 카를로 방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때까지 자신이 모르고 있던 편지나 메시지를 발견할 거라 믿으며 여기저기 찾아보았지만 헛수고였습니다.

허탈한 마음으로 카를로의 방을 찬찬히 둘러보던 어머니는 카를로의 컴퓨터를 켜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컴퓨터를 켜자마자 바탕 화면의 아이콘이 금방 눈에 띄었습니다. 두 달 전에 저장된 영상 파일이었습니다. 카를로가 자신을 찍은 영상이었는데, 행복한 표정으로 하늘을 올려다보며 이렇게 말하고 있었습니다. “내 몸무게가 70㎏이 되었고, 나는 이제 이 세상을 떠나게 된다.”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문서고에 보관 중인 카를로 아쿠티스 성인의 유물함. 우측 빨간색 원 안에 있는 흰색 작은 사각 모양이 카를로 아쿠티스 성인의 시신을 감쌌던 천의 일부다. 주교회의 제공


죽음에 대한 카를로 성인의 가르침

카를로가 성 제라르도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급성 전골수성 백혈병이 얼마나 큰 고통을 수반하는지 잘 아는 의사들은 카를로에게 힘들지 않냐며 따스하게 위로의 말을 건넸습니다. 그때마다 카를로는 이렇게 대답했다고 하네요. “저는 괜찮아요. 저보다 훨씬 더 큰 고통을 겪는 분들이 많은 걸요.”

무언가에 계속해서 찔리는 듯한 참기 어려운 고통도, 급작스러운 죽음마저도 카를로 성인이 그토록 평온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카를로 성인이 자신의 컴퓨터에 남긴 글을 보면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의식을 하든 그렇지 않든 간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죽음의 순간을 걱정하며 두려워한다. 그 순간을 맞을 준비가 안 되어 있거나 충분히 정화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그 중요한 순간을 위해 병자성사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임종 때 바치는 특별한 기도가 있는 것이다. 신자들은 늘 임종의 순간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다시 말하면, 인간 존재는 끊임없이 죽음을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죽음에 대해 절망과 공포라는 무서운 유혹에 빠져들어도 안 되며, 죽음을 피상적으로 대하거나 소홀히 여겨서도 안 된다. 중도(中道)가 필요한 것이다.”

카를로 성인은 예기치 못한 큰 고통도 하느님 뜻에 맡겨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큰 병에 걸렸을 때에도, 또는 죽음을 선고받았을 때에도 하느님 뜻에 기꺼이 순종해야 한다. 주님의 수난과 죽음에 긴밀히 결합하는 것이야말로 하느님 백성 전체에 유익을 가져다준다. 그리고 고통과 봉헌과 순교 정신의 연속적인 순환이 더욱 긴밀해진다. 이러한 순환이 전 세계에서 거행되는 미사의 순환과 맞닿아 있는 것이다.”

열다섯 살 소년이 작성한 글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교리적으로도 신학적으로도 매우 의미 있는 내용입니다.


위령 성월에 해야 할 숙제

죽음은 모든 사람이 겪기 마련입니다. 지금 당장은 남의 일로 여겨질지언정 언젠가는 나의 일이 되기 마련이지요. 그때가 언제인지 모르기에 카를로 성인은 늘 준비하라고 가르칩니다. 혹시라도 천상의 양식은 등한시한 채 육신의 양식만 게걸스럽게 채우고 있지는 않은지 성찰해 봐야겠습니다. 고해성사를 통해 자신을 정화하고 있는지도 살펴야겠습니다. 잃어버린 양을 찾는 착한 목자, 상처를 싸매 주는 착한 사마리아 사람, 방종한 생활을 하다가 돌아온 아들을 달려가 맞아들이는 아버지처럼, 신부님들은 언제나 기꺼이 우리의 고백을 들어주시고(「가톨릭교회 교리서」, 1464-1465항 참조)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우리 죄를 용서해주실 것입니다. 어느새 전례력으로는 2026년 새해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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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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