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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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묵상] 대림 제1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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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력으로 새로운 해가 시작되었습니다. 새해는 언제나 기다림으로 시작되는데, 그 다른 이름은 희망입니다. 우리는 무엇을 기다리고 희망합니까? 이사야 예언자는 하느님의 집에 갈 날을 이야기하고 사도 바오로는 구원의 때를 이야기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사람의 아들의 재림을 노아의 홍수와 도둑에 비유하십니다. 대림 시기의 기다림은 메시아 예수님의 첫 번째 오심에 대한 기다림이자 그분의 재림에 대한 기다림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연중 마지막 주간과 대림의 첫 주간은 같은 주제로 어울립니다.


여러분은 이 기다림에 공감하십니까? 박해받던 초대교회 신자들이 그러했듯이 이제나저제나 세상 종말이 오기를 기다리십니까? 어느 신부님이 신자들에게 “천국에 가고 싶은 사람은 손을 드십시오!” 말했더니 모두 손을 들었고, “그러면, 지금 당장 가고 싶은 사람은 손을 드십시오!” 했더니 모두 손을 내렸다고 합니다. 사실 세상 종말이란, 영화에서도 막아야 할 재난으로만 등장합니다. 주님께서 다시 오시는 날에 세상이 끝난다고 우리는 알고 있지만 우리가 희망하는 것은 영화 속의 멸망과는 좀 다른 것이 아닐까요?


우리는 안정된 삶을 바랍니다. 어른이 되어 가정을 꾸리면 가족과 함께 안정된 삶을 영위하기 위해 일을 하고 돈을 벌고 저축합니다. 안정된 삶이 없이는 개인과 사회의 발전도 어렵습니다. 안정과 여유가 있어야 삶의 질도 높이고 예술과 문화도 꽃을 피울 수 있습니다. 그런데 때로 우리는 변화를 추구하기도 합니다. 참된 안정은 변화 없이 유지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것을 보고, 배우고, 생각하고, 나아가 자신을 변화시키는 모험을 선택해야 우리는 성장하고 더 큰 안정을 얻을 수 있습니다.


제가 말하려는 변화는 세속적인 발전보다는 영적 깨우침입니다. 변화의 시작은 시야를 넓히는 데 있습니다. 경제적인 안정은 만족을 주지만 여유가 생겨 주위를 둘러보면 사회적 불의와 환경 파괴 등이 보입니다. 그러면 경제적인 관점만을 보지 않고 그런 문제들의 해결을 위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고 변화를 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개인이나 사회는 이러한 과정을 반복하며 하느님의 뜻을 향해 나아가게 됩니다. 마치 애벌레가 열심히 먹이를 먹어 몸을 키운 후 허물을 벗고 나비가 되듯이, 안정 속에서 성장한 우리는 깨달음과 회개를 통해 새사람이 되어 주님께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 세상에 살면서 하느님 나라를 희망하는 이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구약의 이스라엘 백성도 그들의 삶을 살면서 메시아를 희망하였습니다. 하지만 영적으로 성장하고 변화를 위한 준비를 충실히 하지 못하면 진정으로 그분을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으라는 초대가 변화보다는 안정에 머물고 싶어 하던 이들에게는 불편하기만 했습니다. 


랍스터는 수명이 없다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무슨 이유인지 랍스터는 세포가 노화하지를 않는답니다. 그래서 이론적으로는 영원히 살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사람이나 포식자에게 잡히는 경우를 제외하고 랍스터가 죽는 이유는 허물을 벗다가 힘이 빠져서 죽는다고 합니다. 몸이 어느 정도 커지면 허물을 벗어야 하는데, 나이가 들수록 허물은 더 단단해지고, 나중에는 허물을 벗는 일이 너무 힘들어져서 허물을 벗다가 죽는다는 것이죠. 그러니 인간이 회개하는 일, 즉 과거의 자신을 부정하고 새사람이 되는 일은, 얼마나 더 힘들고 또 얼마나 많은 이가 걸려 넘어질 일이겠습니까?


그러면 다시 생각해 봅시다. 우리는 노아의 홍수처럼, 그리고 도둑처럼 오는 그날을 깨어 기다리고 있습니까?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 주님의 뜻에 나의 삶을 맡길 마음이 준비되어 있습니까? 내 삶을 주님 앞에 벗어놓고 주님이 주시는 흰옷을 입고, 그분의 집으로 나아갈 준비가 되어 있습니까? 그분이 보여주시는 새로운 나라를 내 삶으로 기꺼이 살아갈 것입니까? 우리는 이런 희망과 기다림으로 주님의 성탄을 준비합시다. 


“기뻐하며 주님의 집으로 가리라.”(화답송, 시편 122,1 참조)



글 _ 변승식 요한 보스코 신부(의정부교구 안식년)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25-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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